오픈AI와 구글이 주도하는 생성형 AI(인공지능) 시장에서 메타(구 페이스북)가 ‘메기’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기술력을 무기로 폐쇄·유료 전략을 고수하는 오픈AI나 구글과 달리 메타는 무료로 상업용 초거대 언어모델(LLM)을 공개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학계를 중심으로 영향력을 확보한 메타가 상업용 LLM 모델까지 오픈소스로 내놓으면 유료인 GPT가 차지한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메타(구 페이스북)은 연내 자사 LLM 모델 LLaMA(라마)를 업그레이드해 상업용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 2월 공개된 현 라마는 학계·정부·시민단체 등이 연구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 상업적 이용은 허용되지 않는다.
메타가 상업용 라마 모델을 개발하기로 한 것은 업계의 요청 때문으로 보인다. AI 학계는 이미 무료 모델인 라마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상업화와 함께 폐쇄 전략을 택한 구글과 오픈AI 사이, 틈새시장을 공략한 메타의 전략이 먹혀들어 간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라마를 경험해 본 개발자들은 이를 상업용으로 쓸 수 있게 해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현재 LLM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오픈AI-MS(마이크로소프트) 연합과 구글은 연구 중심에서 상업화 중심으로 운영 방식을 전환했다. 챗GPT의 성공으로 주도권을 잡았다고 판단한 오픈AI와 MS는 지난 3월 발표한 새 LLM ‘GPT-4’의 기술적인 내용을 대부분 공개하지 않았다. 구글도 지난 5월 발표한 새 LLM PaLM2에 대한 기술적 정보를 상세히 공개하지 않았다. 이들은 모델을 공개하는 대신 API(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나 플러그인(Plug-in) 등을 판매하고 있다. 업계는 이들이 막대한 초거대 AI 개발비와 운영비 충당, 심화되는 AI 경쟁 상황 등을 이유로 폐쇄 전략을 고수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메타가 상업용 라마를 무료 공개하면 오픈AI와 구글의 점유율을 크게 나눠가질 전망이다. GPT나 PaLM 모델보다 성능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무료라면 라마를 활용해 상업용 서비스를 개발하려는 기업이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아울러 라마의 성능은 학계에서 이미 검증됐다. 특히 메타는 이미지와 언어를 혼합한 멀티모달 모델에 강점이 있어 관련 서비스를 기획 중인 기업과 손잡을 수 있다.
메타 입장에서도 무료로 LLM을 공개하는 것이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다. API나 프로덕트 판매 등으로 수익을 올릴 수는 없지만, 전 세계 연구·개발자와 함께 모델을 고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BM(비즈니스 모델)은 시장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마련해도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오픈AI와 구글이 지배하는 시장에서 같은 유료 모델로 경쟁하는 것보다 무료 모델로 아예 판을 뒤집는 것이 더 승산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 이노베이션 센터장은 “메타의 LLM이 오픈AI나 구글 LLM보다 모델 크기(파라미터 개수)는 작지만, 특정 분야를 위한 작은 LLM 활용 서비스를 만드는 기업에게는 도움이 많이 될 것”이라며 “특히 라마는 챗GPT나 바드처럼 여러 언어를 할 수 있지 않고 영어에 집중한 모델이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을 노리는 기업이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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