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표 서민 음식인 라면값 인상의 적정성 문제를 도마 위에 올렸다. 라면의 주원료인 밀 가격이 1년 전과 비교해 절반 가까이 하락한 반면 라면업계는 오히려 같은 기간 가격을 꾸준히 올리면서다. 정부는 최근 국제 밀 가격 추이를 업계가 반영해줄 것을 권고했으나 시장에선 국제 밀 가격이 실제 수입 가격에 반영되는 최대 6개월의 시차가 있는 만큼 상황을 다각도로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1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5월 국제 밀(SRW) 가격은 t당 227.7달러로 전년 동월(419.22달러) 대비 45.6% 하락했다. 지난해 5월 연중 최고가를 찍은 밀 가격은 이후 하락세를 거듭한 셈이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라면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24.04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1년 전(109.72)과 비교하면 13.05% 상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2월(14.3%) 이후 14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것이다.
라면의 물가 상승 폭은 밀가루를 주원료로 사용하는 빵(11.5%)과 케이크(9.5%) 등의 인상률보다 높다. 이는 지난달 통계청의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의 소비자물가 상승률(3.9%)과 비교해도 약 9%포인트 높은 수치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전날 “기업들이 밀 가격 내린 부분에 맞춰 적정하게 내렸으면 좋겠다”고 권고한 것 역시 이 같은 이유에서다.
정부가 라면값의 적정성 문제를 직접 거론한 배경에는 최근 소비자 물가 안정세와 달리 서민들의 대표 먹거리 물가는 아직 제대로 잡히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라면값을 시작으로 물가 안정세를 체감할 수 있는 대표 먹거리 가격을 정상화해 다음 달 소비자 물가 2%대 진입 효과를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라면업계가 정부의 권고를 얼마나 반영할지는 미지수다. 당장 국제 밀 수입가를 실제 제품에 반영하기 위해선 약 6개월가량의 시차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업계 일각에선 라면값을 정부가 직접적으로 거론하며 가격 조정을 압박하는 분위기에 불편함을 토로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국제 밀 가격 상승으로 빵, 스파게티 등 밀을 원재료를 사용하는 상품 가격이 모두 오른 상황에서 라면 품목을 직접 거론한 건 인위적인 가격 조정을 지시하는 의미로 들린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라면값 통제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추 부총리는 “정부가 원가를 조사하고 가격을 통제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이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하는 동시에, 이르면 8~9월 무역수지 역시 흑자 전환하는 등 하반기 경기상승 흐름이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선 이같은 추세로 정부가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경기 대응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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