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에 내원했지만 치료를 못해 다른 병원으로 보내지는 전원,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의 절반가량이 전문의 부재 등으로 인한 ‘처치 불가’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나머지는 시설 부족, 경증 환자 등의 사유였다. 이에 병원이 응급실 내 전문의를 고용하도록 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1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2022년 응급의료기관 이용 환자 중 응급진료결과 전원 조치된 환자 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응급실에 환자가 내원한 경우가 769만4473건이고 이 중 1.7%인 12만7355건이 전원 조치됐다.
응급실 전원 조치를 받은 경우의 48.8%인 6만2203건이 처치 불가 때문이었다. 그 중 74.3%인 4만6233건은 의료인력과 시설, 장비가 등이 갖춰져 있지 않아 평소에도 해당 질환자의 진료를 하지 않았고 해당 시점에서도 전문의가 없어 진료를 하지 못해 전원한 경우였다. 나머지 1만5970건은 평소 해당 질환 환자를 진료해왔으나 당시 갑작스런 인력 부재, 다른 수술 등으로 응급 수술이나 처치가 불가능한 경우였다.
처치 불가 다음의 응급실 전원 사유는 23.6%(3만21건)를 차지한 ‘경증 또는 환자 사정’이다. 16.3%(2만731건)은 ‘시설 부족’ 때문으로 전원됐다. 그 중 1만7475건은 병실이 부족해서, 3256건은 중환자실이 부족해서 다른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와 비슷하게 119 구급대가 환자를 싣고 병원에 갔지만 재이송된 사례 10건 중 3건도 전문의 부재 탓이었다.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2022년 구급대가 처음 도착한 병원에서 환자를 받지 못해 다른 병원으로 재이송한 건수는 3만7218건이다. 재이송 사유는 전문의 부재가 1만1684건(31.4%)으로 가장 많았고 병상 부족(5730건·15.4%)이 뒤를 이었다.
응급실 이용자수 현황을 보더라도 의사가 부족하다. 2021년 7월1일부터 지난해 6월30일까지 전국의 응급의료기관 이용자수는 724만869명이다. 응급의학전문의 1명이 4407.6명의 환자를 담당했다. 365일로 나눠보면 하루에 의사 1명이 약 12명의 응급환자를 본 셈이다. 1병상당 이용자수는 953.8명이었다. 또 응급의 전문의가 있더라도 급성심근경색, 허혈성 뇌졸중, 중증외상 등의 경우엔 심장내과, 신경과, 외과 등 담당 전문의가 없으면 진료가 어렵다. 소아의 경우에도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없는 경우 응급실 앞에서 문전박대 당하기 일쑤다.
이에 각 병원에서 응급실에서 근무할 필수의료 분야 전문의를 더 많이 고용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김윤 서울대 의과대학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응급실의 분야별 전문의를 대학병원 교수로 종합병원에 고용해 늘릴 필요가 있다”며 “건강보험수가를 올려주는 형태로 고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30개의 권역응급의료센터 내 응급실 전문의 수를 2배로 늘리려면 1인당 3억원씩 준다고 했을 때 1200억원 정도가 들어가는데, 건강보험 재정 100조원 중 응급실 뺑뺑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 정도는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효율적인 인력 관리를 위한 ‘의료인력지원관리원’ 같은 기구가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장성인 연세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절대적인 전문의가 부족한 상황이 아니라 병원에 24시간 대비할 수 있는 수준의 전문의가 없는 것이기 때문에 의사 인력을 직접 지원하고 이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구인 의료인력지원관리원을 만들어야 한다”며 “또 사회적으로 필수의료 분야 전문의를 위한 비재정적 보상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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