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국내 최대 블로그 서비스 티스토리에 자체 광고를 넣기로 했다. 카카오공동체의 모체였던 포털 다음(DAUM)보다도 트래픽이 많이 모이는 티스토리 플랫폼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해보겠다는 목표다. 다만 티스토리 광고 전략이 매출과 수익성을 모두 늘리는 효과를 보기 전에, 콘텐츠를 제공해 티스토리 생태계를 떠받치던 블로거들의 이탈과 트래픽 저하라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음보다 잘나가는 티스토리, 지켜보기 힘든 카카오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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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카카오 공동체에 합류한 티스토리는 명실상부 국내 1위 블로그 서비스다. 미국 마케팅조사업체 셈러시(SEMrush)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국내에서 PC와 모바일 누적 접속자수는 티스토리가 9위(9561만명)로 포털 사이트 다음(11위, 7675만명)을 넘어섰다.
카카오 입장에선 이처럼 트래픽이 몰리는 티스토리를 통한 수익 확보를 고민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 됐다. 다음과 기타 자회사의 광고수익이 반영되는 ‘포털비즈’ 분야의 지난해 매출은 4241억원으로 전년 대비 14% 줄었다. 카카오의 사업 분야 중 유일하게 매출이 뒷걸음질 쳤다. 톡비즈(+16%)는 물론 게임(+11%)이나 뮤직(+16%) 등에서 늘린 매출을 포털비즈에서 다 까먹은 셈이다.
이 때문에 카카오는 티스토리에 ‘자체 설정 광고’를 넣어 매출을 늘리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1월 약관 개정을 통해 “회사는 서비스 내에서 광고를 게재할 수 있으며, 게재되는 광고의 형태 및 위치, 노출 빈도, 수익의 귀속 등은 회사가 정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달에는 “6월 중 티스토리 자체 광고를 신설한다”며 “이를 통한 수익은 안정적 서비스 환경 제공을 위해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블로거 광고 ‘미노출’ 공지에 엑소더스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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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스토리에서 구글 애드센스 광고 등을 통해 수익을 올리던 블로거들은 티스토리 자체 광고 정책에 반발하고 있다. 티스토리는 블로거의 광고를 건드리지 않고 ‘상단 또는 하단’에 자체 광고를 1곳만 넣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난달 티스토리 공지에는 “이번 자체 광고 신설 시 콘텐츠 가독성과 서비스 품질을 저해시키는 일부 구글 애드센스 광고는 미노출 처리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한 블로거는 “사실상 블로거가 설정한 구글 애드센스 광고와, 티스토리가 강제로 삽입하는 자체 광고가 경합할 경우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핑계로 블로거의 광고를 안 보이게 조치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셈”이라며 “구글 광고를 지우지 않더라도, 내 블로그 콘텐츠 안에서 티스토리 자체 광고와 경합하며 수익을 빼앗긴다”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블로거들이 의견을 교환하는 구글애드센스포럼 등의 커뮤니티에서는 워드프레스 등 외부 블로깅 서비스로 ‘본진’을 옮기겠다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티스토리 콘텐츠를 책임지던 블로거들이 대거 이탈할 경우, 현재의 트래픽을 기반으로 광고 수익을 창출하겠다던 카카오의 전략도 흔들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티스토리 “블로거들 추가수익 주는 신규 모델 준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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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와 티스토리 역시 이 같은 블로거들의 우려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 카카오는 블로그 운영자들이 이탈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티스토리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일부 광고 미노출의 경우 이미 2021년 ‘더 나은 광고를 위한 안내’를 통해 문제가 되는 유형을 공유하고, 콘텐츠 가독성 및 서비스 품질을 위해 광고 유형을 관리해 나가겠다고 약속한 바가 있다”며 “이번 일부 광고 유형 미노출 안내는 이 연속선상에 있는 것으로, 자체광고 신설에 따른 것만은 아니다”고 전했다.
아울러 티스토리는 올해 하반기에 블로그 운영자들이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신규 모델을 도입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방식과 일정은 별도로 안내 될 예정이다.
한 블로거는 “티스토리가 추가 수익모델을 내놓기 전에 성급하게 자체 광고를 삽입해 블로거들 수익이 유의미하게 줄어든다면, 추가 모델을 누릴 블로거 자체가 티스토리에 남아있지 않게 될 수 있다”며 “콘텐츠를 만들고 티스토리 생태계를 꾸려온 블로거들이 없어진다면 자체 광고가 얼마나 수익을 가져올지도 의문”이라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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