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세계를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국제유가가 주춤한다. 산유국들의 감산에도 급등하지 않는다. 하지만 원유 패권이 미국에서 OPEC+(오펙플러스) 국가들로 넘어간 상황에서 과거처럼 배럴당 30달러 수준의 저유가 시대로 회귀하기 어렵다는 시장 전망이 나온다.
9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전날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71.29달러를 기록하며 거래를 마쳤다. WTI 가격은 최근까지 배럴당 70~80달러 박스권에 머무르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간) OPEC+회의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하루 평균 100만배럴을 감산한다고 발표했다. 통상 OPEC+ 회의에서의 감산 결정은 유가 상승을 가져온다.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면서 에너지 원자재 가격 급등 현상이 일어났는데 그 과정에서 중동 산유국들의 가격 결정이 강해졌다.
이번 OPEC+ 회의에서도 압둘아지즈 빈살만 알사우드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은 추가 감산 결정을 유가 상승 조치로 해석하지 말라고 하면서도 시장 개입을 통해 유가를 조절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하지만 이번 감산 발표 이후엔 유가가 주춤한 상태다. 사우디가 단독으로 추가 감산을 나선 영향이 컸다. 아울러 투기적 원유 매수세가 줄어들고 러시아의 원유 해상 수출도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증권가는 분석한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심리가 약화되면서 투기적인 원유 선물 매수세가 줄어들고 있고 예상보다 중국 경제의 회복 속도가 더뎌 (원유) 수요에 대한 확신이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도 “사우디의 7월 감산은 유가 부양의지를 밝힌 것이나 OPEC+ 차원에서 일치된 감산 의견이 아니라는 점은 유가 상승을 제한할 것”이라며 “사우디가 연말까지 OPEC+ 내 감산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아랍에미리트(UAE), 러시아 등 주요국의 추가 감산 의지가 현재로선 크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
유가 시장은 수급과 경기 방향성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움직인다. 석유제품 수요가 많은 미국의 드라이빙 시즌이 시작됐지만 현재 경기 방향성이 뚜렷하지 않아 시장은 유가가 당분간 박스권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다만 과거 2015년과 같은 저유가 시대로 회귀하기엔 어렵다고 보고 있다. 각국이 시행하는 탄소중립 넷제로 정책 탓에 그간 원유 생산기업들은 설비투자(CAPEX) 규모를 축소해왔다. 이에 원유 공급은 여전히 제한적으로 이뤄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 밑으로 내려가면 사우디 외 다른 OPEC+ 국가들이 추가 감산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OPEC+ 국가들은 재정균형유가를 맞추기 위해 원유 생산 및 수출을 조절할 수 있어서다. OPEC+에 속한 중동국가들의 재정균형 유가는 약 배럴당 70~80달러 정도다.
증권가에선 현재 유가 수준이 저점이라고 진단한다. 최진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걸프4국의 신규 원유 생산시설이 가동되는 시점은 빨라야 2027년이고 OPEC+ 국가들의 감산 의지까지 감안하면 저유가로의 회귀는 어려울 것”이라며 “중동 산유국들의 계절성, 달러화 약세 방향성 등을 종합할 때 올해 유가는 배럴당 60~90달러 박스권 속 상저하고로 움직일 것”이라고 했다.
앞서 글로벌 투자자인 골드만삭스는 브렌트유 기준 올해 유가가 배럴당 95달러까지 상승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OPEC+ 국가들이 자발적인 감산을 결정하면서 이들의 가격 경쟁력이 과거에 비해 커졌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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