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2014년 이후 처음으로 가상현실을 돕는 헤드셋 신제품 ‘비전 프로’를 내놓았지만 주가는 0.76% 하락했다. 그동안 52주 신고가를 경신하면서 이미 과하게 오른데다 신제품의 범용 히트 가능성을 모두가 확신치 못한 것이다. 뉴욕증시는 국가채무불이행 위험 해소에 따른 랠리가 멈춰서면서 쉬어가는 모습이다.
5일(현지시간) 다우존스 지수는 전일보다 199.7포인트(0.59%) 하락한 33,563.06을 기록했다. S&P 500 지수도 8.57포인트(0.2%) 내린 4,273.79에 마감했다. 나스닥은 11.34포인트(0.09%) 약보합세를 기록해 지수는 13,229.43에 거래를 마쳤다.
애플은 이날 연례 개발자회의에서 얼리어답터들의 흥미를 충분히 자극할 수 있는 최신예 제품을 내놓았다. 가상현실 세계의 대면을 도울 고글형태의 헤드셋을 예고 없이 내놓은 것인데 마치 전투기 조종사가 쓸법한 유려한 디자인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신제품 공개와 함께 애플 주가는 사상최고치인 주당 185달러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장 막판에 가서는 신제품의 흥행 가능성에 대한 초기 의문들이 나타나면서 주가는 오히려 전일비 다소 약세를 보이며 마감했다.
애플의 등락과 함께 이날 기술주 가운데선 인텔이 애플에 공급할 전용칩 계약을 발표했지만 3% 안팎으로 주가는 하락했다. 엔비디아도 그간 너무 올랐던 피로감을 보이며 본질가치에 대한 의심이 제기되면서 약세를 보였다. 금융권에서는 미국 정부가 대형은행들의 자본 규제를 강화한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JP모간체이스와 골드만삭스 등 대표적인 헤드라인 기업들이 최근 상승분을 일부 반납했다.
카슨그룹의 수석 시장전략가 라이언 디트릭은 “지난 금요일에 지수가 과하게 올랐던 때문으로 시장이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인디펜던트 어드바이저 얼라이언스의 크리스 자카렐리도 “올해 소수 기술주 주도의 주식시장 랠리와 폭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중기적으로는 하락조정 우려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경기침체 와도 주가 안무너진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 자율주행 차량용 ‘드라이브 PX 2’ 를 선보이고 있다./사진=엔가젯 /사진=엔비디아 |
JP모건 ETF(상장주가지수펀드)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해밀턴 레이너는 “미국이 얕은 경기침체에 접어들더라도 MMF(머니마켓펀드)에 수조 달러가 남아 있기 때문에 이것이 증시를 떠받칠 것”이라며 “앞으로 증시 하락에 베팅해 투자를 머뭇거린 이들은 포모증후군(FOMO, 나만 못샀다는 상실감)에 고통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레이너는 “경기침체 예상 ��문에 돈을 다른데서 굴리고 있다면 내 소견으로는 시장 타이밍이 당신이 원하는대로 중장기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약세론자인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은 “최근 기술주가 주도한 랠리에도 불구하고 전술적 수정에 대한 약세론을 고수한다”며 “지금의 랠리는 더 뜨겁지만 더 짧게 끝날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어 “올해 기업들의 수익 침체를 계속 예측하고 있다”며 “주기적인 약세장이 마무리됨에 따라 여전히 전술적 수정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엔비디아가 AI(인공지능) 테마를 이끌면서 최근에 기술주가 급등한 이후 엔비디아를 처분했다고 밝히는 투자가들이 늘고 있다. 샌드힐 글로벌어드바이저의 최고투자책임자인 브렌다 빈지올로는 엔비디아 지분을 상당수 처분했다고 밝혔다.
이날 원자재 시장에서 중동 석유수출국기구 OPEC의 리더 사우디아라비아가 하루 100만 배럴 추가감산을 결정하면서 유가는 전일보다 2% 가량 상승했다가 다시 상승폭을 0.5% 안팎으로 줄였다.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전일보다 배럴당 0.39% 오른 72.03달러르 기록했다. 브렌트유도 0.63% 상승한 배럴당 76.62달러에 거래 중이다.
래피단에너지의 밥 맥널리 회장은 “시장은 사우디의 일방적인 하루 100만 배럴 감산 결정에 대해 크게 놀라지 않는다”며 “사우디가 자신들의 유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일방적으로 행동할 의지를 다시 한 번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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