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디트스위스 |
스위스 최대 투자은행(IB)인 UBS그룹에 인수가 결정된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그룹 서울지점이 일부 보유계약을 다른 은행으로 넘기고 있다. 양사의 합병 결정 후 서울지점의 주요 기능이 축소되면서 일부 계약을 유지할 수 없게 되자 정리를 시작한 것이다.
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CS서울지점은 지난달 일부 고객사에게 ‘노베이션(novation) 진행에 동의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경개(更改)라는 의미를 가진 노베이션은 법률적으로 기존 계약을 소멸하고, 새로운 계약을 맺는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주로 지점 폐쇄, 축소 등으로 기존 계약을 유지할 수 없을 때 고객사와의 계약을 그대로 다른 금융사에 넘기는 과정을 노베이션으로 부른다. 특정 계약의 당사자인 은행이 제3의 은행에 권리와 의무를 이전하고, 자신은 원래 계약에서 빠져나가는 것을 말한다.
사실상 계약 당사자 변경이다. CS서울지점은 기존 계약을 해지하지 않고 다른 금융사에 넘겨 계약을 정리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기존 계약을 해지할 경우 위약금 등의 책임이 따르지만 노베이션 절차를 거치면 이를 피할 수 있다. 고객사도 굳이 새로운 계약자를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다.
지난 3월 UBS가 유동성 위기에 빠진 CS를 인수하기로 결정한 후 CS서울지점의 역할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CS서울지점이 강점을 보였던 IB부문 사업이 크게 축소된 것으로 전해진다. CS서울지점은 고객사에게 보낸 편지에서 “특정 사업에서 철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노베이션은 해당 계약을 CS서울지점이 ‘경쟁매각’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기존 계약을 두고 다른 금융사들이 경쟁을 벌이는 방식이다. 외국계 은행의 계약은 주로 계약의 성격이나 규모 등을 봤을 때 주로 다른 외국계 은행에게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앞서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도 2015년 한국 철수를 공식화 한 후에 기존 계약을 노베이션하면서 정리했다. 2018년에는 UBS 은행 부문이 한국에서 철수하면서 기존에 보유한 계약을 다른 외국계 은행으로 넘긴 사례가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과거 외국계 은행의 서울지점이 철수할 때도 노베이션을 통해 기존 계약을 정리했다”며 “정리 과정에서 위기를 겪었던 CS보다 더 우량한 외국계 은행에 계약이 넘어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8일 공정거래위원회는 UBS그룹과 CS그룹의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금융투자업 시장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할 우려가 없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금융시장 충격 최소화를 위해 신속한 심사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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