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연구원, 이산화탄소와 메탄 반응시켜 ‘합성가스’ 제조
합성가스는 플라스틱, 알코올 등 석유화학 원료 핵심 물질
국내 연구진이 이산화탄소(CO2)를 석유화학 원료인 합성가스로 전환하는 플랜트(산업 시설)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연간 8000톤(t) 규모 합성가스를 생산할 수 있는 세계 최대 시설이다. 특히 플랜트 구축에 필요한 소재·공정을 모두 국산화해 향후 해외로 기술 수출도 가능할 전망이다.
한국화학연구원은 5일 울산광역시 남구 부흥산업사 공장에 ‘이산화탄소 활용 건식개질 플랜트’를 완공하고 기술 실증화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건식개질 플랜트란 이산화탄소와 메탄을 반응시켜 합성가스를 제조하는 시설이다.
세계 각국은 2050년 탄소중립(실질적인 탄소 배출량 0) 달성을 위해 이산화탄소와 메탄 등을 저감하는 탈(脫)탄소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산업 시설에서 나오는 탄소를 잡아 재활용하는 ‘CCU'(탄소포집·활용) 기술이 주목받는 상황이다.
이에 화학연은 CCU 기술 중 이산화탄소를 합성가스로 제조하는 건식개질 기술에 주목했다. 이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 화학연은 부흥산업사와 10년 넘게 원천촉매 개발과 공정 연구 등을 수행했다.
그 결과 최근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나타내는 합성가스 제조 기술을 확보했다. 수소(H2)와 일산화탄소(CO)로 이뤄진 합성가스는 플라스틱, 알코올, 암모니아 등 다양한 화학원료의 핵심 물질이다.
기존 합성가스 생산 시설은 그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했다. 하지만 화학연은 탄소 배출이 사실상 없는 실증 촉매와 맞춤형 공정을 개발했다. 실증 촉매는 합성가스 제조 공정에 약 1만 시간을 적용할 수 있는 안전성까지 확보했음을 확인했다.
장태선 화학연 화학공정연구본부 책임연구원은 이날 머니투데이와 통화에서 “이번에 구축한 CCU 플랜트는 국내 기술 중 가장 성숙도가 높다고 자부할 수 있다”며 “연간 8000톤의 합성가스를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화학연과 부흥산업사는 올해 플랜트 운영과 후속 연구를 통해 촉매 효율을 높이고 공정을 최적화한다. 특히 합성가스를 활용해 초산, 메탄올, 디메틸카보네이트 제조 등 응용 기술 연구를 수행한다. 내년부턴 CCU 제품을 본격 상용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영국 화학연 원장은 “이번 세계 최대 규모 이산화탄소 활용 건식개질 플랜트는 핵심 촉매와 공정 개발을 국산화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며 “CCU 기술이 탄소중립 실현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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