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약품 풀어놓은 듯 황화·백화현상 등 수질오염 심각
“최상류인데 물놀이도 못 해요”…정부, 복구사업 ‘백년하청’
(태백=연합뉴스) 배연호 기자 = ‘황지천이 최상류인데…물놀이도 못 하잖아요’
최근 강원 태백시민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내용이다.
황지천은 태백을 남북으로 관통해 흐르고, 낙동강은 태백 시내인 황지연못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상류의 물은 깨끗하고 맑다는 상식이 태백에서 통하지 않는다.
계곡물마다 폐광 갱내수로 오염됐기 때문이다.
태백지역 대표 계곡 중 하나인 지지리골은 폐광 갱도에서 쏟아지는 갱내수로 오염된 지 오래다.
◇ 하천 바닥 밀가루 같은 흰 침전물 가득
계곡 바닥은 밀가루와 같은 흰 침전물이 쌓여 있고, 사방댐에 고인 물의 빛깔은 화학약품을 풀어놓은 듯 혐오스럽다.
갱내수에 섞인 ‘알루미늄 성분이 일으키는 화학작용'(백화현상)이다.
지지리골은 돌 위에서 돼지 익는 소리인 ‘지지직’에서 계곡 이름이 나왔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로 과거 인기 있는 나들이 장소였다.
과거 화전민이 많이 살았던 소롯골 상황도 마찬가지다.
소롯골 꼭대기에 설치한 폐광 갱내수 자연정화 시설 안의 물은 붉고 진한 황톳빛을 띠고 있다.
물에 섞인 철 성분으로 말미암은 황화현상이다.
◇ 31개소에서 유출…정화시설 8개소 불과
백화현상과 황화현상으로 대표되는 탄광지역 계곡과 하천의 수질오염은 ‘광산 개발에 따른 피해'(광해·鑛害)다.
5일 태백시 자료를 보면 현재 태백지역에서 폐광 갱내수가 유출되는 곳은 총 31개소이고, 대부분 계곡이다.
심창보 태백시의회 의원은 “광해의 심각성은 광산이 문을 닫았는데도 수십 년 이상 계속된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그의 지적대로 중금속을 가득 머금은 갱내수의 원인인 광산(탄광)은 대부분 석탄산업합리화 조치 시행 직후 문을 닫았다.
탄광 구조조정인 석탄산업합리화 조치는 34년 전인 1989년 시행됐고, 태백에서만 석탄산업합리화 조치 시행 첫해에만 전체 46개 탄광의 33%인 15개 탄광이 폐광했다.
현재 태백에 남은 탄광은 1개다.
◇ “폐광은 일사천리, 복구는 ‘백년하청'”
그러나 30년이 훌쩍 지난 현재까지 폐광 갱내수 유출 장소에 정화시설이 설치된 곳은 전체의 26%인 8개소에 불과하다.
나머지 23개소에서는 폐광 갱내수가 그대로 낙동강 상류인 황지천으로 유입되고 있다.
태백시는 최근 광해광업공단에서 열린 2023년 2분기 광해방지 태백지역협의체 회의에서 보성, 태영, 서룡, 협성 등 폐광 4개 탄광에 대한 수질정화사업의 조기 착공을 건의했다.
심 의원은 “현재 상황이라면 나머지 폐광 갱내수 유출 장소에 정화시설을 설치하는 데만 수십 년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석탄산업합리화는 일사천리로 시행한 정부가 광해방지사업에 대해서는 ‘백년하청'(百年河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폐광 갱내수의 정화 등 광해복구는 환경문제를 넘어 고원 관광휴양 레저스포츠 도시라는 태백시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며 “이런 중요성을 인식하고 광해복구사업의 조속하고 완벽한 시행을 정부에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b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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