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세대 반응 살피는 테스트베드·입소문용으로 온라인 활용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편의점업계에서 이른바 ‘O4O'(Online for Offline) 마케팅이 힘을 받는 모양새다.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해 오프라인 매출을 극대화하는 전략으로, 오프라인 점포의 판매 비중이 90%에 달하는 편의점에 특히 유용한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된다.
편의점 주력 소비층인 2030세대가 즐겨 쓰는 온라인을 일종의 ‘테스트베드’로 삼아 반응을 살펴본 뒤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CU는 지난 1월 자체 애플리케이션 ‘포켓CU’에서 출시한 숙취 해소 젤리가 젊은 층으로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한정 수량이 매진되자 3월 말 해당 제품을 오프라인 매장에 배치했다.
온라인에서 상품력이 검증된 만큼 실제 매대에서도 잘 팔릴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CU의 판단은 적중했다. 이 제품은 월간 기준으로 20%대의 높은 판매 신장률을 보이며 CU의 대표적인 차별화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온라인에 하루 이틀 먼저 제품을 출시해 ‘입소문’을 노리는 전략도 눈에 띈다.
CU의 연세우유크림빵 황치즈맛은 지난해 12월 오프라인 매대에 진열되기 이틀 전 CU포켓에서 예약구매 형태로 먼저 출시됐다.
온라인에서 상품 검색이 된 뒤 순식간에 소셜미디어(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회자했고, 예약구매 시작 10분 만에 2천개가 팔려나가며 최단 시간 최다 판매량 기록을 세웠다.
이러한 인기는 오프라인으로도 이어져 한동안 디저트 카테고리 매출 1위를 유지했다.
고대1905 맘모스빵, 백종원 고기짬뽕 등도 ‘선(先)온라인 후(後)오프라인’ 마케팅으로 매출 상위권에 오른 상품이다.
CU는 이러한 성공에 힘입어 지난 2월 아예 온라인으로 상품을 먼저 판매해본 뒤 오프라인 출시 여부를 결정하는 신규 상품 소싱 프로세스를 도입했다.
온라인 판매 데이터가 상품에 대한 관심도와 수요, 나아가 상품의 흥행 여부를 예측해볼 수 있는 훌륭한 가늠자라고 봤기 때문이다.
다른 편의점들도 유사한 마케팅 전략의 효용을 경험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8월 자체 애플리케이션 ‘세븐앱’으로 포켓몬 피규어 3천개를 먼저 출시해 판매 추이를 확인한 뒤 오프라인 매장에 공급해 준비한 물량 10만개를 모두 팔아치웠다.
GS25의 주류 상품 ‘디사론노’도 온라인을 거쳐 오프라인 스타가 된 사례다.
칵테일 제조에 쓰이는 디사론노는 GS25가 2020년 7월 론칭한 온라인 주류 예약·주문시스템 ‘와인25플러스’에서 판매돼 인기를 끌었다.
GS25는 해당 데이터를 통해 2030세대가 즐기는 ‘믹솔로지'(주류를 섞어 마시는 것), ‘홈술'(집에서 마시는 술) 트렌드를 감지, 디사론노를 전국 오프라인 매장에 재출시해 높은 판매고를 올렸다. 디사론노는 지금도 적지 않게 팔리는 ‘스테디셀러’다.
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영업을 근간으로 해온 편의점이 모바일 플랫폼 기반의 이커머스 인프라를 갖추게 되면서 판매 방식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이러한 ‘O4O’ 마케팅 경향은 시간이 갈수록 더 뚜렷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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