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골드바와 적금을 파는 편의점이나 술을 파는 헬스앤뷰티 스토어처럼 오프라인 유통업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손가락 하나로 모든 것을 구매할 수 있는 온라인 커머스가 갈수록 확장되는 상황에서 이전과 같이 단순한 소매점 역할만 해서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고객이 원하는 모든 것을 오프라인에서 경험해볼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이 이들이 찾은 돌파구다.
3일 업계에 따르면 CJ올리브영은 서울 강남과 을지로 등 주요 매장에 주류 판매대를 별도로 설치했다.
올리브영은 원래 CJ 사옥 등에 위치한 임직원 대상 매장에서만 주류를 판매해왔다.
그런데 뜻밖에 일반 고객들도 이곳에서 주류를 많이 찾았다.
가능성을 확인한 올리브영은 정관에 ‘주류 제조업 및 도소매업’을 사업목적으로 추가하고, 지난해 말부터 서울 명동과 여의도 등 일부 매장에서 시범적으로 주류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후 주류 판매 매장을 점차 확대해 현재는 100여개 매장에서 와인과 하이볼 등 15가지 주류를 선보이고 있다.
올리브영은 또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등에 더해 여성 기능성 속옷도 판매하고 있다.
편의점은 이미 만물상이 됐다.
편의점 CU는 지난달 22일 페퍼저축은행과 6%대 금리의 적금을 내놨는데, 열흘 만에 전체 판매 계좌 중 50%가 팔렸다.
GS25가 지난해 도입한 금 자판기는 최근 금값 상승의 덕을 톡톡히 봤다.
현재 GS25 10개점, GS더프레시 19개점에서 금 자판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해 9월 이후 9개월간 24억원어치나 팔렸다.
GS25는 연내에 금 자판기 설치 매장을 50곳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마트24는 지난 3월 노래방 기기와 수입차인 미니쿠퍼를 선보였다.
편의점들은 이 밖에도 반려동물 돌봄 서비스나 전시회 티켓까지 판매하면서 오프라인 소매점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가전 양판점 전자랜드는 온라인 배달업체와 손잡았다.
지난달부터 배달의 민족 일상용품 배송서비스인 ‘배민스토어’에 입점해 중소형 가전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우선 서울 용산과 경기도 일산 등 5개 매장 인근 10km 지역에서 배민으로 주문하면 193개 제품을 곧바로 배송한다. 향후 서비스 매장 수를 늘려갈 계획이다.
롯데백화점은 국립박물관 굿즈를 판매하는 팝업을 선보였고, 신세계백화점은 백화점으로는 처음으로 다이아몬드 나석(세공된 원석)을 직매입해 내놓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업이 무한경쟁 시장이 되면서 업종 간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며 “기존에 취급했던 상품뿐 아니라 고객 경험을 확장할 수 있는 다양한 시도를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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