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한국 경제가 0.3% 성장해 두분기 연속 역성장을 피했다. 수출 부진이 이어지고 있지만 코로나19 방역조치 종료 이후 민간소비가 늘어난 것이 성장률을 끌어올렸다. 한국은행은 올해 상반기까지는 우리 경제가 0%대 부진한 성장세를 이어가다가, 하반기 들어 경기가 회복하면서 연간 1.4%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란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한은은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잠정치)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0.3%로 집계됐다고 2일 밝혔다. 지난 4월25일 발표된 속보치와 동일한 수치다. 분기별 실질 GDP는 지난해 1분기 0.6%, 2분기 0.7%, 3분기 0.3%까지 성장세를 기록한 뒤 수출 급감으로 4분기 -0.4%로 마이너스로 전환했지만 올해 1분기 민간소비에 힘입어 가까스로 역성장을 피했다.
앞서 한은은 올해 상반기 0.8%, 하반기 1.8% 성장해 연간 성장률이 1.4%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이날 “과거 고성장하던 시기랑 다르게 저성장 기조로 접어들었고, 잠재성장률도 낮아진 상태이기 때문에 1분기에 0%대가 나오게 됐다”며 “상반기까지는 부진한 흐름을 보이다가 하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이 올라가는 ‘상저하고’ 흐름을 보일 전망”이라고 말했다.
지출항목별로 살펴보면 1분기 민간소비가 오락·문화, 음식·숙박 등 서비스를 중심으로 0.6% 증가했고 정부소비는 사회보장 현물 수혜가 늘어 0.4% 증가했다. 건설 투자는 건물 건설 확대로 1.3% 성장했다. 반면 설비투자의 경우 반도체 장비 등 기계류 중심으로 5.0% 급감했다.
속보치와 비교하면 건설투자가 1.1%포인트, 민간소비와 정부소비가 각각 0.1%포인트씩 상향 조정됐다. 설비투자는 1.0%포인트 하향됐다. 수출은 반도체 등의 감소에도 운송장비 등의 호조로 4.5% 증가했다. 수입은 화학제품 등이 늘어 4.2% 증가했으나 수출 상승폭에는 못 미쳤다.
1분기 성장률에 대한 민간소비 기여도는 0.3%포인트로 분석됐다. 순수출은 성장률을 0.2%포인트 끌어내렸다. 반도체 등 수출부진으로 무역수지 적자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민간소비가 그나마 성장률을 높인 셈이다.
1분기 명목 국민총소득(GNI)은 전분기 대비 2.7% 늘었다. 실질 국민총소득 증가율은 1.9%로 실질 국내총생산 성장률(0.3%)을 상회했다. 실질 GNI는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의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실제 손에 쥐는 소득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물가 수준을 나타내는 GDP 디플레이터는 전년 동기 대비 1.4% 상승했다.
1분기 총저축률(33.4%)은 국민총처분가능소득 증가율(2.6%)이 최종소비지출 증가율(1.5%)을 상회함에 따라 전기 대비 0.7%포인트 상승했다. 국내총투자율은 32.1%로 설비투자 감소 영향을 받아 1.5%포인트 하락했다.
이날 함께 발표된 ‘2022년 국민계정(잠정치)’에 따르면, 지난해 실질 GDP는 2.6% 성장했다. 건설투자와 설비투자는 감소하고 수출·수입의 증가세가 둔화했지만 역시 민간소비 증가폭이 확대된 것이 성장세를 뒷받침했다.
지난해 명목 GDP는 2161조8000억원으로 전년보다 3.9% 성장했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이 지난해 12.9% 상승하면서 미국 달러화 기준으로는 전년 대비 7.9% 감소한 1조6733억달러를 나타냈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4248만7000원원으로 전년보다 4.5% 증가했으나 역시 달러화 기준으로는 3만5523달러에서 3만2886달러로 7.4%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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