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단 엔진 짧고 2·3단 길어져, 길이는 30여m…액체연료 ICBM 기반해 1단 제작
발사대 없이 콘크리트 패드 위에서 고정 발사…”발사장 급조”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북한이 1일 위성체를 탑재한 우주발사체가 동창리 새 발사장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솟구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공개하면서 발사장 구조와 발사체 수준이 어느 정도 확인됐다.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된 사진에는 북한이 올해 초부터 공사에 들어간 새 발사장 구조와 각종 지원 시설물도 포착됐다.
◇ ICBM 기반으로 발사체 제작…1단 추진체 짧아
먼저 3단으로 제작된 우주발사체 ‘천리마 1형’은 신형으로 형상 자체가 특이하다.
전체 길이는 30여m로 추정되는데, 1단 추진체의 길이가 짧고 2·3단이 더 길어 보인다. 1단 길이가 짧다는 것은 그만큼 연료와 산화제가 적게 들어간다는 뜻이다.
북한이 국제해사기구(IMO)에 통보한 1단, 페어링, 2단 낙하좌표를 보더라도 1단 낙하지점이 2012년 은하 3호 로켓의 1단 낙하지점보다 100㎞가량 발사지점에서 가깝다. 연소 시간이 은하 3호 1단보다 짧다는 것이다.
북한 기술자들이 1단 로켓 길이를 왜 짧게 만들었는지는 현재 해군이 진행중인 잔해 수색작업을 통해 관련 부속품들이 인양된다면 분석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화염 형태 등으로 볼 때 1단 추진체 엔진은 액체 연료를 사용했음이 확인됐다.
화염을 내뿜는 엔진 노즐은 4개로 추정된다. 백두산 엔진 4개를 클러스터링(결합)한 것으로 보이며, 이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엔진 구조와 같다.
결과적으로 ICBM 엔진을 기반으로 우주발사체 엔진을 개발한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은 옛 소련제 RD-250 트윈엔진(쌍둥이) 2세트(4개 엔진)를 모방해 백두산 액체엔진을 개발했다.
장영근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은 “신형 발사체는 예상한 대로 액체로켓을 사용했다”면서 “촬영 각도에 기인하여 2개의 노즐인지, 4개의 노즐을 가진 백두산엔진인지 명확하지 않으나, 1단 추진체의 길이가 짧아 연소 시간도 상대적으로 짧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장 센터장은 “1단 추진체의 연료와 산화제 탱크가 작아 탑재 추진제 용량이 예상보다 상당히 적어 보인다”며 “이는 은하 3호 발사체의 1단 추진체 낙하 거리보다 짧은 것에 대한 설명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1단 낙하지점은 서해 한중 잠정조치수역으로, 서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약간 벗어났다. 전북 어청도에서 200여㎞ 떨어진 해상이다. 남측이 낙하한 1단 추진체를 인양하지 못하도록 최대한 중국 쪽으로 비행하도록 비행 방향을 설정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했다.
◇ 2·3단 추진체 길고 상단 ‘페어링’은 과도하게 굵어
2·3단 추진체 길이를 키운 것도 특이하다. 새 구조여서 엔진도 새로 만들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했다. 엔진을 새로 만들었다면 지상에서 충분한 연소 시험을 거쳐야 하는데 북한은 이 과정을 단축했을 가능성이 크다.
장 센터장은 “2단 추진체의 길이는 1단에 비해 상당히 짧은 것이 통례지만, 북한 신형 발사체의 2단 추진체 길이는 상대적으로 길어 보인다”면서 “(북한이 예고한) 2단 추진체의 낙하지점이 은하 3호에 비해 450㎞ 이상 더 멀리 낙하하는 이유로서 타당하다”고 말했다.
북한이 예고한 2단 낙하지점은 동창리에서 은하 3호보다 먼 거리의 해상에 낙하할 것으로 분석된 바 있다. 2단 로켓의 연소 시간이 은하 3호보다 더 길고 비행 속도도 훨씬 빨라질 것으로 추정된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1단 엔진부는 화성 17형 엔진을 그대로 사용했더라도 2, 3단이 새로운 설계여서 설계 과정에서 결함이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발사체는 1단 비행 방향을 중국 쪽으로 최대한 향하도록 했고, 1단 분리 후 2단 점화 때 발사방위각 변경(kick turn)을 시도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엔진 점화가 제대로 되지 않아 추력 상실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됐다.
국가정보원도 전날 국회 정보위원회 현안보고에서 “과거에는 1·2 단체(추진체)의 비행경로가 일직선이었지만, 이번 발사는 서쪽으로 치우친 경로를 설정하면서 횡기동을 통해 동쪽으로 무리한 경로 변경을 하다가 기술적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우주발사체 상단에 있는 페어링(위성덮개)의 직경도 2·3단 동체보다 더 굵다.
가분수 형태의 페어링은 통상 대형 우주발사체의 형상인지만, 북한은 너무 과도하게 이를 키웠다는 분석도 나온다.
장 센터장은 “페어링의 직경이 2, 3단 동체의 직경보다 상당히 커졌는데, 이러한 가분수 형태의 위성발사체 형상은 통상 대형 발사체가 취하는 특성”이라면서 “현재의 북한 신형 발사체의 로켓 추진시스템은 다수의 중대형 엔진을 클러스터링하는 대형 발사체로 분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형 페어링은 신형 발사체의 발사용량 능력을 과대하게 선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키운 형상이 확실해 보인다”며 “이번에 공개한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에도 이러한 형상의 페어링이 요구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 발사대 없이 콘크리트 패드 위에서 발사
새로 건설한 발사장의 구조도 특이하다.
새 발사장은 기존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서해 쪽으로 3∼4㎞ 거리에 건설했다. 갠트리 타워(발사대)를 세우지 않았고 두꺼운 사각형 콘크리트 패드 위에 발사체를 세워 고정해 놓고 발사했다.
발사체 조립 건물은 콘크리트 패드 위에 설치한 발사 고정장치까지 레일로 이동하도록 설계한 것으로 관측된다.
3개의 철탑에 피뢰침을 설치했고 콘크리트 패드 네 군데에 조명 시설도 만들었다. 야간에도 작업을 한 것으로 보여 발사장을 급하게 건설한 것으로 보인다.
장 센터장은 “지난 2개월 동안 급조해서 건설한 새 발사장에서 발사했다”며 “새 발사장에는 갠트리 타워 없이 지상에 두꺼운 발사 패드를 축조하고 발사고정장치를 장착하여 세워진 발사체를 고정한 후 발사했다”고 설명했다.
콘크리트 패드에 커다란 구멍을 뚫어 1단 엔진 노즐에서 발생하는 화염을 바닷가 쪽으로 향하도록 지하 화염유도로를 구축했다고 장 센터장은 덧붙였다.
threek@yna.co.kr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