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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혹한기 나홀로 뜨거운 K-콘텐츠 스타트업…수출 효자 ‘우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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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제64회 그래미어워드 현장 /사진제공=빅히트뮤직

금리 인상, 수출 부진 등 대내외 경제여건 악화에도 불구하고 드라마·영화, 음원, 웹툰·웹소설 등 K-콘텐츠 기업들에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벤처투자 위축으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스타트업들이 많지만 K-콘텐츠 관련 스타트업들에는 수천억원이 넘는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고 있고, 주식시장에선 외국인들이 엔터주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글로벌 위상이 더욱 커진 K-콘텐츠가 반도체에 이어 한국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31일 음원 지식재산권(IP) 전문 투자·관리 기업 비욘드뮤직은 최근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프랙시스캐피탈파트너스로부터 2000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2021년 말 프랙시스캐피탈파트너스 등에서 약 2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것까지 포함해 이 회사의 누적 자산운용액(AUM)은 약 5000억원을 달성했다.

비욘드뮤직의 비즈니스 모델은 우량 음원 IP 카탈로그를 대규모로 매입하고 적극적인 가치 제고 활동을 통해 보유 음원 IP의 가치를 높이는 방식이다. 현재 김현식, 전인권, 이승철, 이소라, 박효신, 성시경, 아이유, 태연 등 2만7000곡 이상의 음원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이날 종합 콘텐츠 스튜디오 플레이리스트도 미국 실리콘밸리 벤처패피탈(VC) 알토스벤처스와 하나증권 Club1 WM센터에서 142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플레이리스트는 2017년 네이버 자회사 네이버웹툰과 스노우가 공동 출자해 설립됐다. 원천 IP 기획부터 제작·유통까지 가능한 역량을 갖추고 있으며, 히트작 드라마를 만든 크리에이터가 대거 포진해 있다.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약한영웅 Class 1’, 국내 첫 쇼츠 드라마 ‘편의점 고인물’ 등이 대표작이다.

2019년 설립된 콘텐츠엑스는 최근 IBK중소기업은행 등에서 13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콘텐츠엑스는 K-팝의 성장세에 맞춰 엔터사를 위한 콘텐츠 마케팅과 콘텐츠 유통·기획 등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설립 3년 차인 2021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밖에 버추얼 보이그룹 플레이브를 개발한 블래스트, 여성들을 위한 센슈얼 오디오 드라마 플랫폼 ‘플링(PLING)’을 운영하는 센슈얼모먼트, 웹툰 IP 스튜디오 소이미디어 등 K-콘테츠 스타트업들도 수십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얼어붙은 벤처투자 시장이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지만 K-콘텐츠 관련 업종에는 꾸준히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집계한 올해 1분기 벤처투자 동향에 따르면 이 기간 벤처투자액은 8815억원으로 전년 2조2214억원 대비 60.3%(1조3399억원) 줄었고, 업종별 감소폭은 △유통·서비스 77.5% △ICT서비스 74.2% △게임 73.7% 순으로 컸다.

지난 수년간 투자가 몰렸던 바이오·의료 업종도 투자액이 63.3% 줄었다. 전기·기계·장비를 비롯해 ICT 제조, 화학·소재 등 모든 분야에서 감소세를 보였으나 K-콘텐츠 업종인 영상·공연·음반만 유일하게 8.5% 증가세를 보였다. 벤처투자 업계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월 넷플릭스로부터 25억달러(약 3조3300억원) 투자 약속을 받는 등 K-콘텐츠는 한국의 미래 산업으로서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며 “주력 수출산업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돈냄새 맡은 외국인, 사재기하는 이 주식…’수출 효자’ K-콘텐츠

그룹 뉴진스(NewJeans) 해린, 하니, 민지, 다니엘, 혜인이 20일 오후 서울 반포구 서울웨이브아트센터에서 열린 ‘리바이스 150주년 기념이벤트’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04.20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K-콘텐츠에 국내외 자금이 몰리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 부동의 1위 수출 품목인 반도체의 뒤를 이어 K-콘텐츠가 ‘수출 효자’로 한국경제의 새로운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K-콘텐츠는 앨범·공연과 같은 본업 매출 외에도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연관 산업의 경제가치 창출로 이어진다. 드라마와 영화·예능·다큐멘터리 등 영상 콘텐츠를 넘어 웹툰·패션·뷰티·푸드 등 이종 산업 전반으로 성장세를 확산시킬 수 있다.

31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K-콘텐츠 관련 수출은 지난해 130억1000만달러(약 17조원)로 역대 최대 흑자를 기록하며 무역수지 개선에 주요한 역할을 했다.

2016년부터 2022년까지 콘텐츠산업 수출액은 연평균 11.6%씩 큰 폭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이는 같은 기간 대표적인 수출품인 가전(80억5000만달러), 전기차(98억2000만달러) 수출액을 크게 뛰어넘은 수준이다.

외국인 투자자들도 성장세를 기대하며 엔터테인먼트 종목에 집중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YG엔터테인먼트와 JYP엔터테인먼트, 하이브 등 3개 종목은 최근 한 달간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 20위 안에 모두 이름을 올렸다.

엔터테인먼트 업종은 연일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엔터테인먼트 주식에 큰 관심을 보이는 것은 향후 추가적인 실적 성장이 예상되는 데다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4대 기획사의 각 신인 그룹들이 데뷔를 앞두고 있고 공연도 재개되면서 실적 호조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이선화 KB증권 연구원은 “아티스트 파이프라인이 늘어나고 IP 가치가 상승하면서 라이선스 매출액이 안정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이현지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최근 엔터사 매출 중에서 눈에 띄게 성장한 매출 중 하나가 MD(Merchandise) 매출”이라며 “팝업 스토어, 자사몰 등을 통해 투어 관련 MD뿐 아니라 상시 MD를 구매하는 팬덤이 확대되고 있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양한 IP가 해외까지 무대를 넓히면서 음반과 공연이라는 엔터 업종의 본업도 튼튼한 기반을 갖춰 나가고 있다. 차유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엔터사 자체 팬덤과 해외 유통 채널 강화·확보로 데뷔 전·초부터 팬덤 구축이 가능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제2 반도체 ‘K-콘텐츠’ 집중 육성해야”


K-콘텐츠의 성장 잠재력과 맞물려 관련 스타트업들도 벤처투자 혹한기 상황을 뚫고 대규모 투자유치에 잇따라 성공하고 있다. 정부도 K-콘텐츠 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문체부는 올해 K-콘텐츠를 더욱 육성하고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역대 최대규모인 7900억원의 정책금융을 지원한다. 이를 통해 2027년까지 K-콘텐츠 수출액은 220억달러로 끌어 올린다는 계획이다.

한국벤처투자도 모태펀드 문화계정 수시 출자를 통해 지원 사격에 나섰다. 모태펀드 문화계정에서 325억원을 출자해 총 617억원의 벤처펀드를 신규 조성, K-콘텐츠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K-콘텐츠를 ‘제2의 반도체’로 만들겠다는 각오로 보다 적극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K-콘텐츠를 수출 주력 산업으로 만들어 무역수지 적자를 최소화하고 경기불황의 극복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콘텐츠산업 중 지식정보·광고 등 비중이 큰 분야는 아직 영미 선진국이 주도하고 있다”며 “한국이 선전하고 있는 게임·음악·영화 등의 분야는 세계 콘텐츠 시장의 10% 내외에 불과하다. 수출이 부진한 분야에 대한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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