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북한이 ‘우주발사체’라고 주장하며 31일 쏘아 올린 로켓이 엔진 고장으로 서해에 추락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까지 위반하며 국제사회 반발을 무릅쓰고 발사를 강행했지만, 목표 고도에도미치지 못한 채 비행이 중도 실패하면서 머쓱해진 모양새가 됐다.
이는 최근 우리나라가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의 첫 ‘실전 발사’에서 실용위성을 목표 궤도에 올리며 성공한 것과 크게 대조된다.
그렇다면 어떤 기술적·구조적 차이가 이런 상반된 결과를 낳은 걸까.
전문가들에 따르면 누리호와 천리마-1은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우주발사체로 3단으로 구성된 점은 같지만, 이를 제외하면 구조와 연료 등 모든 면에서 다르다고 한다.
특히 이번에 천리마-1은 2단계 엔진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전해졌는데, 북한도 공식 발표를 통해 엔진과 연료의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인정했다.
북한 국가우주개발국은 “위성운반로켓 천리마 1형에 도입된 신형 발동기 체계의 믿음성과 안정성이 떨어지고 사용된 연료의 특성이 불안정한 데 사고의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고 해당 과학자, 기술자, 전문가들이 구체적인 원인 해명에 착수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이번에 쏜 우주발사체는 ‘백두산 액체엔진’을 기반으로 제작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백두산 엔진은 하나의 터보 펌프로 양쪽 연소실에 연료를 공급하는 쌍연소실 방식을 쓴다. 듀얼 체임버(쌍연소실) 방식은 엔진 하나에 노즐이 2개씩 달리게 된다. 이 엔진 하나 추력은 80t으로 추정된다.
이에 비해 누리호 엔진은 단일 연소실을 사용하며 엔진 하나의 추력이 75t이다.
천리마-1 1단에는 백두산 엔진 2개가 들어가는 만큼 160t가량 추력을 내지만, 누리호에는 75t급 액체엔진 총 4개가 장착돼 300t의 추력을 낸다.
아래 달린 노즐의 수는 같지만, 추력은 2배 가까이 차이 나는 것이다.
천리마-1 2단은 단일 체임버 방식 백두산 엔진 1기를 쓰고, 3단은 3t급 소형 액체엔진 2기를 쓰는 것으로 추정된다.
누리호는 2단에 75t 엔진 1기, 3단에 7t 엔진 1기를 쓴다.
액체엔진은 액체연료와 우주에서 연료가 불이 붙게 만드는 산화제를 쓰는데, 어떤 연료를 쓰는지도 차이가 난다.
북한 발사체는 액체연료로 비대칭디메틸히드라진(UDMH)과 사산화이질소를 주로 쓰고 산화제로는 독성이 강한 적연질산을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상온에 저장이 가능하고 발사체에 주입한 채 유지할 수 있어 탄도미사일 연료 등으로 쓰인다. 하지만 독성이 큰 게 단점으로 연소 중에 대기오염 물질인 질소산화물도 발생한다.
반면 누리호는 케로신(등유)과 액체산소를 연료와 산화제로 쓴다.
액체산소는 연소효율이 뛰어나지만, 영하 183도에서 보관해야 하므로 주입 시 바로 발사해야 한다. 또 발사대와 발사장의 기술력도 뒷받침돼야 한다.
김승조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전 원장(서울대 명예교수)는 “북한의 로켓은 1950~1960년대 옛소련 기술로 기술력이 크지는 않다고 본다”며 “특히 기계 가공 기술 면에서 우리보다 훨씬 부족하기 때문에 단분리 같은 기계적 요소들에서는 성공 확률이 낮다”고 말했다.
누리호는 과학임무용 주탑재 위성 1기와 큐브 위성 7기를 실었지만, 북한은 천리마-1에 군사용 정찰위성을 실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서방 주요 국가들은 천리마-1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프로그램 관련 기술’을 포함한 시험 용도라고 보고 있다.
shj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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