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스타트업 투자·육성을 맡고 있는 액셀러레이터(AC)와 중소형 벤처캐피탈(VC)의 가장 큰 애로사항이던 펀드 ‘수탁’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유망 K-스타트업들이 더 많이 발굴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진다.
29일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액샐러레이터협회(AC협회)는 지난 25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회원사들의 펀드 수탁을 맡아줄 협력 수탁사로 신한투자증권과 유안타증권 두 곳을 선정했다.
AC협회 회원사들은 앞으로 협력 수탁사를 통해 합리적인 수준의 수수료를 내고 수탁을 맡길 수 있게 됐다. 최근 몇 년간 이어졌던 ‘수탁 대란(大亂)’이 일단락될 것이란 전망이다.
그동안 AC와 중소형 VC는 공들여 출자자(LP)를 모으고도 수탁기관을 구하지 못해 개인투자조합과 벤처투자조합(벤처펀드) 결성에 애를 먹었다. 수탁사가 소규모 펀드 수탁을 거부해왔기 때문이다.
현행 벤처투자촉진법(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개인투자조합(결성액 20억원 이상)이나 벤처펀드(금액 무관)를 조성할 땐 의무적으로 수탁 계약을 맺어야 한다.
AC의 경우 개인투자조합만 결성할 수 있었지만 2020년 8월 벤처투자촉진법 개정으로 벤처펀드도 결성할 수 있게 되면서 사실상 중소형 VC와의 경계가 허물어졌다.
투자촉진 위한 법 개정에도 ‘수탁’ 문제가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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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같은 투자 촉진 기조에도 불구하고 수탁 문제가 스타트업 투자를 발목 잡았다. AC협회가 지난해 자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설문에 응답한 45개 AC 중 86.6%가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수탁사 확보’ 문제를 꼽았다.
수탁업무는 주로 은행과 증권사가 담당한다. 이들이 소형 펀드를 외면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2021년 라임·옵티머스펀드 사태 이후 수탁사의 의무와 책임이 강화돼 업무 부담이 늘어난 데다 대규모 펀드에 비해 수익성은 떨어져서다.
실제로 연간 수탁 수수료는 펀드 약정총액의 0.10%(10bp) 수준에 불과해 행정력 대비 수익성이 낮다. 펀드 약정총액의 1%(100bp) 수준을 수탁 수수료로 요구하는 터무니없는 조건의 수탁 계약도 있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일부 AC·VC는 ‘쪼개기’ 방식을 통해 펀드를 우회 결성했다. 예를 들어 LP로부터 30억원의 투자금을 모았다고 하면 수탁 의무가 없는 20억원 미만의 펀드, 15억원·15억원으로 각각 나눠 운용하는 형태다.
2024년 6월까지 1년간 협약 유지…재협약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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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협회의 이번 ‘협력 수탁사’ 선정은 이 같은 번거로운 절차를 없애는 것은 물론 비싼 수탁 수수료 문제도 해결해 업계의 숨통을 확 트이게 만들고, 초기 스타트업 투자를 보다 활성화하는 묘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AC협회 소속 회원사들은 신한투자증권과 유안타증권에 수탁하면 최대 0.3% 이하의 수수료만 부담하면 된다. 협의를 통해 더 낮추는 것도 가능하다. 펀드 규모와 상관없이 수탁사가 정한 일정 비용을 부과하는 정액제로 운용되지 않는다.
특히 AC협회는 ‘수탁사는 협회가 의뢰한 수탁을 적극 수용한다’는 합의를 이끌어내며 수탁 거부 가능성을 현격히 낮췄다. AC협회와 신한투자증권·유안타증권 간 협약식은 다음달 8일 진행된다. 협약 기간은 1년이며, 종료 시점에서 재협약 가능하다.
신진오 AC협회 회장은 “이번 협약을 통해 업계 숙원으로 꼽혔던 수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벤처창업과 투자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벤처투자 업계에서 AC의 역할이 보다 커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안정적인 전담 수탁사가 생기는 것은 파격적인 결정”이라며 “신한투자증권과 유안타증권의 통 큰 결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협약을 통해 수탁이 원활하도록 지원하고 투자 리스크를 관리하는 등 상호 윈윈하는 투자 생태계를 조성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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