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누리호 75톤 액체엔진 1.5초 첫 점화, 가장 기억”
“처음 가장 무섭고 긴장, 하지만 첫발 떼야 나아갈 수 있어”
‘2016년 5월 3일.’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고도화사업단장은 7년여 전 그날을 기억하고 있었다. 75톤(t) 누리호 액체 엔진 첫 연소시험에 성공했던 날이다. 연소 시간은 단 1.5초. 불꽃 같은 순간이었지만 그 시간을 통해 누리호는 지난 25일 실용위성 8기를 싣고 18분58초(1138초)간 우주를 누빌 수 있었다.
“2016년 5월 전까지 누리호는 연소 불안정이 빈번했어요. 점화하면 터지곤 했죠.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1년 넘게 각고의 노력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1.5초 연소시험에 성공했는데 그때처럼 긴장된 적이 없었어요. 지금의 누리호를 만든 역사적인 순간이었습니다. 첫발을 떼는 게 정말 중요했던 것 같아요.”
고 단장은 연구 커리어에서 가장 의미 있는 순간으로 누리호 엔진의 첫 점화를 꼽았다. 한 달 뒤 연소시간은 75초로 늘어났고 2018년 11월 발사한 75t 액체엔진 시험발사체는 151초간 연소하며 고도 209㎞에 도달했다. 이어 75t 엔진 4기를 묶어 누리호를 완성했다.
고 단장은 2000년 항우연에 합류해 액체추진 과학로켓(KSR-III), 나로호(KSLV-I) 개발에 기여했다. 누리호 개발 12년 중 4년은 핵심 연구자로, 2015년부터는 사업을 진두지휘한 사령탑이다. 러시아 도움을 받았던 나로호와 달리 누리호는 모든 부품과 시스템을 독자 개발해 숱한 시행착오를 겪었다.
고 단장은 “나로우주센터 시설과 누리호는 우리 손으로 만들어 실패를 통해 발전할 수밖에 없었다”며 “다만 실패해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문제가 생기면 시스템에 반영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것들이 모여 지식이 되고 누리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고 단장은 “무슨 일이든 첫발을 내딛는 게 가장 무섭고, 긴장된다”며 “로켓을 처음 개발할 때도 여기저기 문제가 생겨 어렵고 갑갑했다”고 했다. 이어 “그렇지만 첫발을 떼야 나아갈 수 있다”며 “나로호 사업을 포함해 액체엔진 연소시험 등 첫발을 못 뗐다면 누리호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정환 ‘외유내강형 리더십’도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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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우연 안팎에선 고 단장을 ‘외유내강형 리더’로 평가한다. 구성원 의견은 존중하되 의사결정은 칼같이 내리는 스타일 때문이다. 지난해 6월 누리호 2차 발사 당시 1단부 산화제 탱크 레벨센서 결함을 연구진 의견을 따라 1·2단을 분리하지 않고 50시간 만에 보완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만약 실패했다면 누리호 사업이 휘청할 수도 있었다. 이번 누리호 3차 발사에서 문제가 됐던 ‘누리호 시스템 제어 컴퓨터와 발사대 헬륨 저장탱크 제어 컴퓨터 간 통신’ 문제도 이런 시스템으로 13시간30분만에 해결했다. 실무자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는 스타일이다.
고 단장은 본인의 리더십에 대해 “특별한 철학은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우주 로켓 기술은 수많은 구성품이 있고 각각의 책임자 의견을 듣고 따라주는 게 중요하다”며 “그래서 실무자들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려고 노력해 왔던 것 같다”고 했다.
고 단장은 이번 3차 발사 임무 성공에 대해선 “우리 실용위성을 우리 땅에서 우리 발사체로 우주 궤도에 보낸 첫 번째 사례”라며 “앞으로 누리호 고도화사업을 통해 2027년까지 기업과 추가로 3차례 발사하는 과정도 우주개발의 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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