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너지 전체 구간(110m)…빔 점진 가속해 전류 21.3μA 도달
중이온가속기, 자연 상태에 존재 않는 ‘희귀 동위원소’ 생성 가능
美·中·日·獨·佛 등 기초과학 강국과 다른 방식으로 빔 인출 ‘쾌거’
한국이 2010년부터 1조5184억원을 투입해 구축한 중이온가속기(RAON)가 저에너지 전체 가속구간(110m)에서 빔(Beam)을 시운전하는 데 성공했다. 최근 누리호(KSLV-II) 3차 발사 성공에 이어 과학계가 만든 또 다른 쾌거다. 특히 RAON은 미국·프랑스·독일·중국·일본·캐나다 등의 가속기와는 다른 방식이어서 향후 국내 기초과학 경쟁력 강화가 기대된다.
2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IBS(기초과학연구원) 중이온가속기연구소는 지난 23일 오전 11시33분 가속기 저에너지 전 구간에 대한 빔 가속과 빔 인출에 성공했다. 아르곤(Ar) 빔을 점진 가속해 빔 전류를 21.3μA(마이크로 암페어·시간당 빔 전하량)까지 도달시켰다.
RAON은 아르곤·우라늄과 같은 무거운 이온을 가속(초속 30만㎞)하고 그 빔 전류를 특정 입자나 물질에 충돌시키는 연구시설이다. 이를 통해 자연 상태에 존재하지 않는 ‘희귀 동위원소'(Rare Isotope)를 만들 수 있다. RAON이란 이름도 이처럼 희귀 동위원소를 가속한다는 의미가 담겼다.
RAON은 가속기동과 극저온 설비 등 제반 시설건설을 2021년 5월에 완공했다. RAON 가속장치는 저에너지 구간(가속모듈 54기, 전체 길이 110m)과 고에너지 구간(가속모듈 48기, 전체 길이 180m)으로 나뉜다. 이번에 빔 인출 성공은 저에너지 전체 구간이다.
빔 인출은 국내 기술만으로 설계·제작한 시설과 장비들이 연계해 작동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국내 과학자들은 향후 RAON을 활용해 우주와 원소의 기원, 별의 진화 과정을 밝힐 수 있다. 또 반도체, 이차전지, 항암치료 등 소재·의료분야의 혁신과 산업적 파급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된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24일 시운전 결과에 대해 국내 가속기 전문가들로 구성된 전문가 회의를 소집했다. 빔 인출 데이터를 검토한 결과, 기술적 목표치 달성을 확인했다. 초전도 가속기와 극저온 시스템, 중앙제어시스템 등 제반 장치·설비의 건전성과 정합성도 확인했다. 이 검토 결과는 지난 26일 과기정통부 주관 중이온가속기 사업추진위원회를 통해 최종 확정했다.
오태석 과기정통부 1차관은 “금번 시운전 성공은 그간 막대한 국가 예산이 투입된 한국형 초전도 중이온 가속기의 주요 장치와 설비들의 목표 성능 구현과 정합성을 확인한 차원에서 그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 성능 최적화 과정을 거쳐 내년 하반기부터 창의적이고 선도적인 국제 공동연구가 이곳에서 활발히 펼쳐질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시운전 결과를 토대로 가속시스템에 대한 성능 최적화, 각종 실험장치들과 연계 시운전, 가속기를 활용한 국내외 연구 제안서 선정 기준 마련 등 후속 절차를 마련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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