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밸리-서강대학교]교수창업기업 케어메디
“전기삼투현상 활용한 인슐린펌프 개발”
“시중의 패치형 인슐린펌프보다 주입 정확도가 훨씬 높습니다. 더 정확한 인슐린 치료가 되는 거죠. 한 번 붙이면 1.5배 많이 쓸 수 있어서 가격 대비 성능도 좋습니다. 두께·무게도 3분의 2 수준이에요.”
신운섭 케어메디 대표(61)가 자사가 개발한 패치형 인슐린펌프 ‘케어레보’를 두고 이같이 설명했다. 케어메디는 서강대학교 화학과 교수이기도 한 신 대표가 창업한 교수창업기업이다. 신 대표는 수십년간 연구해온 ‘전기삼투현상’을 인슐린 투약 분야에 적용해 케어레보를 개발했다.
“인슐린, 기계로 밀어내는 대신 전기화학 현상으로 투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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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삼투현상은 막으로 분리된 물질에 전압을 가하면 유체가 이동하는 화학 현상이다. 액체의 농도를 활용하는 삼투현상과는 다르다. 신 대표는 이를 인슐린펌프 의료기기에 적용하는 기술을 연구·개발해왔다.
신 대표는 “인슐린펌프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미국 인슐렛사의 ‘옴니팟’은 통에 담긴 인슐린을 물리적·기계적으로 밀어내는 방식으로 체내에 투약시킨다”며 “케어메디는 물리적·기계적 방법 대신 전기삼투현상을 활용해 인슐린을 체내에 투약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신 대표가 개발한 전기삼투 기술은 투약 정확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경증이나 식사 중에는 일정 수준의 오차도 괜찮지만 중증 당뇨병 환자의 공복기에는 투약량의 미세한 차이가 혈당수치를 크게 좌우한다. 신 대표는 “투약량의 정확도만큼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편의성도 높다. 물리적으로 약물을 밀어내는 장치가 빠진 덕이다. 인슐린 용량을 옴니팟(2ml)보다 1.5배 많은 3ml로 늘렸다. 케어메디는 케어레보를 옴니팟과 같은 가격으로 판매한다는 계획인데, 이렇게 되면 환자들은 같은 가격에 1.5배 더 오랫동안 인슐린을 맞을 수 있다.
아직 인허가 단계지만 이미 투자자들은 케어메디에 120억원의 투자금을 베팅했다. 현재 시장은 미국 인슐렛사가 독점하고 있지만 케어메디가 시장구도에 균열을 낼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다. 업계는 인슐린펌프 시장이 2025년 95억달러(12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30여년 전기화학 연구, 인슐린펌프로 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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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어메디 창업의 계기가 된 것은 2010년이다. 1995년 교수가 된 신 대표는 2010년 연구년을 맞아 텍사스대학교(오스틴 캠퍼스)에 방문 연구를 갔다가 전기삼투현상에서 가스가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신 대표는 해당 기술을 응용해 당뇨병 관리, 인슐린 투약 분야에 기술을 응용하기로 계획한다.
2015년에는 기술 사업화를 위해 케어메디를 창업했다. 교수직을 겸하면서 한 창업인 덕분에 대학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연구개발도 지속됐다. 신 대표는 “일반적인 스타트업이었다면 기술 고도화를 위한 인프라를 구비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라며 “교수창업인 덕에 수많은 장비를 사용할 수 있었고 다른 교수들과의 연구 협력이나 문헌 접근도 가능했다”고 말했다.
케어메디도 대학에 성과를 공유하고 있다. 특허를 서강대와 케어메디의 이름으로 공동 출원하고 케어메디가 서강대의 특허 지분만큼 기술이전료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케어메디는 이런 방식으로 현재까지 총 다섯 번 기술을 이전하고 서강대에 연간 1~3억원의 이전료를 지급했다.
신 대표는 “수많은 연구장비와 각 분야 최고 지식·노하우·인력이 모여있는 대학에서 기술을 연구하고 창업한다는 것은 굉장한 축복”이라며 “전 세계 어디에서든 산업계와 학계가 클러스터링돼 있는 이유가 다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강대뿐 아니라 우리나라 모든 대학이 산업계와 협력해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교수이자 창업가로서 필요한 기술 필요한 곳에 쓰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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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어메디에 올해는 어느 때보다 중요한 해다. 9~10월이면 케어레보의 의료기기 인허가 절차가 완료된다. 인슐린펌프를 체내 이식형에서 패치형으로 사업모델을 피봇팅한지도 2년이 된 만큼 성과를 내야 할 시기기도 하다. 인허가가 완료되면 케어메디는 혈당측정기 제조사이자 케어메디의 최대투자사인
아이센스를 통해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신 대표는 케어레보가 상대적으로 중증인 1형 당뇨병 환자들에게 특히 더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신 대표는 “교수로서 꼭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기술을 개발하고 그들이 그 기술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게 동시에 창업가로서 사업을 성공시키는 길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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