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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빚으로 연명한 사장님들… 부실 폭탄 ‘째깍째깍’
② “아프니까 사장이다”… 벼랑 끝의 자영업자
③ “힘들 때 우산 씌워준다”… 소상공인 금융지원 늘리는 은행권
④ 윤석열 ‘1호 공약’ 소상공인 살리기 금융정책 뭐 있나
#. 서울 마포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건호씨(45·가명)는 올 하반기가 걱정이다. 마스크 전면 해제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완화로 손님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지만 여전히 매출은 코로나19 확산 이전의 절반 수준에 머물러 있다. 김씨는 “물가가 오르면서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진 손님들이 외식비부터 줄이는 분위기”라며 “다달이 청구되는 임대료와 관리비를 내느라 빠듯한데 그동안 연장해 왔던 대출금 상환유예도 올 9월 말 종료돼 빚을 어떻게 갚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던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한숨이 점점 커지고 있다. 정부가 3년 4개월 만에 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 주기적 유행)을 선언했지만 소상공인들은 경기 침체와 소비 둔화, 물가 상승 등으로 소득이 늘지 않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고금리까지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어서다.
사실상 코로나19 기간을 빚으로 연명해 온 소상공인은 그동안 유예됐던 대출 원리금을 당장 올 9월부터 갚아야 하는 상황에 처해 고심이 깊다. 여러 금융사로부터 대출받은 소상공인들이 한계에 처하면 국내 경제의 부실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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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6개월 만에 끝나는 상환유예
머니S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이 만기연장 원금·이자 상환유예한 개인사업자(소상공인) 대출 잔액을 취합한 결과 5월19일 기준 17조6838억원으로 집계됐다.
세부적으로 보면 ▲만기 연장 대출 잔액 16조9800억원 ▲원금 상환 미뤄준 대출 잔액 6186억원 ▲이자 유예된 대출 잔액 852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상환유예된 원금과 이자가 5대 은행에서만 총 7038억원에 이른다.
앞서 금융당국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의 자금 숨통을 트여주기 위해 2020년 4월부터 대출 만기를 연장하고 대출 원금과 이자 상환도 유예했다.
당초 금융당국이 정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의 종료 시점은 2020년 9월까지였지만 예상보다 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하면서 모두 5차례 연장됐다.
당시 금융당국은 소상공인 대출 만기를 금융권과의 자율 협약에 따라 최장 3년간 연장할 수 있도록 했고 상환유예의 경우 최장 1년간 추가 지원했다. 따라서 올 9월 말부터 상환유예한 소상공인 금융지원이 종료돼 대출 부실이 대폭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예정대로 상환유예 조치는 추가 연장 없이 올 9월 말 종료할 계획”이라며 “상환을 미룰수록 고금리 속 누적되는 이자만 많아질 뿐 결국 면제를 해주는 지원이 아니어서 상환유예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저금리 대환 프로그램 등 정책금융도 나왔기 때문에 만기연장 이용 차주 수는 지난해 6월 말 53만4000명에서 최근 약 40만명으로, 같은 기간 상환유예 이용 차주 수는 3만8000명에서 2만명 이하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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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 대출 70%는 다중채무… 연체율도 상승
문제는 은행 대출만으론 영업이 어려워 소상공인 10명 중 7명은 이미 다중채무자의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이다. 다중채무자는 금융사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대출자를 의미한다. 이들은 빚을 갚기 위해 빚을 또다시 내는 이른바 ‘돌려막기’하는 경우가 많아 부실 가능성이 큰 취약 채무자로 구분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전 금융권의 소상공인 대출 잔액은 1019조8000억원으로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말(684조9000억원) 대비 48.9% 급증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다중채무자의 대출 잔액은 720조3000억원으로 45.8% 늘었다. 소상공인 대출 70.6%는 부실 우려가 크다는 얘기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소상공인 대출에서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은행권보다 저축은행, 여신전문금융사(캐피탈사 등), 대부업 등 고금리 업권의 대출 증가율이 더 가파르다는 것.
은행권 소상공인 대출 잔액이 2019년 말 464조7000억원에서 2022년 말 618조5000억원으로 33.1% 증가하는 동안 고금리 업권의 대출 증가율은 54.4%에 달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새마을금고와 대부업 132.5%, 저축은행 84.2%, 상호금융 84%, 보험사 78.8% 등의 순으로 증가율이 높았다.
그동안 상환유예 조치로 가려졌던 소상공인 잠재 부실은 조만간 수면 위로 드러날 전망이다. 소상공인 대출 연체율은 이미 오르기 시작했다. 소상공인 대출 연체율은 ▲2018년 말 0.32% ▲2019년 말 0.29% ▲2020년 말 0.21% ▲2021년 말 0.16% 등으로 떨어졌으나 지난해 말 0.26%로 1년 만에 0.10%포인트 올랐다.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하위 30%)이거나 저신용(7~10등급)인 소상공인 취약차주 수 역시 2019년 말 23만9000명에서 지난해 말 33만8000명으로 10만명 가까이 급증했다.
특히 소상공인 다중채무자 연체액은 같은 기간 6조7000억원에서 2021년 6월 말 4조8000억원으로 줄었다가 지난해 말 8조100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이에 소상공인 다중채무자 연체율은 2019년 말 1.4%에서 지난해 6월 말 0.7%로 떨어졌다가 지난해 말 1.1%로 올랐다.
한은 관계자는 “2012년 관련 통계 편제 이래 소상공인 다중채무자 연체액은 지난해 말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소상공인 연체율이 지난해 하반기 이후 오르고 있다”며 “특히 다중채무이거나 저소득 등 소상공인 중에서도 취약차주의 연체율 상승률은 더 높은데 앞으로 더 올라갈 가능성이 상당히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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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힘든데 더 불어난 이자 “연장 vs 종료” 의견 팽팽
소상공인 부채의 질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대출 금리는 오를 대로 오른 상태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올 2~4월 5대 은행의 개인사업자 보증서 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4.73~5.19%로 지난해 10~12월(4.87~5.52%)과 비교해 금리 상단이 0.33%포인트 떨어졌다.
하지만 코로나19 금융지원이 시작되기 이전인 2020년 1~3월(2.69~3.35%)과 비교해선 금리 상한단이 각각 2.04%포인트, 1.84%포인트 올랐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올해 안에 기준금리 인하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힌 만큼 소상공인들은 이전보다 2%포인트 안팎의 더 많은 이자 상환을 시작해야 한다는 얘기다.
소상공인 대출자 수가 지난해 말 307만명으로 1인당 소상공인 평균 대출액(1019조8000억원/307만명)은 3억3000만원으로 추산된다. 금리가 3%에서 5%로 오르면 연 대출이자가 990만원에서 1650만원으로 660만원 오른다.
한 달 이자가 44만원 늘어나는 셈으로 매출 부진에 빠진 소상공인 입장에선 고물가, 전기료 등 공공요금 인상과 함께 이자까지 급증해 경영 애로가 가중될 전망이다.
특히 저소득 소상공인의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저소득 소상공인 대출 잔액은 119조9000억원으로 2019년 말에 비해 69.4% 늘어 중소득과 고소득(42.4%)에 비해 증가율이 높았다.
연체율 역시 저소득 소상공인의 경우 2019년 말 1.4%에서 지난해 9월 말 0.7%까지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가 지난해 말 1.2%까지 올랐다.
고소득 소상공인의 경우 2019년 말 0.7%에서 2022년 6월 말 0.4%까지 하락했지만 지난해 말 0.7%로 0.3%포인트 소폭 상승하는 데 그친 것과 비교하면 저소득 소상공인의 연체율 상승세가 더 가파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관련 업계에선 상환유예를 추가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본부장은 “코로나19 확산 이전 수준으로 소상공인 매출을 회복하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며 “영업 타격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빚 상환을 요구하면 이들의 부실이 한국 경제의 또 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빚 갚을 능력이 없는 소상공인에게 눈덩이처럼 불어난 대출 상환을 언제까지 마냥 미뤄줄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은 “코로나19 엔데믹에도 수익을 회복하지 못하고 정부의 지원이 아니면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며 살아남을 수 없는 소상공인을 끌고 가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소상공인 입장에서도 안되는 사업을 유지하는 것도 유익하지 않은 만큼 상환유예보다 이들이 새 출발을 할 수 있도록 폐업·재창업 지원, 재취업 등 출구 전략을 마련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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