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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人] (20) 콘크리트도 치료?…자가 치유 기술개발 최세진 교수

연합뉴스 조회수  

‘생체모방형 나노소재 캡슐’ 활용…캡슐서 나온 액체가 균열 메워

친환경 콘크리트 연구도 매진…”환경에 악영향 인식 바꿔주고 싶어”

[※ 편집자 주 =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지방 대학들은 존폐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대학들은 학과 통폐합, 산학협력, 연구 특성화 등으로 위기에 맞서고 있습니다. 위기 속에서도 지방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대학 구성원들을 캠퍼스에서 종종 만나곤 합니다. 연합뉴스는 도내 대학들과 함께 훌륭한 연구와 성과를 보여준 교수와 연구자 또 학생들을 매주 한 차례씩 소개하려고 합니다.]

연구 설명하는 최세진 교수
연구 설명하는 최세진 교수

[촬영:임채두 기자]

(익산=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보이지 않는 콘크리트 내부의 균열도 치료할 수 있습니다.”

최세진 원광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는 27일 인체가 아닌 인공구조물을 치료하는 개념을 설명하면서 말에 힘을 실었다.

그는 교수 연구실 곳곳에 있는 모형 구조물을 이리저리 돌리면서 ‘세상에 없던 연구’의 개요부터 천천히 읊었다.

그가 동료 교수와 합작해 SCIE급 국제학술 저널인 ‘Materials’에 게재한 논문의 제목은 ‘3D 프린팅 캡슐의 제조와 자가 회복형 시멘트 복합체 특성’이다.

논문의 제목에서 눈에 들어오는 단어는 ‘자가 회복형’이다.

시멘트에 자갈이나 골재 등을 섞어 굳힌 콘크리트에 균열이 생기면, 시멘트 곳곳에 집어넣은 ‘캡슐’이 터지면서 자가 치유를 한다는 개념이다.

3년여에 걸친 연구 끝에 최 교수는 이 ‘생체모방 나노소재 융복합 건설기술’의 초석을 다졌다.

그의 연구를 요약하자면, 먼저 마이크로미터(㎛, 100만분의 1m) 크기의 캡슐 안에 생체모방 소재를 넣는다.

자연의 자가 회복 메커니즘에 근거한 생체모방은 잘린 도마뱀의 꼬리가 자라나고 덩굴이 담장을 올라타는 등의 모습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생체모방 소재는 주로 레진, 보렉스 등 합성수지와 키토산계 폴리머를 쓴다.

점도, 탄성계수, 강도 등 여러 면을 따져 적합한 조합을 고안한 것이다.

특히 콘크리트에 생긴 균열의 충격으로 캡슐이 깨지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으니, 캡슐의 두께는 세심하게 조절해야 한다.

이러한 물질이 들어간 캡슐을 시멘트에 대량으로 넣고 섞어 콘크리트를 만든다.

콘크리트 어느 지점에서 균열이 생기더라도, 균열 바로 옆에 이 캡슐이 위치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양이여야 한다.

최 교수는 깨진 캡슐에서 흘러나온 액상이 굳어 콘크리트의 균열을 메우는 결과까지 연구로 확인했다.

굳어진 물질의 강도가 콘크리트와 유사하지 않다면 그 또한 낭패이니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었다.

이러한 자가 회복은 사회적 중요도가 높은 원전 구조물, 터널, 해양 구조물 등을 유지·관리하는데 필수 기술이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다만 아직 전 세계적으로 기초 연구 단계라 이렇다 할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

‘성공’에 근접한 최 교수도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최 교수는 “캡슐을 대량 생산할 방법을 찾아야 하고 경제성도 고려해야 하고 캡슐이 깨진 이후의 상황을 지속해서 관찰할 시스템도 필요하다”며 “이런 기술을 현재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연구 설명하는 최세진 교수
연구 설명하는 최세진 교수

[촬영:임채두 기자]

그는 이러한 융복합 건설기술뿐만 아니라 ‘친환경 콘크리트’에도 관심이 많다.

전체 콘크리트의 50∼60%를 시멘트가 아닌 친환경 소재로 대체하는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대체제는 고로 슬래그, 플라이 애시 등이다.

고로 슬래그는 제철의 용광로에서 1년에 약 1천만t이 나오는 불순물로, 처리가 쉽지 않아 골칫덩어리였지만 최 교수는 이를 분말로 만들어 시멘트에 재사용했다.

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석탄재, 플라이 애시 또한 1년에 800만t이 나오는데 이를 시멘트에 접목해 긍정적인 효과를 확인했다.

이런 대체제를 사용하는 친환경 콘크리트 연구는 시멘트가 뿜어내는 어마어마한 이산화탄소의 양이 배경이 됐다.

대략 시멘트 1t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0.9t이 나온다고 한다.

최 교수는 “기후에 악영향을 미치는 시멘트 공정 과정을 더욱 친환경적으로 바꾸자는 게 기본 콘셉트”라며 “회색 콘크리트 건물은 산업화의 상징이어서 친환경과 거리가 멀다는 인식이 있다. 콘크리트도 환경친화적으로 다양한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doo@yna.co.kr

연합뉴스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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