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5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한 데 이어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4%로 하향 조정했다. 수출 부진이 지속되고 소비 회복세가 둔화하면서 성장률 전망치를 3개월 만에 0.2%포인트 낮춰 잡은 것이다. 한은 전망치1.4%는 국내외 기관 가운데 최저 수준이다. 글로벌 경기둔화 여파로 성장률 눈높이가 계속 낮춰지면서 이르면 올해 연말 금리인하 시기가 임박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2월 금통위는 2021년 8월 이후 1년 6개월 동안 금리인상 행보를 멈추고 ‘숨 고르기’에 나섰는데 지난달에 이어 이달에도 세 번 연속 동결을 결정하면서 금리인상 사이클이 종점에 달했다는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이날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미국(4.75~5.00%)과의 기준금리 격차는 상단 기준 역대 최대인 1.75%포인트를 유지하게 됐다.
한은이 이달 금리 동결을 결정한 배경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이 점차 둔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4개월 만에 3%대로 떨어진 만큼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향후 물가경로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현안질의에 참석해 “지난달 물가가 3.7%로 떨어졌고 앞으로도 하향 추세를 당분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이날 한은은 수정 경제전망에서 현재 3.5%인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그대로 유지했다. 장기적인 시계에서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점차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지만, 근원물가가 예상보다 더디게 꺾이고 있고, 최근 전기·가스요금 등 물가 인상 요인이 가세하면서 향후 물가 경로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1.6%에서 1.4%로 0.2%포인트 낮춰잡았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기대보다 미미하고 수출 주력품인 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치면서 무역적자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앞으로 통화정책의 주요 변수는 경제성장률”이라며 “연간 1%대 초반으로 성장률 눈높이가 연속 낮아질 경우 연내 금리인하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