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일의 혁신기업답사기]<3>정지원 알고케어 대표 인터뷰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주변에는 ‘혁신’을 위해 피·땀·눈물을 흘리는 창업가들이 많습니다. 그들이 꿈꾸는 혁신을 공유하고, 응원하기 위해 머니투데이 유니콘팩토리가 김홍일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 대표와 [혁신기업답사기]를 연재합니다. IB(투자은행) 출신인 김홍일 대표는 창업 요람 디캠프 센터장을 역임하고 현재는 벤처캐피탈리스트로 활동 중인 베테랑 투자전문가입니다. 스타트업씬에선 형토(형님 같은 멘토)로 통합니다. “우리 사회 진정한 리더는 도전하는 창업가”라고 강조하는 김 대표가 만난 세 번째 주인공은 정지원 알고케어 대표입니다.
서울대학교 법학과와 로스쿨 졸업 후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4년간 변호사로 활동하며 결혼과 육아까지 완벽하게 다 해냈던 워킹맘이 갑자기 창업가의 길로 들어섰다. 뭐든 잘 해내야 하는 성격 탓에 늘 피곤한 삶이 이어졌지만 정작 ‘나’를 케어해줄 수 있는 곳을 찾기란 어려웠다. 내게 맞는 영양제인지도 모른채 지인이 먹는 영양제를 따라 구입하는 게 일상다반사였다. 매일 나에게 필요한 영양제를 누군가 알아서 챙겨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사업모델로 구현했다. 실시간 맞춤 영양관리 서비스 알고케어를 2019년 11월 설립한 정지원 대표(38)의 이야기다.
김홍일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정지원 대표를 처음 만난 건 2020년이다. 김홍일 대표가 디캠프 센터장으로 재임 당시 알고케어가 디캠프 데모데이인 4월 디데이에 참여해 우승을 차지했고 7월엔 공덕 프론트원 개관 1호 기업으로 입주하며 디캠프와의 인연을 이어갔다.
알고케어는 토탈 헬스케어 솔루션 기업으로 인공지능(AI)기반의 실시간 1대 1 맞춤 영양관리 서비스 나스(NaaS, Nutrition as a Service)를 개발했다. 나스는 △273가지 영양성분, 5만여개 의약품, 3000여개 의약학 논문을 면밀히 분석·검토해 개발한 헬스케어 인공지능 ‘알고케어 AI’ △IoT(사물인터넷) 영양관리 가전 ‘뉴트리션 엔진’ △뉴트리션 엔진에 최적화한 4㎜의 프리미엄 영양제 ‘뉴트리션 보틀’ △모바일 헬스케어 앱 ‘알고케어 앱’ 등 4가지로 구성됐다.
정지원 대표는 2022년 제품 출시를 목표로 달렸으나 예상보다 1년간 늦춰진 올해 3월 B2B(기업간거래)용 제품을 선보였다. 제품 출시 지연 이유에 대해 정 대표는 “우리 제품은 디바이스와 소프트웨어, 영양제, 알고리즘까지 총 4가지를 개발해야 한다”며 “이중 하드웨어인 뉴트리션 엔진을 외주업체에 맡겼는데 시장에 내놓을 수 없는 상태였다. 결국 내부 하드웨어 개발자를 채용해 새로 만들면서 출시일이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가정용은 올해 4분기에 출시할 예정이다.
정 대표는 알고케어가 고객 경험을 완전히 바꾸는 혁신적인 영양관리 솔루션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정 대표는 “수십년간 영양제 섭취 방식이나 제품에 큰 변화가 없었다. 지인에게 추천을 받아 사놓고도 유통기한이 지나 버리기 일쑤였다”면서 “앞으로는 제품을 사는 게 아니라 영양관리 서비스를 통해 매일 개개인에게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받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헬스케어 서비스는 보다 쉽고 편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헬스케어는 너무 어렵고 유용성도 없었다. 기존 헬스케어 서비스를 이용해보면 달라는 정보는 많은데 결국 듣게 되는 건 잠을 잘 자라, 식사를 규칙적으로 해라, 운동해라 등 엄마의 잔소리 같은 조언들뿐이었다. 이런 뻔한 말들은 유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알고케어는 사용자를 제대로 알고 케어해준다와 알고리즘으로 케어해준다는 중의적 표현”이라면서 “1대 1 맞춤형 영양제 분석을 위해 한번만 자신의 건강설문 검사와 사용자가 동의한 건강정보들을 분석하면 이후로는 할 게 아무것도 없다. 누구나 지속적으로 편하게 건강관리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이를 테면 황사가 심한 날에는 비타민C와 아연, 미네랄 등이 기본적으로 들어간다. 이들은 면역력을 강화해주는 영양제로 황사 심한 날 좋은 영양제로 추천된다. 칼슘과 철분이 모두 필요한 사용자에게는 두번 나눠 먹게 해준다. 칼슘과 철분은 함께 먹으면 흡수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개인 건강정보가 다뤄지는 만큼 보안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정 대표는 “직접 사용하다보니 내 건강정보를 우리 개발자들이 보는게 꺼려졌다. 그래서 계정정보와 건강정보를 각각 다른 서버에 나눠 보관하는 방식으로 분리했다”며 “즉 헬스팀은 익명의 건강정보만 볼 수 있고 개발팀은 계정정보만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알고케어는 요즘 스타트업 업계의 이슈 한 가운데 있다. 변호사 출신인데다 지고는 못사는 성격에 대기업의 아이디어 베끼기에 대해 중소벤처기업부에 기술분쟁조정을 신청하는 등 법적공방에 나섰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아이디어 보호에 대해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스타트업의 생태계가 발달한 미국이나 이스라엘에서는 아이디어 탈취가 드러날 경우 사회적으로 매장당하기 때문에 시도하지 않는다. 법과 제도로 해결하는 게 아니라 사회·문화적으로 해결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김홍일 대표가 질문하고 정지원 대표가 답한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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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제품을 2022년초에 출시한다고 했는데 1년 늦어졌다. 무슨 일이 있었나.
A) 저희 제품이 개발해야하는 게 많다. 디바이스는 물론 소프트웨어, 영양제, 알고리즘까지 총 4가지를 만들어야 한다. 이중 하드웨어만 외주 개발사에 맡겼는데 결과적으로 시장에 팔수 없는 상태로 나왔다. 이 때문에 지난해 1~4월 가장 힘든 시기를 보냈다. 2년 넘게 매달려왔는데 외주업체에 맡긴다는 의사결정이 잘못됐다는 걸 인정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개발자를 채용하고 새로 만들면서 출시일이 늦어졌다.
Q) 2020년 7월 프론트원 개관 1호 기업으로 입주했다. 당시 아이디어 공개를 두려워했는데, 무슨 사연이 있나.
A) 당시에도 저희 제품이 영양제에 대한 사용자의 경험을 바꿀 ‘게임체인저’라는 확신이 있었다. 하지만 (제조)경험이 부족하다보니 하드웨어를 잘 만들려면 2년정도 걸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제품 개발이 가시화되면 공개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고 디데이에서도 사이드로 하고 있는 사업모델을 발표했었다.
Q) 알고케어의 차별화된 강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A) 고객 경험이 완전히 바뀐다는 것이다. 그동안 영양제는 지인에게 추천을 받아서 먹다가 결국 다먹지 못하고 유통기한이 지나서 버리기 일쑤였다. 이제 제품을 사는 게 아니라 영양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고객사의 사용자 후기를 보면 영양제를 꾸준히 먹어본 적이 없었는데 9개월째 먹고 있을 정도로 너무 편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Q) 영양제 성분이 다른가.
A) 영양제의 품질은 원료, 원료사, 제조사 3가지를 보면 된다. 저희는 서울대 의·약사로 이루어진 알고케어 랩스에서 원료를 소싱하며, 임상적으로 효과가 있다고 나온 영양 성분만 쓴다. 예를 들면 철분의 경우 등급을 매긴 후 원하는 원료가 제조사에 없으면 직접 원료사로부터 구입해 제조사에 공급할 정도다. 물론 제조사에서는 좀 싫어한다. 이같은 방식으로 원료를 쓰기 때문에 원료사도 100% 공개할 수 있다.
Q) 변호사를 하다가 창업을 했다. 다시 태어나면 어떤 길을 가고 싶나.
A) 무조건 창업이다. 다시 태어나면 창업을 좀더 일찍 할 것 같다. 20대에 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Q) 창업을 해서 좋은 것은 무엇인가.
A) 제일 좋은 것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기 발전과 자기인식이 빠른 것도 장점이다. 직장(로펌)을 다닐 때는 선배가 도와주기 때문에 크게 어긋나는 일이 없어 자신의 결점이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반면 창업을 하면 의사결정의 여파와 결과가 엄청 크다. 그렇게 시행착오를 겪다보면 자기인식이 빨리 된다. 내가 뭘 실수했는지,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 등에 대해 빠르게 알아가게 된다.
Q) 창업 후 자신에 대해 알게 된 건 무엇인가.
A) 친구들이 특이하다고 하는 이유를 몰랐다. 창업 후에야 무모할 정도록 겁 없이 의사결정을 하는 부분에 대해 친구들도 특이하다고 했구나 알게 됐다.
Q) 무모한 것은 자신감의 다른 표현일 수도 있다. 부모님의 교육이 궁금하다.
A) 자유방임형이었다. 창업할 때 가족들 반대가 있었는지 묻는 분들이 있는데 ‘가족들이 왜 반대하지’라고 생각했다.
Q) 본인을 포함해 사내 의사, 약사 모두 서울대 출신이다. 명문대 출신 인재 채용이 제품개발에 도움이 되나.
A) 전문성 차원에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명문대여서 채용한게 아니라 모교라 쉽게 커뮤니티에 먼저 올린 거고, 일을 재미있어 하는 창업멤버가 약사라 친구들을 데려오면서 그렇게 됐다.
Q) 제일 힘든 건 무엇인가.
A) 사람이다. 내부, 외부 모두 사람 관리가 가장 힘들다.
Q) 알고케어의 비전은 무엇인가.
A) 쉽게 일상적으로 쓰이면서 실제로 유용한 헬스케어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다. 그동안 헬스케어는 너무 어렵고 유용성도 없었다. 헬스케어 서비스를 이용해보면 달라는 정보는 많은데 결국 듣게 되는 건 잠을 잘 자라, 식사를 규칙적으로 해라, 운동해라 등 엄마의 잔소리 같은 조언들뿐이었다. 이런 뻔한 말들은 유용하지 않다.
Q) 본인의 헬스케어를 위해 영양제 섭취 외에 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A) 명상을 하루에 5분정도 한다. 매일은 못하고 일주일에 3~4회 한다.
Q) 알고케어 제품은 한 대당 300명이 쓸 수 있나.
A) 기기 한대당 300~500명이 쓸수 있다. 다만 접근성 측면에서 50명 정도 사용을 추천한다.
Q) 가정용도 있으면 좋겠다.
A) 가정용도 개발하고 있다. 올 4분기에 출시할 예정이다.
Q) 글로벌 진출 계획도 있나.
A) 한국 사용자가 전세계에서 가장 똑똑하고 제일 까탈스럽다. 그래서 한국인으로 태어나 한국에서 사업하는 게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한국 사용자를 만족시킬 수 있으면 글로벌하게 만족시킬 수 있다는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는 직접 진출하고, 그 외 지역에는 현지 파트너를 통해 진출할 계획이다.
Q) 국내에서는 개인정보 동의를 하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해 내가 처방받았던 의약품에 대한 정보를 알고케어에 줄 수 있는데 미국에도 그런 시스템이 되어 있나.
A) 미국에는 사기업들과 협업이 가능하다. 헬스케어 서비스를 위한 각종 레귤레이션(정보보안 규제)을 다 만족하도록 해놨다.
Q) 데이터가 쌓이면 제약회사에서 협업을 원할 것 같다.
A) 이미 제약사들과 미팅을 몇차례 했다. 아직은 좀더 운영되는 걸 보고 싶어한다.
Q) 국내에선 사업 아이디어 보호에 대한 인식이 낮다. 그래서인지 카피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 같다.
A)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콜럼버스의 달걀’을 아이디어로 보호할 건지 여부를 생각하면 된다. 대기업도 처음부터 스타트업을 베끼려고 하는 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스타트업의 사업모델을 보고 직접 해볼만하다 싶으면 신사업으로 추진한다. 나중에 문제가 되면 세계적으로 비슷한 사업모델을 찾아내는 방식으로 대처하는 게 현실이다.
Q) 해외는 어떤가.
A) 스타트업의 생태계가 발달한 미국이나 이스라엘의 경우 평판 사회라서 이런 일이 발생하면 사회적으로 매장당하기 때문에 시도하지 않는다고 한다. 법과 제도로 해결하는 게 아니라 사회·문화적으로 해결하고 있다.
Q) 후배 창업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A) 창업 초기에는 뭔가 엄청 빨리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오래 걸리고 힘들다. 지쳤을 때쯤 진짜 성공한 사람들, 제가 존경하는 창업자들은 얼마나 했나 봤는데 오래 했다. 열심히 하는 사람이 오래 하면 되는구나, 그러니까 지치지 말고 오래해야지 생각했다. 창업을 앞두신 분들도 설정한 목표가 생각보다 오래 걸릴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스스로 지치지 않도록 질 관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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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일의 혁신기업답사기]의 세번째 주인공 정지원 대표 인터뷰는 산업방송의 ‘스타트업 인사이트’에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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