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타곤 화재’ 사진 외신 보도까지 되며 뉴욕증시 한때 급락…AI가 만든 가짜뉴스 부작용 사례 평가
인공지능(AI)이 만들어 낸 가짜사진 확산에 미국 주식시장이 한때 출렁거렸다. AI가 활용된 허위 정보 유포에 따른 우려가 현실화한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AI로 생성된 가짜 뉴스·이미지 확산을 막고, 이미 유포된 가짜 정보를 구별해 낼 수 있는 구체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해졌다.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는 이날 오전 장중 한 때 급락세를 보였다.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는 소셜미디어 트위터를 통해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국방부 청사 펜타곤 근처 건물과 백악관이 폭발 사고에 따른 화재에 휩싸인 모습의 사진이 확산했기 때문이다.
해당 사진은 ‘CBK뉴스’, ‘블룸버그 피드’라는 트위터 계정을 통해 빠른 속도로 퍼졌다. 해당 계정들은 모두 트위터가 공식 계정임을 인증하는 ‘블루체크’ 표시가 있었다. 소셜미디어 분석업체인 소셜블레이드에 따르면 ‘블룸버그 피드’는 지난해 8월 생성돼 지금까지 22만4000개의 게시물을 올렸다. 다만 팔로워 수는 1000명 미만이며, 현재 계정은 정지된 상태다.
러시아의 해외 선전매체인 RT와 인도의 리퍼블릭TV는 해당 사진을 인용해 펜타곤과 백악관 인근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는 보도했고, 팔로워 수가 160만명인 미국 월가 유명 블로거 ‘제로헤지’도 해당 사진과 함께 “펜타곤 인근 폭발”이라는 게시물을 올렸다.
이 때문에 금융시장에는 펜타곤과 백악관 화재 소식이 사실인 것처럼 퍼졌고, 장 초반 뉴욕증시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 지수는 80포인트가량 급락하기도 했다. 이후 미 국방부가 해당 보도를 전면 부인하고, 버지니아주 알링턴 소방서가 펜타곤과 백악관 인근에서의 폭발이나 화재는 없었다고 공식 확인하면서 사태는 진정됐다.
문제의 사진을 만들어 낸 주체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사진 속 건물 등의 구조적 결함을 근거로 해당 사진이 AI로 생성된 가짜 이미지라고 판단했다. 러시아 RT는 가짜 사진과 함께 올렸던 게시물을 삭제했고, 인도 리퍼블릭TV는 뉴스 속보를 철회했다. 블로거 ‘제로헤지’도 문제의 사진과 게시물을 삭제했다.
캘리포니아 버클리대의 하니 파리드 컴퓨터과학 교수는 “해당 사진에는 일반적으로 AI가 생성한 이미지에서 발견되는 건물, 도로 등의 구조적 결함이 존재한다”며 “잔디와 콘크리트가 서로 희미해지고, 울타리가 불규칙하다”고 지적했다. 또 “사진 속 건물의 창문은 온라인에 퍼진 펜타곤의 사진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주요 외신과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일종의 해프닝으로 마무리됐지만, AI발 가짜정보 유포의 심각성을 보여줬다고 우려하며 이를 위한 구체적인 대책 마련 필요성을 강조했다. 글로벌 자본시장 관련 뉴스레터 발송업체인 코우베이시레터의 아담 코우베리시 편집장은 “시장은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뉴스에 점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가짜’ 헤드라인이 금융시장에 줄 충격이 상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SNS 게시물 중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내용이 다수 포함될 수 있다”며 “AI 사용에 대한 접근이 쉬워지면서 가짜정보 확산도 빨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짜뉴스 홍수 속 온라인 뉴스를 접할 때는 게시날짜 확인, 정확한 내용 파악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가짜뉴스에 속지 않으려면 신뢰할 수 있는 SNS 계정, 사이트 등을 사전에 파악하고 관련 내용도 추가로 검색하는 습관을 지녀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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