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가계빚이 10조원 넘게 줄었다.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2년 이후 분기 기준 최대 감소폭이다. 가파른 금리 인상과 가계대출 규제 등 영향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COVID-19) 시기 급증한 가계 부채가 완만한 축소 과정을 거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부동산 시장 침체에도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증가세는 이어지는 등 가계부채에 대한 걱정은 여전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분기 기준 가계신용 2002년 이후 최대폭 감소…가계대출·신용판매 사상 첫 동반 감소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1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말 가계신용(대출+카드빚) 잔액은 1853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가계신용은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에 신용카드 이용액 등 ‘판매신용’을 더한 것으로 대표적인 가계부채 지표다.
지난 1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지난해 말(1867조6000억원) 대비 13조7000억원 줄었다. 한은이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2년 4분기 이후 분기 기준 최대폭 감소다.
지난해 1분기 말과 비교하면 0.5% 감소했다. 분기 기준 가계신용 잔액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세부적으로 가계 신용에서 비중이 가장 큰 가계대출은 전 분기보다 10조3000억원 감소한 1739조5000억원으로 나타났다. 마찬가지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폭 감소세를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3000억원)와 4분기(-7조원)에 이어 3개 분기 연속 감소 흐름이다.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이 15조6000억원 급감한 영향이 컸다. 높은 수준의 대출금리와 개인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연초 상여금 유입에 따른 대출금 상환 등에 따른 결과로 기타대출은 6개 분기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반면 주택담보대출은 지난 1분기 5조3000억원 증가했다. 전세자금대출 감소에도 정책모기지 취급과 주택거래 개선 등 영향으로 증가폭이 커졌다.
미결제된 카드이용액 등을 포함하는 판매신용 잔액은 전분기 보다 3조4000억원 줄어든 114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분기 기준 판매신용이 줄어든 건 2020년 4분기(-2000억원) 이후 9분기 만이다. 분기 기준 가계신용과 판매신용이 동반 감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안심 단계는 아냐…2분기 가계빚 다시 꿈틀 조짐도
박창현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금융통계팀장(사진 가운데)이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2023년 1/4분기 가계신용(잠정)의 주요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제공=한은 |
다만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우리나라 가계빚 규모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실제 1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2022년 GDP(명목·2150조5758억원)의 86.2%에 달하는 규모다. 인구(5156만명)를 고려하면 국민 한 사람당 약 3596만원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특히 최근 가계빚 감소폭은 코로나19 급증했던 가계신용 규모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박창현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1분기 가계신용 감소폭은 13조7000억원으로 30조원 이상을 기록한 2020~2021년 분기 평균 가계신용 증가 규모에 비해 (감소폭이) 큰 편은 아니다”라며 “최근 가계신용 흐름은 완만한 부채축소 과정에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금리가 고점을 이미 찍었다는 인식 아래 가계대출이 다시 늘어날 조짐도 감지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전월보다 2000억원 증가했다. 금융권 가계대출이 증가세로 돌아선 건 8개월 만이다.
박 팀장은 “4월 금융권 가계대출이 증가전환한 것을 감안하면 2분기 가계 부채축소 흐름은 다소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4월 개인 신용카드 이용액도 1분기 월평균보다 조금 더 높은 수준으로 회복했고 최근 대면서비스 등 대면활동이 늘어난 것도 향후 판매신용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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