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여의도 면적의 60%…공사비만 약 2조원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 디자인 직접 관여
“캠퍼스 직원, R&D에 대한 자부심 대단”
지난 18일 방문한 중국 광둥성 둥관시 화웨이 ‘옥스혼'(Ox horn) 캠퍼스. 축구장 250개 규모인 이곳은 화웨이 최대 R&D(연구개발) 단지다. 상주해 있는 연구개발 인력만 2만5000명, 전 세계 화웨이 직원 수(약 20만7000명)의 12.1%에 달하는 수준이다. 화웨이가 R&D에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 중국 내에서 화웨이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창업주인 런정페이 회장이 직접 설계에 관여할 정도로 애정을 쏟은 곳이기도 하다.
화웨이 R&D 핵심 기지…매년 매출 20% R&D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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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혼이란 명칭은 캠퍼스가 위치한 송산 호수 지형이 황소(ox) 뿔(horn)을 닮았다고 해 붙여졌다. 전체 면적은 1900묘(중국의 토지 면적 단위, 1묘=약 200평)다. 평수로 환산하면 약 54만5000평(180만1653㎡)이다. 여의도 면적의 60% 수준이다. 공사비로만 100억위안(약 1조9000억원)이 투입됐다. 2014년 착공해 2019년 말 완공됐다.
캠퍼스에는 현재 3만여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R&D 인력 2만5000명, 지원부서 4500여명이다. 완공 후 선전 본사 R&D 인력 대부분이 이곳으로 옮겨왔다. 대부분은 석·박사 출신이며, 시안전자과학기술대학교 출신들이 많다고 화웨이 관계자는 전했다.
R&D에 대한 캠퍼스 내 임직원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고 한다. 실제 화웨이는 매출의 20% 이상을 매년 R&D에 쏟아붓고 있다. 작년에만 1615억위안(30조6000억원)을 투자했다. 전체 매출의 25.1%에 달하는 금액이다. 매출 대비 투자액 비율은 삼성전자보다 3배 많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R&D 지출액은 매출의 8.2% 수준인 24조9192억원이었다.
화웨이 R&D 투자액은 글로벌 기업과 비교해도 상위권에 위치해 있다. EU(유럽연합)가 발간한 R&D스코어보드에 따르면 지난해 화웨이의 R&D 지출 규모는 알파벳, 메타, MS(마이크로소프트)에 이은 4위다. 애플(5위), 삼성전자(6위)보다 높다.
이 같은 노력 덕에 화웨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5G 관련 특허를 보유한 사업자로 거듭났다. 독일 특허정보 분석업체인 아이피리틱스에 따르면 2021년 화웨이는 전세계 5G 유효 특허 부문에서 15.9%의 점유율로 1위였다. 이어 LG전자(10.8%), 삼성전자(10.6%), 퀄컴(10.4%), 노키아(9.7%) 등의 순이다.
유럽풍으로 디자인…직원 R&D 개발에 집중하도록 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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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혼 캠퍼스는 총 12개 블록으로 구성됐다. 각 블록은 영국 옥스퍼드, 윈더미어, 룩셈부르크, 이탈리아 베로나, 프랑스 파리 등 유럽 도시를 본떠 만들었다. 충칭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런정페이 회장이 설계에 참여했다고 한다. 화웨이 관계자는 “직원들이 유럽 가지 않더라도 항상 여행을 온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캠퍼스를 디자인했다”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연구 개발자가 가득한 삭막한 분위기 대신 옥스혼 캠퍼스는 한층 편안하고 여유로운 느낌이었다. ‘R&D 센터’가 아닌 ‘캠퍼스’라 명명된 이유도 이 같은 이유다. 직원들이 온전히 R&D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캠퍼스 내에는 식당, 편의점, 운동시설, 술집 등 대부분 편의시설도 지원한다.
직원들의 출퇴근이 용이하게 캠퍼스 인근 기숙사도 마련됐다. 3년 이상 근무, 15레벨(첫 입사 시 13레벨) 직원들은 월세·매매 형태로 기숙사를 이용할 수 있다. 매매가는 평당 8500~9000위안(약 160만~170만원)이다. 외부 비슷한 조건의 아파트가 평당 약 4만위안(약 757만원)인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저렴한 편이다.
직원들이 통근하거나 캠퍼스 내 이동을 돕는 ‘전기 트램’도 운영되고 있다. 총 3개 노선이다. 역마다 무선 충전되며, 1회 충전 시 1~2km 이동할 수 있다. 운영 시간은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다.
화웨이는 ‘미래 기술의 산실’ 옥스혼 캠퍼스를 중심으로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려나간다는 방침이다. 화웨이 관계자는 “R&D로 5G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기술 진보를 이뤄가고 있다”며 “앞으로 R&D 규모를 지금 수준보다 더욱 끌어올려 미래 기술을 위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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