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MSD CI/사진= 한국MSD |
지난해 매출이 51% 늘어난 다국적 제약사 한국MSD가 전 직원(551명)의 20%가량인 100여명에 대해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당뇨병 치료제 ‘자누비아'(성분명 시타글립틴)의 특허 만료로 해당 사업을 접기로 한 데 따른 것인데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을 처지에 놓은 직원들은 고용 불안에 떨고 있다. 한국MSD노동조합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2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국MSD는 오는 8월 GM(general medicine) 사업부를 폐지하기로 했다. 이에 지난 12일부터 관련 사업부에 근무하는 100여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홈페이지 상 올해 전체 직원수 551명 중 20%에 가까운 직원을 한 번에 정리하는 것이다. 희망퇴직금으로는 근속년수의 2배에 10개월을 더한 만큼의 기본급(최대 48개월분의 월기본급)에 2000만원을 추가로 지급하겠다고 제시했다.
GM사업부는 당뇨병 치료제 자누비아 등의 판매를 담당하던 만성질환 치료제 위주의 사업부다. 오는 9월 자누비아의 특허가 만료되고 이보다 저렴한 복제약들이 만들어지자 해당 사업의 권리(판권·유통권·허가권·상표권·제조권)를 종근당에 넘기기로 하면서 GM사업부의 폐지를 결정한 것이다. 계약 기간은 오는 7월15일부터 2038년 8월31일까지, 계약금은 455억원이다. 계약 사항에 고용승계는 없다.
한국MSD 관계자는 “자누비아의 특허 만료에 따라 환자들의 자누비아 접근성을 확대하고 브랜드를 지속 가능하도록 하는 사업 모델을 검토한 끝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며 “회사는 오는 8월부터 기존 GM사업부를 포함한 4개 사업부에서 항암제·백신·호스피탈스페셜티(감염 및 질환 예방) 3개 사업부로 조직을 재편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자누비아 브랜드 가치 강화와 성장을 기대하는 한편 혁신 의약품에 집중하는 경영 방향성을 토대로 항암제, 백신 및 새로운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 등 의료 혁신의 주요 영역을 더욱 성장시켜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해당 직원들과 노조는 반발하고 있다. 한 직원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 “돌연 회사에서 7월31일까지 근무하고 사직하라는 메일이 왔고, 신청하지 않으면 회사에 남을 수 있냐고 물었지만 남을 수 없다고 답했다”며 “회사 측은 정리해고가 아니라고 말장난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직원들은 대부분 돈을 벌고 있는 워킹대디나 워킹맘”이라며 “이런 상황을 차마 집에 얘기하지 못한 직원들도 많다”고 토로했다.
한국MSD 노조는 “근로기준법과 한국MSD 단체협약 제18조 ‘고용 안정’에 대한 내용에 의거해 생존권을 사수하겠다”며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강력히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7일엔 본사가 위치한 서울스퀘어 23층에서 ‘구조조정 전문기업, 토사구팽 전문기업’ ‘사상최대 실적달성, 업계최대 구조조정’ ‘특허만료 의약품 손절, 직원들은 정리해고 수순’ 등의 문구를 담아 피켓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국MSD 관계자는 “중요한 결정 상황에 직면한 직원분들을 위해 회사는 경쟁력 있는 희망퇴직 패키지와 추가적인 외부 진로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 중이며 한 분 한 분의 진로와 우려사항에 대해 진정성을 가지고 논의하는 자리를 갖고자 한다”며 “회사의 현황을 노동조합에 설명하고 단체협약을 준수하며 필요 시 노동조합과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한국MSD는 전년보다 51.4% 급등한 8204억1195만원의 매출로 최대 실적을 냈다.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라게브리오’, ‘키트루다’, ‘가다실’ 등이 매출 증가를 견인한 덕이다. 영업이익은 판관비 증가, 2021년 예외적 영업이익률 증가 등의 영향으로 전년비 50.7% 감소한 285억8851만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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