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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에 200조 ‘몰빵’한 버핏…그가 말하는 집중투자론 [김재현의 투자대가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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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사진=블룸버그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사진=블룸버그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93)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애플 주식을 자그마치 1510억달러(200조원)어치 보유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버핏의 애플 투자를 통해 버핏이 말하는 집중투자와 분산투자에 대해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주식을 수년 심지어 수십 년 동안 보유할 정도로 회전율이 낮으며 소수의 종목을 집중 보유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래서 매 분기 13F 보고서가 공개될 때마다 전 세계 투자자들은 버크셔의 주식 포트폴리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버크셔 포트폴리오를 백테스팅(backtesting·과거 성과분석)하거나 그대로 모방하는 투자자도 많습니다.

참고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미국 증시에서 1억달러 이상의 자산을 운용하는 기관투자자는 매 분기말 기준 45일 이내에 13F(Form 13) 보고서를 통해 보유 종목을 공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애플 비중 46.4% vs 22%

애플에 200조 '몰빵'한 버핏…그가 말하는 집중투자론 [김재현의 투자대가 읽기]

지난 5월 15일 버크셔가 SEC에 제출한 13F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1분기에 애플 주식을 2042만주 늘린 점입니다. 버크셔의 애플 지분 가치도 추가 매수와 주가 상승에 힘입어 1510억달러(200조원)로 늘었습니다. 3251억달러(약 432조원) 규모의 버크셔 포트폴리오에서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말 대비 7.5%p 상승한 46.4%에 달합니다.

버핏의 투자스타일을 잘 모르는 사람이면 애플 비중이 너무 높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지난 5월초 열린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는 35%에 달하는 애플 비중이 너무 높지 않느냐는 질문이 나왔습니다. 참, 애플 비중은 지난해 말에도 39%였는데 질문자가 35%로 잘못 기억한 것 같네요.

먼저 버핏은 “애플은 버크셔 포트폴리오의 35%를 차지하지 않습니다”라며 버크셔의 포트폴리오는 철도, 에너지기업, 씨즈캔디를 포함하고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버크셔는 3251억달러규모의 주식 포트폴리오뿐 아니라 가이코, 듀라셀, BNSF 등 수많은 자회사를 보유한 지주회사라는 의미입니다.

애플 주가가 상승을 지속하면서 지난 18일 기준 버크셔의 애플 보유지분 가치는 1580억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이 금액이 버크셔 시가총액(7165억달러)의 약 22%이기 때문에 버핏은 버크셔의 애플 비중이 35%가 아니라고 말한 겁니다.

버핏은 애플에 대한 찬사도 쏟아냈습니다. “애플은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을 위해 약 1500달러 정도를 지불하는 포지션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세컨드 카를 위해 3만5000달러를 지불하는데, 만약 세컨드 카와 아이폰 중에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사람들은 세컨드 카를 포기할 것입니다. 아이폰은 정말 놀라운 제품입니다.”

버핏은 애플이 버크셔가 소유한 어떤 사업보다도 더 좋은 사업, 즉 베스트 사업이라고 덧붙입니다. 이 말 한 마디에 버핏이 애플을 집중 보유하는 이유가 담겨 있습니다. 계속 살펴보겠습니다.

집중투자 vs 분산투자

버핏은 1993년 연례 주주서한에서 집중투자와 분산투자에 대해서 자세히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한번 볼까요?

당시 버핏은 오래전에 멍거와 자신은 평생 투자를 해도 현명한 결정을 수백 번 내리기는 너무도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이제 좋은 아이디어를 1년에 한 번만 내기로 했다고 이야기합니다.

버핏은 버크셔의 전략은 일반적인 분산투자 이론을 따르지 않는다면서 전문가들은 버크셔의 전략이 전통적인 분산투자 전략보다 위험하다고 여길 것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버핏은 집중투자 전략을 사용하면 기업을 더 강도 높게 분석할 수 있고 기업의 경제 특성에 대해 더 안심할 수 있으므로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또 버핏은 자신이 위험을 사전적 의미대로 ‘손실이나 피해 가능성’으로 정의하는 반면, 학자들은 투자 ‘위험’을 주식이나 포트폴리오의 상대적 변동성, 즉 시장 전체와 비교한 변동성이라고 주장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베타(Beta)를 의미하는 내용입니다.

조금 복잡한 내용인데요. 어쨌든 버핏은 베타와 투자위험을 동일시하는 건 의미가 없다며 분산투자 이론을 비판합니다. 투자자라면 누구나 실수를 저지를 수 있지만, 이해하기 쉬운 영역에 집중할 경우 일정한 지식이 있고 부지런하다면 투자 위험을 정확하게 분별할 수 있다고 얘기하면서요. 버핏이 자주 강조하는 ‘능력 범위(circle of competence)’와 맞물려서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버핏이 분산투자가 필요하다고 여긴 분야도 있습니다. 바로 차익거래와 같은 투자전략은 거래 한 건에 따르는 위험이 크다면 연관성이 없는 거래 여러 건으로 분산해서 전체 위험을 낮춰야 한다는 건데요.

그럼에도 버핏은 어느 정도 지식이 있는 투자자로서 사업의 경제성을 이해할 수 있으며 적당한 주가에 거래되며 장기적인 경쟁우위를 확보한 기업을 5~10개 찾아낼 수 있으면 전통적인 분산투자가 맞지 않는다고 이야기합니다. 대개 실적은 감소하고 위험은 오히려 증가한다고 말하면서요.

버핏은 20번째로 선호하는 종목에 투자하는 대신, 자신이 가장 잘 이해하고 위험이 낮으며 이익 잠재력이 큰 1위 종목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버크셔 주식 포트폴리오에서 애플 비중이 46.4%에 달하는 것도 이해가 갈 것 같습니다.

7번째로 좋은 아이디어에 투자해서 부자가 된 사람은 없습니다

버핏이 1998년 플로리다 대학에서 MBA 학생들에게 한 강연에도 재밌는 내용이 있습니다.

이날 버핏은 분산투자에 대한 질문을 받고 만약 목표가 지수보다 훨씬 더 좋은 수익을 올리는 게 아니라면 인덱스 펀드를 매수해서 폭넓게 분산하고 아예 거래를 하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이렇게 미국의 일부를 소유하는 결정만 해도 충분히 가치가 있을 것(=시장 수익률 획득)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만약 투자의 세계에 들어가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서 제대로 기업을 평가하려고 한다면 분산투자는 끔찍한 실수라고 버핏은 이야기합니다.

“만약 여러분이 정말 비즈니스를 제대로 이해한다면 여러분은 6개 기업 이상을 보유해서는 안 됩니다.”

버핏의 말은 만약 훌륭한 사업 6개를 찾을 수 있다면 분산투자는 이걸로 충분하다는 의미로서 6개 기업 보유를 통해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버핏이 더 재밌는 말을 합니다.

“첫 번째 사업(베스트 아이디어)에 돈을 더 투자하는 대신 일곱 번째 사업에 투자하는 것은 끔찍한 실수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일곱 번째로 좋은 아이디어로 부자가 된 사람은 거의 없으니까요.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베스트 아이디어로 부자가 됐습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버핏은 투자자가 정말 사업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6번째 종목에 투자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라며 자신은 가장 좋아하는 종목에 절반쯤 투자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나는 개인적으로 분산하지 않는다”는 말을 덧붙이면서요.

버핏은 25년 전과 하나도 변하지 않았네요. 200조원어치의 애플 주식을 보유한 버핏은 투자에 관해서라면 93살인 지금도 여전히 상남자입니다.

머니투데이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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