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대출자들의 금리가 10여년 만에 최고점을 찍었다. 은행들의 대출금리가 내렸다고 신규 대출자에게만 해당될 뿐, 기존 대출자들에겐 딴 세상 이야기인 이유다. 기존 대출자들의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 모두 꺾일 줄 모르고 오르는 모습이다.
20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예금은행의 잔액 기준 금리 오름세가 계속되고 있다. 잔액기준 금리는 기존 대출자들에게 해당하는 이자다. 지난 3월 기준 신용대출 금리는 6.38%로 2013년 11월(6.39%)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담대 금리도 4.12%였는데 2013년 9월(4.13%) 이후 제일 높았다.
두 대출금리 모두 2021년 5월을 최저점을 찍고 올라가기 시작한 다음부터 올해 3월까지 한 번도 떨어진 적이 없다. 그동안 신용대출은 3.17%포인트(3.22%→ 6.39%), 주담대는 1.48%포인트(2.64%→4.12%) 상승했다.
은행에서 새로 돈을 빌리는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신규대출 금리가 빠른 속도로 내려가는 모습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신규취급액 기준 신용대출금리는 지난해 12월 정점(7.97%)을 찍고 올해 3월에는 6.44%까지 내려왔다. 주담대 금리도 지난해 10월 4.82%까지 올라갔다가 4.40%로 떨어졌다.
기존 대출자들의 금리가 계속 올라가는 추세라 금리 하락을 체감하지 못하는 분위기는 여전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규 대출자들은 올해 초와 비교해 지금 대출 상담을 받아보면 금리가 확실히 떨어졌겠지만, 기존 차주들은 차례대로 금리 변동주기를 맞기 때문에 금리 인하를 느끼려면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라며 “신규 대출액보다 기존 대출액의 크기가 훨씬 커서 아직 국민 대부분이 금리가 올라가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했다.
연체율이 올라가는 것도 기존 대출자들의 금리가 오르고 있는 영향이 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신용대출 연체율은 0.64%, 주담대 연체율은 0.20%였다. 1년 전에 비해 각각 0.27%포인트, 0.09%포인트씩 뛴 수치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은행들을 향해 대출금리를 내리라고 압박하지만 한계는 뚜렷하다. 은행들이 신규 대출자에게만 한정해 금리를 인하했기 때문이다. 은행들 내부에서조차 생색내기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기존 대출자들에게 금리 인하 혜택을 주려면 가산금리에 손을 대야 하는데 은행으로선 쉽지 않은 일이다. 신규대출도 과거만큼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은 탓에 금리 절감 효과도 크지 않을 것이라 본다.
금융권 관계자는 “원래 제대로 된 금리 인하 효과를 기대하려면 신규는 물론 기존 차주까지 포함하는 정책이 나와야 하는데 어떤 은행도 한 번도 그렇게 한 적이 없다”며 “다만 주담대 변동금리를 선택한 차주들이 많다는 점과 코픽스 하락세를 고려했을 때 올해 하반기 중에는 기존 차주들의 금리도 하락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ㄷ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