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지방시대! 글로컬 유니콘 키우자-제주도편](1-1) 韓 뉴스페이스 전초기지 변신
지방소멸은 우리나라가 직면한 최대 위기입니다. 산업이 위축되면서 일자리가 부족해지고 인재가 떠나며 산업이 더 위축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열쇠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입니다. 이를 위해선 디지털 전환 시대를 이끌어갈 신기술·신산업 분야 창업 활성화가 중요합니다. 이에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는 지역별 미래산업 육성 전략과 창업생태계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하는 <이제는 지방시대! 글로컬 유니콘 키우자> 특별기획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2021년 12월 제주 서쪽 용수리 해안에서 높이 3.2m, 무게 51㎏의 소형 과학로켓 ‘블루웨일0.1’이 솟아올랐다. 국내에서 처음 발사된 민간 시험 발사체다. 낮과 밤 총 3차례 붉은 빛 궤적을 남기며 제주 창공을 뚫고 올라간 블루웨일0.1은 ‘제주 우주시대’의 신호탄이 됐다.
블루웨일0.1가 발사된 지 2년, 제주특별자치도청은 다음 단계를 준비 중이다. 국가 위성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위성 인프라를 구축하는 한편 국내 최초로 민간 해상 발사장 조성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제주를 뉴스페이스 시대, 국내 우주산업을 이끌 중심지로 만들 계획이다.
한라산, 돌하르방, 쪽빛바다, 감귤 등으로 유명한 국내 대표 관광지 제주는 한국 우주산업을 이끌 뉴스페이스 전초기지로 거듭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현장을 직접 찾았다.
한라산과 쪽빛바다 낀 둥근 돔…제주 위성산업 전초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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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국제공항을 빠져나와 동쪽으로 한 시간 가량 차를 타고 이동하면 제주 바다와 한라산을 양쪽에 끼고 지평선 위로 불뚝 솟은 둥근 돔이 보인다. 우주 스타트업 컨텍의 제주 지상국이다.
제주시 구좌읍 제주용암해수 일반산업단지에 위치한 제주 지상국은 2020년 3월 설치돼 3년째 운영 중이다. 제주 지상국은 현재 △한국(서울·제주) △미국(알래스카) △말레이시아 △호주 △핀란드 △오만 등 11개국에서 13개 지상국을 운영 중인 컨텍이 설치한 첫 지상국이다.
컨텍 제주 지상국은 현재 전 세계 10여개국이 쏘아올린 30여개 위성으로부터 월 1000건 이상의 신호를 수신하고 있다. 지상국 설치 초창기 상주 인력을 두고 운영했지만, 현재는 대전에 있는 본사와 제주 지상국 인근에 위치한 국가위성운영센터에서 원격으로 운영하고 있다.
컨텍이 제주 지상국 건립을 시작할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 민간 우주산업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 그러나 제주테크노파크와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등 제주 보육기관들이 적극적으로 부지 확보에 나섰고, 제주도청이 발 빠르게 인허가에 나서며 컨텍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제주도청은 더 나아가 민간 우주기업과의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이달 8일에는 △컨텍 △아이옵스 △SIIS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와 우주산업 육성 및 혁신 거점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발사체에서 위성으로 이어지는 우주산업 밸류체인을 완성할 계획이다. 현재 아이옵스와 SIIS는 국가위성운영센터에 사무소를 두고 위성 데이터 업무를 수행 중이다.
이재원 컨텍 부대표는 “올해 하반기 한림읍 상대리에 민간 위성을 관제하는 ‘아시아 스페이스 파크’를 준공할 예정이다. 현재 제주도청의 지원 아래 부지조성공사를 진행 중”이라며 “구좌읍에 있는 안테나를 이관하는 걸 포함해 총 12개 안테나를 운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층 빌딩·전파 방해 없는 제주…위성 관측의 최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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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텍의 제주 지상국이 위치한 제주시 구좌읍에는 국가위성운영센터도 자리했다. 국가위성운영센터는 저궤도 국가 위성을 통합 관리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문을 연 국가 시설이다.
주요 역할은 저궤도 국가 위성의 관제, 수신, 영상처리 및 배포다. 현재 항우연 국가위성정보활용지원센터로부터 이관 받은 △아리랑 3호 △아리랑 3A호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 6월 이관 예정인 △아리랑 5호 △차세대중형위성 1호을 포함해 2030년까지 위성 70기를 운영할 계획이다.
저궤도 국가 위성은 지구와 근접해 비행하는 위성으로 자원탐사, 해양·기상관측, 사진정찰 등에 주로 이용된다. 국가 안보와 미래 신성장산업에 있어 중요한 자원이다. 이를 통합 운영하는 국가위성운영센터가 제주에 자리 잡게 된 이유는 제주만의 지리적 특성 때문이다.
위성 관측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전파청정도다. 전파청정도에 따라 위성 신호의 세기와 품질이 달라진다. 전파청정도를 좌우하는 건 크게 두 가지다. 전파를 직접 차단하는 산이나 건물, 위성 신호를 방해하는 이동통신사 전파다. 제주는 전파청정도가 다른 지역과 비교해 월등히 높다. 한라산을 제외하면 큰 산이 없는데다 위성 신호를 방해하는 전파도 상대적으로 적다.
한 국가위성운영센터 관계자는 “국내 다른 지역에서 100번 위성 교신을 했을 때 5번 장애가 발생한다고 하면 제주는 0번에 가깝다”며 “위성 신호를 수신하는 데 최적의 장소”라고 말했다.
이어 “큰 산과 건물이 없는 제주는 안테나가 위성 신호를 포착할 수 있는 범위와 지면의 양각이 5도다. 평균 13도인 국내 다른 지역과 비교해 빨리 위성 신호를 수신할 수 있다”며 “사실상 위성이 지평선을 올라오자 마자 교신할 수 있는 수준으로 데이터 수신이 훨씬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제주 우주시대 마지막 퍼즐…민간 발사장 연내 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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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우주시대의 마지막 퍼즐은 ‘제주형 스페이스X’ 육성이다. 현재 국내 모든 우주발사체는 국내 유일 우주발사체 발사장이 있는 전라남도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그러나 나로우주센터에는 민간 우주발사체를 쏠 수 있는 규정이 없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민간 발사체 기업들의 실증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올해 3월 민간 기업인 이노스페이스가 지구 반대편인 브라질 알칸타라 우주센터에서 독자 개발한 ‘한빛 TLV’를 쏘아올린 것도 이 때문이다.
제주도청은 민간 발사장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협업 파트너는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이하 페리지)다. 앞서 2021년 용수리 해안에서 블루웨일0.1을 쏘아올린 우주 스타트업이다.
페리지는 현재 ‘세테시아 1’을 건조 중이다. 바지선 형태의 해상 발사장이다. 세테시아 1이 완공되면 국내 최초 민간 발사장이 제주에 들어서게 된다. 연내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세테시아 1에서 처음 발사될 발사체는 페리지가 개발 중인 ‘블루웨일1’이다. 길이 8.8m, 무게 1.5톤으로 블루웨일0.1보다 2.75배 더 크고, 29배 더 무겁다. 길이 47.2m, 무게 200톤인 누리호와 비교하면 소형 발사체이지만, 150㎏ 정도의 소형 위성을 쏘아올릴 수 있는 출력은 갖췄다.
제주도청은 민간 발사장 구축을 기반으로 소형 발사체와 연계한 위성 인프라를 조성할 계획이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 제주에서 만든 민간 소형 큐브위성을 제주에서 우주로 쏘아 올리고 그 위성을 관제하며 위성 데이터를 활용하는 선순환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며 “제주의 가치와 경제 영토는 섬이라는 공간적 한계를 넘어 창대한 우주로 뻗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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