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이르면 이달 중 플랫폼기업 이종결합 기준 행정예
카카오·네이버 등 빅테크의 ‘계열사 무한 확장’에 제동이 걸린다. 정부가 종전까지 사실상 프리패스시켰던 이종(異種) 업종 플랫폼 간 M&A(인수합병)에 깐깐한 잣대를 들이댈 예정이다.
플랫폼 업계는 제도 개선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스타트업의 긍정적 엑시트(exit·자본회수)까지 저해할 수 있다며 정교한 대책을 주문했다.
16일 정부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르면 이달 중 플랫폼 관련 기업결합 심사 규정 개선을 골자로 한 ‘기업결합 심사기준(공정위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할 계획이다.
공정위는 현재 가안을 바탕으로 업계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이달 행정예고를 하면 빠르면 6월 중 개정된 기업결합 심사기준을 시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결합 심사기준 개정의 핵심은 현재 대부분 ‘간이심사’로 처리하는 플랫폼 기업의 이종 혼합형 기업결합을 원칙적으로 ‘일반심사’로 전환하는 것이다. 간이심사에서 일반심사로 전환하면 경쟁제한성을 보다 꼼꼼하게 따진다. 여러 서비스를 연계해 복합적 지배력을 강화하는 플랫폼 고유의 특성을 기업결합 심사 시 경쟁제한성 판단의 고려 요소로 포함할 계획도 있다.
이종 혼합결합은 상품 기능·용도 등에서 동일성이나 유사성이 없는 서로 다른 업종 간의 기업결합이다. 전통산업에선 이런 기업결합에 따른 경쟁제한성 발생 우려가 적어 사실관계 여부만 확인해 결합을 승인하는 간이심사를 적용했다.
그러나 카카오 등 대형 플랫폼이 이종 혼합결합으로 여러 시장에서 복합지배력을 강화하는 문제가 불거지자 공정위는 제도개선에 나섰다. 지난해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8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5년 동안 카카오가 기업결합을 신고한 62개 회사 중 53개(85.4%)가 간이심사를 거쳤다. 김 의원은 당시 “플랫폼 시장 독점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져 왔지만 지난 정부는 간이 심사로 ‘문어발 프리패스’를 열어줬다”며 “정부는 경쟁 회복과 국민 후생의 증진을 위한 제도 개선에 시급히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플랫폼 업계는 기업결합 심사기준 개정에 따른 부작용 발생 가능성을 우려했다.
우선 카카오 등 빅테크의 스타트업 M&A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형 플랫폼 업체가 공정위의 ‘현미경 심사’를 우려해 M&A 자체를 꺼릴 수 있다는 목소리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 같은 대형 플랫폼이 활발하게 M&A를 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야 벤처·스타트업 생태계 선순환이 가능하다”며 “플랫폼의 이종 혼합결합에 깐깐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시장에 ‘대형 플랫폼은 함부로 M&A에 나서지 말라’는 메시지로 인식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일반심사 적용에 따른 심사 기간 확대는 경영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소라는 불만도 나온다. 플랫폼 업계는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한데 과거 딜리버리히어로(배달앱 ‘요기요’ 운영사)의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운영사) 인수 때처럼 기업결합 심사가 1년씩 걸리는 사례가 더 많아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업계 우려를 충분히 반영해 기업결합 심사기준 개정안을 입법예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경쟁제한 우려가 있는 플랫폼 기업결합을 보다 꼼꼼하게 심사한다는 것이 심사기준 개정의 기본 방향”이라며 “정책의 고객이기도 한 스타트업 등 업계 우려를 충분히 고려해 대안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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