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결성될 예정이던 5000억원 규모의 K-바이오·백신펀드 결성시한이 다음달 말로 또 다시 연기됐다. 경제 불확실성과 금리인상으로 인해 바이오 스타트업을 향한 투자심리가 위축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16일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K-바이오·백신펀드의 결성시한을 지난 15일에서 6월30일로 연장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K-바이오·백신펀드의 위탁운용사로 선정된
미래에셋벤처투자-미래에셋캐피탈 컨소시엄(공동운용사)과 유안타인베스트먼트가 약속한 펀드자금을 모으지 못했기 때문이다.
앞서 미래에셋 컨소시엄과 유안타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9월 5000억원 규모의 ‘K-바이오·백신펀드’ 운용사로 선정됐다. 보건복지부와 국책은행 3곳(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중소기업은행)이 각각 1000억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각 운용사가 책임져야 하는 금액은 1500억원이다.
펀드 결성 시한이 연장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위탁운용사 선정 당시 펀드 결성시한은 2023년 2월15일이었다. 두 위탁운용사가 3개월 추가 연장한 결성시한인 지난 15일까지도 펀드 자금을 모으지 못하면서 한 차례 더 연장한 것이다. 정부 펀드 출자 사업에서 결성시한을 한 차례 연장하는 경우는 많지만, 추가로 더 연장한 것은 이례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 컨소시엄이 모아야 하는 펀드 자금은 약 750억원이다. 운용사인 미래에셋벤처투자와 미래에셋캐피탈이 각각 100억원, 150억원을 책임지고, 미래에셋증권이 500억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유안타인베스트먼트는 300억원을 출자해 1200억원을 추가로 모아야 하는 상황이다. 두 운용사 모두 상반기 내에 국내외 금융사,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자금을 모집해 펀드 결성을 마무리 짓겠다는 계획이다.
K-바이오·백신펀드 펀드 결성이 한 차례 더 연장된 데는 금융사들이 바이오 벤처투자 규모를 줄인 영향을 풀이된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바이오벤처 투자액은 1520억원으로 전년 동기(4051억원) 대비 62.5% 감소했다. 이는 5년 만에 최저치다.
대형 VC 관계자는 “최근 일부 금융사들이 벤처투자 출자에 나섰다고 하지만 규모도 작고 출자 기준도 굉장히 엄격해졌다”며 “특히 K-바이오·백신펀드처럼 규모가 큰 펀드는 100억원 단위로 출자자를 모집하는 경우가 많은데 국책은행이나 모태펀드 외에는 이같은 규모로 출자할 만한 곳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이례적인 펀드 결성시한 연장에 페널티(불이익)를 부과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대형 VC 관계자는 “최근 펀드레이징 시장이 악화된 것은 맞지만 다른 출자사업과의 형평성을 고려한다면 해당 펀드 위탁운용사에 페널티를 부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복지부도 두 위탁운용사에 페널티 부여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K-바이오·백신펀드 위탁운용사 관계자는 “자금이 부족해 임상시험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바이오 벤처기업이 많다”며 “조속히 펀드를 결성해 유망한 바이오 벤처기업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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