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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코 있던 DNA, 알고보니…유유히 암·노화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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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연구팀, 불활성화 상태로 알려진 ‘DNA 활동’ 포착

대장 상피세포서 활동 극대화, 유전체 변형·파괴하는 주범

KAIST(한국과학기술원)와 서울대병원 등 공동연구팀은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정상세포에서 돌연변이 활동을 하는 DNA(유전자정보) 포착 연구를 게재했다.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화석’ 상태라고 알려진 DNA(유전자정보)가 실제로는 암·노화를 일으키는 활동에 매진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존 통념을 뒤집은 반전 연구 결과다. 특히 정상세포 중 ‘대장 상피세포’에서 활성화된 DNA가 유전체를 변형·파괴했다.

15일 KAIST(한국과학기술원)에 따르면 주영석 의과학대학원 교수 연구팀은 지난 10일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이같은 내용이 담긴 연구 논문을 게재했다. 김민정 서울대병원 외과 교수 연구팀과 권현우 고려대 의대 교수팀, 연세대 의대, KISTI(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등이 공동 연구한 결과다.

사람의 몸은 약 40조개 세포로 이뤄져 있고, 각각의 세포는 세포 핵 안에 30억 염기쌍의 유전체를 가지고 있다. 각각의 세포에는 DNA 돌연변이가 생기고 노화 과정에 따라 서로 다르게 변화한다. 이런 현상은 노화, 암과 같은 질병을 일으키는 주된 원인이다.

이번 연구는 인간 유전체에 존재하지만 불활성화됐다고 알려진 ‘LINE-1 레트로트랜스포존'(L1 점핑 유전자)이 대장 세포에서 어떤 현상을 나타내는지 확인하고자 수행됐다. 연구팀은 28명의 개인 피부(섬유아세포)와 혈액, 대장 상피 조직에서 확보한 총 899개 단일세포의 ‘전장 유전체'(Whole-Genome) 서열을 분석했다.

L1은 인간 유전체 30억 염기쌍의 17%를 차지하며 약 50만개의 L1 점핑 유전자가 유전체 상에 있다. 대부분은 불활성화된 ‘화석’ 상태로 있을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연구 결과 L1 점핑 유전자는 화석 상태가 아니었다.

50만개의 L1 점핑 유전자 중 수십개는 활성화됐다. 특히 인간의 대장 상피세포에서 매우 활성화돼 유전체를 변형·파괴하는 사실이 최초 규명됐다. 또 L1 점핑 유전자의 돌연변이는 태어나기 전 배아 발생단계에서부터 평생에 걸쳐 일어나는 기전이 확인됐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40세가 된 개인의 대장 상피 세포들은 평균적으로 1개 이상의 L1 점핑 유전자에 의한 돌연변이를 가졌다. 정상세포 안에서도 돌연변이가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이번 연구는 향후 암·노화 원인을 규명하고 이를 정복하는 기술개발에 기여할 전망이다.

주영석 KAIST 교수는 “이번 연구는 정상 세포의 노화 과정에서 세포 자체의 불안정성에 의해 끊임없이 돌연변이가 생성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KAIST(한국과학기술원) 등 공동연구팀이 연구한 내용. / 사진=KAIST(한국과학기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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