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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조기 진단’ 쉬워진다…후각·말투·대화로 단 몇분이면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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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업팩토리]치매 조기 진단 솔루션 개발하는 스타트업들


‘테크업팩토리’는 스타트업과 투자업계에서 가장 ‘핫’한 미래유망기술을 알아보는 코너입니다. 우리의 일상과 산업의 지형을 바꿀 미래유망기술의 연구개발 동향과 상용화 시점, 성장 가능성 등을 짚어봅니다.

치매는 조기 진단이 매우 중요하지만 일반적인 질환들과 달리 초기에 객관적으로 직접 진단할 수 있는 수단이 마땅치 않다. 발견이 늦어질수록 치료는 더욱 어려워진다.

보통 치매 진단은 자기공명영상(MRI)이나 아밀로이드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CT)을 통해 뇌 조직에서 치매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의 양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접근성이 높지 않아 실제 검사로 이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 때문에 치매 검사와 조기 진단의 접근성을 높이려는 다양한 기술적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관련 시장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잉크리서치에 따르면 치매 진단 시장은 2020년 15억9800만달러(약 1조9700억원)에서 연평균 4.5% 성장해 오는 2025년에는 19억8900만달러(약 2조4500억원)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엔서, 근적외선 분광기법으로 치매 진단 돕는 ‘N2’ 개발


치매 진단과 관련해 여러 디지털 치료제(DTx)들이 개발되고 있는 가운데, DTx와 달리 앱 기반이 아닌 후각으로 치매를 찾는 기술이 눈에 띈다. 의료기기 스타트업 엔서가 개발한 ‘N2’는 치매 환자의 후각 반응을 측정해 단 5분 남짓이면 치매 여부를 판별한다.

2019년 설립된 엔서는 가천대에서 의공학으로 학사·석사 과정을 마친 윤정대 대표와 광주과학기술원(GIST) 공학박사 출신의 김재원 전 대표가 공동 창업했다. 김 전 대표는 GIST 당시 의료기기의 치매 환자 적용 가능성을 확인하고 윤 대표와 함께 솔루션을 연구했다.

N2는 치매 환자 대부분이 냄새를 잘 맡지 못한다는 데 착안해 개발됐다. 치매 의심 환자의 뇌 전두엽에 근적외선을 쏴 반사되는 혈류량 데이터를 분석하는 ‘근적외선 분광기법(fNIRS)’을 이용해 의사가 치매 여부를 판정하도록 돕는다.

N2는 담뱃갑보다 작은 납작한 패치 모양의 조사(照射) 장치와 센서가 내장된 일회용 검사 기기(프로브) 및 판별 소프트웨어로 이뤄져 있다.

프로브를 환자 이마에 붙이고 4~5개의 특정 냄새를 맡도록 해 후각에 자극을 준 뒤 전두엽의 헤모글로빈 신호 패턴을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치매를 진단한다. 혈류량에 대한 측정값을 얻기까지 5분가량 걸린다.

윤정대 대표는 “빛을 계측했을 때 이 사람이 얼마큼 치매에 가까이 다가갔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이라며 “후각 스틱을 이용해 신경이 얼마나 손상됐는지를 확인하는 방법을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검사 비용도 대폭 감소, 의료현장 곳곳에 간편 도입 가능




엔서가 개발한 초기 치매 증상 완화 장치 'N3'

기존 치매 선별 검사 방법인 간이정신상태검사(MMSE)와 인지기능검사(SNSB) 등은 보통 1~2시간 걸린다는 점에서 N2는 검사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 혈액검사나 MRI 등 영상 진단법과 비교하면 100만원이 훌쩍 넘던 비용도 최대 10분의 1로 줄어든다.

N2는 AI로 관련 신호의 패턴을 학습해 치매 증상을 파악하며 정확도는 90% 수준이다. 후각신경의 경우 청각이나 시각과 달리 교육이나 생활 습관에 따른 편차가 적어 신뢰성이 높다.

N2는 포터블 디바이스와 직관적인 애플리케이션으로 구성돼 대형병원과 보건소 등 다양한 의료기관에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현재 서울대학병원, 서울아산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가천대 길병원 등과 협업 중이다.

한편 엔서는 근적외선 감마 자극 기반의 초기 치매 증상 완화 장치 ‘N3’도 개발했다. 머리띠 형태의 이 장치는 전면부에서 근적외선 감마파를 방출해 전두엽에 자극을 전달하고, 측면의 골전도 스피커에서는 40Hz 감마파를 통해 뇌 전체를 깨워주는 효과를 제공한다.

전면부와 측면부의 근적외선과 소리 자극을 기반으로, 동시 자극을 통해 두뇌의 감각을 촉진시켜 두뇌 활동에 도움을 주는 제품이다. 엔서는 치매를 약물이 아닌 게임이나 전자약 형태로 치료하는 디지털 치료제 개발 영역까지 사업을 확장한다는 목표다.

바이칼에이아이, 말소리 통해 치매 위험 분석



말소리를 통해 치매 위험을 파악하는 기술도 주목된다. 2019년 설립된 바이칼에이아이는 인간 고유의 말소리를 분석해 치매와 인지장애 등을 진단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창업자인 윤기현 대표는 30년간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커리어를 쌓았다. 그는 2018년 AI 기업 마인즈랩에서 목소리를 인식한 챗봇이 금융거래를 안내하는 기술을 개발한 경험을 바탕으로 말소리의 미묘한 변화까지 감지하는 기술로 고도화를 진행했다.

윤 대표는 치매가 나타나면 중간중간 세포들이 끊어지는 듯한 흐름이 보이고 그 전조 증상은 말소리를 통해 파악할 수 있다고 봤다. 창업 후 내놓은 ‘맑은내친구’ 서비스는 이용자의 말소리를 통해 건강상태를 진단하고 유창성도 분석한다.

다양한 어휘를 충분히 사용하는지, 의미 없는 반복 어구나 단어들을 사용하는지 등을 총체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치매 위험 수준을 알려준다. 서비스는 분석에 그치지 않고 이용자의 인지능력을 끌어올리는 트레이닝도 함께 제공한다.

세븐포인트원, 간단한 대화로 치매 고위험군 선별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세븐포인트원은 간단한 대화만으로 인지 기능 저하 여부를 판별해서 2분 만에 치매 고위험군을 선별하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현재 미국 진출을 추진 중이다.

세븐포인트원의 주력 제품은 치매 고위험군 스크리닝 솔루션인 ‘알츠윈’이다. 몇 가지 간단한 질문에 1분 동안 최대한 답변하면 AI가 대화 내용을 바탕으로 언어 유창성과 의미 기억력을 분석한 뒤 뇌 활성화 상태를 파악하고 치매 고위험군을 조기에 판별한다.

이 솔루션은 중앙치매센터장을 지낸 김기웅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연구팀이 2010년부터 연구한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전문 장비나 인력 없이도 디지털 리터러시(문해력)가 낮은 고령층을 대상으로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전문 센터나 병원 방문 없이 AI 스피커나 스마트폰을 통해 테스트하고 앱을 설치하기 어려운 환경에서는 전화를 걸어 검사할 수도 있다. 지역 치매안심센터에서 전화로 진행한 테스트에서는 응답률이 48%로 높게 나타났다.

치매 발병 전 미리 파악…뉴로젠, 알츠하이머병 조기 진단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인 알츠하이머병 발병을 예측하는 AI 기술 스타트업 ‘뉴로젠’도 주목된다. 뉴로젠은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일으키는 유전체를 AI로 분석·예측하고, 광범위한 조사가 힘든 인지기능 검사도 AI로 자동 처리하는 기술을 갖췄다.

치매를 유발하는 가장 많은 원인 질병은 알츠하이머병으로 2021년 기준 국내 치매 원인의 76%를 차지한다. 그 다음은 뇌경색 등에 의한 뇌혈관 손상으로 나타나는 혈관성 치매가 8.6%, 알코올성 치매나 파킨슨병에 의한 기타가 15.4%다.

뉴로젠은 MRI를 AI로 분석·예측해 뇌 신경세포 사멸로 축소된 뇌의 부피를 계산할 수 있다. 값비싼 PET-CT를 찍지 않아도 80% 이상의 정확도로 베타 아밀로이드 검사 양성을 예측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한국인과 서양인의 뇌구조에 차이가 있는 점을 반영해 알츠하이머병 진행 정도에 따라 부피 변화가 나타나는 뇌 부위를 분할·분석한다. 정량적 분석이 가능해지면 치매의 진행 속도 등을 좀 더 명확히 알 수 있어 다양한 치료법 선택이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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