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硏 연구소기업 테라에코 이정남 대표의 남다른 ‘사업촉’ 비결은?
코로나19(COVID-19) 대유행 기간, 일본 약국에서 불티나게 팔린 제품 중 하나가 ‘마스크 향 패치’다. 가로·세로 1cm 정도 크기의 둥근 형태로 입냄새 제거, 비염 완화 등의 목적으로 쓰인다.
‘남에게 폐 끼치지 않는 문화’를 지닌 일본인들은 평소 감기 증상으로 몸이 안 좋으면 마스크를 착용했는데 이번 코로나를 계기로 마스크는 생활필수품이 됐다.
흥미로운 점은 일본에서 가장 많이 팔린 향 패치가 인천에 한 작은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이라는 사실이다. 2016년 창업해 한국원자력연구원 2호 연구소기업으로 인증 받은 자연친화형 화장품 전문 제조사 테라에코가 그 주인공이다.
인천 남동구 고잔동 남동산업단지 내 위치한 공장형 사무실에서 이정남 테라에코 대표를 만났다. 그는 “정확한 판매물량은 영업기밀이라 알려줄 수 없지만 일본 열도 약국에서 안 파는 데가 없을 정도다. 현지 6개 업체와 경쟁했는데 모두 물리치고 독보적인 1위를 차지했다”고 말했다.
◇’화장품용 수박’ 만들겠다=일본, 중국, 러시아를 오가며 향 패치뿐 아니라 마스크팩, 항노화 기능성 화장품 등 천연물질 기반 제품 제조·유통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이정남 대표가 요즘 집중하고 있는 것은 바로 ‘수박’이다.
이 대표는 최근 ‘수박내피 추출물’로 이뤄진 젤을 만드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수박내피 추출물을 유효성분으로 포함한 화장품 조성물’ 특허를 보유한 상태다.
그는 “농촌진흥청과 고창수박연구원에 수박 흰부분만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는 수박 개량 모델을 함께 개발해 보자고 요청했고, 관련 스마트팜 시설도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수박의 경우 수분 함량 밀도가 높고 화이트닝 성분도 충분한데다 기능성 성분이 빠르게 흡수된다는 이점을 지녔다. 무엇보다 아직 수박 추출물로 이뤄진 기능성 화장품이 시중에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얼굴이 화끈화끈 달아오르는 열감 현상이 잦은 여름을 겨냥한 제품으로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시장을 공략할 주력 제품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테라에코는 천연물 화장품 제조 기술력을 인정받아 OEM( 주문자생산방식) 제품이 자사 브랜드 제품보다 훨씬 많다. 현재 위탁생산비율이 60%로 자제 브랜드 제품 생산량을 앞질렀다. 메디힐, 제이준코스메틱, 에스디생명공학의 화장품 브랜드 SNP 등의 고객사가 프리미엄 제품 생산을 맡기고 있다. 또 최근엔 연구소기업으론 친형님 격인 한국콜마(원자력연구원 1호 연구소기업)와 손잡고 위탁 생산체계를 갖추고 있다.
◇남다른 ‘사업 촉’ 비결은=테라에코가 제품에 쓰는 향만 총 100종이 넘는다. 마스크팩 생산 캐파는 하루 10만장 정도다. 이 대표의 사업촉과 강한 추진력엔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설명이다.
테라에코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주관하는 전국 규모 과학기술정보협의회 아스티(ASTI) 소속사로 ‘천연물유기농화장품 지식연구회’에서 활동하며 상품 개발 및 판촉 전략을 짜는데 필요한 모든 정보를 얻고 있다. 현재 아스티 회원사는 전국 1만2000여곳에 달하며 천연물유기농화장품 지식연구회에 가입한 기업은 40여곳 정도 된다.
이 대표는 “원재료 개발부터 패키징까지 화장품 하나를 만드는데 보통 20여개 기업이 함께 해야 한다. 아스티 안에서 만난 기업들과 함께 개발하거나 공정에 필요한 기술력을 지닌 회사를 추천 받는 등 다양한 협업을 기대할 수 있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수박 추출물 화장품도 ‘최신 화장품 원료 동향분석 보고서’와 ‘수박·망고·아보카도 과즙 추출물을 이용한 기능성 발효 화장품 원료 특허기술동향 분석 보고서’를 통해 얻은 아이디어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이준우 수도권지원장은 “이 대표의 요청을 받아 테라에코에만 제공한 맞춤형 컨설팅 보고서”라고 했다. KISTI는 자체 보유한 기술·시장 빅데이터와 슈퍼컴퓨터를 이용, 회원사가 필요로 하는 시장 탐색, 신제품 아이디어 발굴, 기술 지원, 제품 검증을 위한 시물레이션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KISTI가 테라에코에 보낸 보고서 내용을 살펴 보니 주요 화장품 업체별 천연물 소재 특허 출원현황과 동향이 잘 정리돼 있었다. 이를테면 일본 경쟁사 분석에선 ‘오리자유화는 벚꽃·리치씨앗 추출물, 코에이코교는 황벽나무 추출물 , 코켄은 쌀·나도팽나무버섯 추출물, 마우젠세이야크는 쓴풀·당근·고삼 추출물을 화장품 원료로 쓴다’는 내용이 실렸다.
아울러 전문가의 시장 분석 의견도 달렸다. ‘생활제품의 인체 독성에 대한 소비자의 우려가 커지며 안전한 천연소재를 이용한 화장품 개발이 활발하다. 클로렐라, 대두 이소플라본, 키토산 유래 및 동충하초, 바실러스 세균 등 미생물 유래 소재의 효과를 단순 차용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해당 소재의 피부 도포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연구개발도 필요’라고 쓰여져 있다.
KISTI의 작년과 올해 초까지의 지원 내용을 모아 보니 △선인장 마스크팩의 항염증 효능 소재 개발 동향분석 △산체류 고부가 소재화 연구에 대한 기술동향 조사 △잣 추출물을 활용한 유기농 화장품 제품개발 및 협업과제 검토 △생분해 용기·캡·포장재 기술동향 분석 자료 제공 등이 있었다.
이 대표는 “40명 정도 되는 회사에서 제품 만드는 인력 빼면 사실상 R&D(연구개발)나 시장 정보 파악 등은 꿈도 못 꾼다”며 “KISTI가 얼마 전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화장품 관련 기술 특허를 연결해 줬는데 이런 다양한 고급정보는 우리 회사 성장에 큰 보탬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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