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신용카드사에 기존 삼성페이 수수료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애플페이처럼 결제 건당 수수료 부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불확실한 경기 속에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카드사들이 수익성 유지를 위해 고객 혜택이나 한도를 축소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카드사들에 기존 수수료 계약 연장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동안 카드사들은 삼성페이 관련 수수료를 별도로 지급하지 않는 단체계약을 삼성전자와 맺고 매년 자동연장해 왔다. 각 카드사 애플리케이션(앱) 등에서 삼성페이와 같은 마그네틱보안전송(MST) 방식 결제를 사용할 수 있는 로열티만 일부 지급해왔을 뿐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오는 8월 만료되는 무료 사용 단체계약 연장을 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결제 건당 수수료를 요구할 것이 유력해졌다.
삼성전자는 아직 수수료 부과 세부 방안은 밝히지 않았다. 이미 애플이 현대카드에 애플페이 사용 수수료를 결제 건당 0.15%를 부과하고 있는 만큼 애플과 비슷한 수준의 수수료를 부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제 건수에 따라 차등적용 하는 방안도 고려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카드업계는 불안한 예상이 현실이 됐다며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한 카드사 임원은 “지난 3월 애플페이 국내 상륙 직후 삼성 측에서 카드사들이 애플페이 제휴를 추진하면 삼성페이도 수수료를 부과하겠다며 은근히 압박했다고 들었다”라며 “이렇게 빨리 유료화 방침을 들이밀 줄은 몰랐다”고 토로했다.
2012년 이후 한 차례도 오르지 않고 3년마다 매번 가맹점 수수료율이 인하된데다 조달금리도 올라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던 카드사들의 발등에 또 한 번 불이 떨어졌다. 삼성페이의 2015년 출시 후 누적 결제액 올해 2월 기준 219조원으로 상당한 수준이다. 유료화될 경우 업계에서는 삼성페이 수수료가 연간 2000억원 정도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나아가 각종 간편결제 업체들도 수수료 인상을 요구한다면 수익 감소폭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실제로 올해 들어 소비가 회복되면서 신용카드 이용량은 늘었지만 카드사들의 실적은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체 카드 승인액과 승인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5%, 11.9% 증가했다. 하지만 카드사 순이익은 주춤한 상황이다. 1위 신한카드의 1분기 순이익은 166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2% 감소했다. 삼성카드(-9.5%), KB국민카드(-31%), 우리카드(-46.3%) 등도 줄줄이 감소세다.
결국 페이 수수료 유료화가 확대되면 카드사들은 수익성 유지를 위해 고객에게 제공하던 무이자 혜택이나 할인 한도 등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현대카드에 대한 ‘원망론’까지 나오고 있다. 한 대형 카드사 관계자는 “안 그래도 어려운 시기에 애플페이를 들여오면서 수수료 유료화에 불을 지핀 현대카드가 정말 ‘밉상’으로 보인다”며 “고객들에게 욕은 욕대로 먹고 실적이 크게 개선되는 것도 아니고 매우 열악한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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