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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계가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이후 차액결제거래(CFD) 계좌개설을 중단키로 했다. CFD 익명 거래가 주가 조작에 악용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CFD 판매로 막대한 수수료를 챙긴 증권사들이 주가 폭락 사태에 부랴부랴 CFD 서비스를 중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전날 국내와 해외주식 CFD 계좌개설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업계 1위인 교보증권도 지난 4일부터 CFD 비대면 계좌개설을 일시 중단했다. 앞서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KB증권은 CFD 계좌의 문을 닫았다.
CFD는 실제 기초자산을 보유하지 않고 가격 변동을 이용한 차익을 목적으로 매매하고 진입가격과 청산 가격 차액을 당일 현금 정산하는 장외 파생상품이다. 현행 제도상 최대 2.5배 레버리지 투자가 가능하다.
지난 2015년 교보증권이 국내 CFD를 처음 도입했고 이후 고액 자산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자 많은 증권사가 서비스를 실시했다. 2021년 기준 CFD 서비스를 도입한 증권사는 11곳이다.
거래 잔액은 5조4000억원으로 2020년 말(4조8000억원) 보다 6000억원(13.1%) 증가했다. CFD 월평균 거래 규모는 ▲2017년 2000억원 ▲2018년 7000억원 ▲2019년 8000억원 ▲2020년 2조6000억원 ▲2021년 5조8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증권사들은 올해 들어 해외주식 CFD 판매를 확대했다. 증시 부진에 따른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이 줄어들 것을 고려해 레버리지(부채) 제공으로 이자 수익을 낼 수 있는 CFD로 수익을 다각화하려는 전략이다.
KB증권과 메리츠증권, 키움증권은 지난 2월부터 해외주식 CFD 프리마켓 서비스를 개시하며 투자자를 모집했다. KB증권은 지난 4월30일까지 해외주식 CFD 프리마켓 거래 고객에게 0.07%의 온라인 거래 특가수수료를 제공했다.
메리츠증권은 6월 말까지 미국 일본 홍콩 거래 시 비대면 온라인 수수료를 0.05%, 중국은 0.10%로 할인해 수수료 혜택을 제공키로 했다. 키움증권도 해외 CFD 프리마켓 서비스를 출시하며 수수료를 0.07%로 할인해 주는 이벤트를 진행한 바 있다.
일각에선 증권사가 막대한 수수료를 챙기면서 공격적인 영업을 하다가 주가 조작이 문제가 불거지자 CFD 계좌 개설을 중단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CFD 투자자들이 손실 정산을 못해 최종적으로 미수 채권이 발생하면 거래를 중개한 증권사가 회수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난달 말까지 공격적으로 CFD 영업하다가 SG증권 발 주가조작 사태가 터지자 중단하는 분위기”라며 “주가조작으로 CFD 관련 문제가 불거진 만큼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투자상품 관련 제도와 요건을 전반적으로 손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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