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알츠하이머 환자의 치매 진행률을 36% 늦췄다는 신약 임상 결과가 공개됐다. 일라이릴리가 개발한 도나네맙(donanemab)이 그 주인공이다. 제약사는 이번 분기 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신약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바이오젠·에자이가 공동 개발한 또 다른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레카네맙’은 오는 7월 FDA로부터 정식 승인을 받을 예정이다.
일라이릴리는 지난 3일(현지 시각) 자사가 개발 중인 알츠하이머 치매 신약 도나네맙의 임상 3상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임상 시험은 환자를 시험군과 위약군으로 무작위로 배정한 뒤 위약 대비 도나네맙의 안전성과 효능을 평가했다.
아밀로이드 베타는 알츠하이머 치매를 유발하는 원인 단백질로 꼽힌다. 이 단백질이 플라크(찌꺼기) 형태로 뇌 안에서 침착하면 치매가 발생한다는 원리다. 도나네맙은 축적된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를 제거해 치매를 치료하는 기전의 약이다.
초기 치매 증상을 앓는 1182명이 참가했다. 임상 시험의 1차 평가지수는 통합 알츠하이머 질환 평가 척도(iADRS)다. iADRS는 돈 계산, 운전, 취미, 시사 대화와 같은 방식으로 환자의 일상생활 활동과 인지 능력을 측정한다. 2차 평가지수는 임상 치매 척도(CDR-SB)인데 환자 면담을 통해 치매 진행도 등을 평가하는 검사다.
시험 결과, 도나네맙 투약 환자는 18개월 후 인지기능 저하가 위약군 대비 35% 낮았다. CDR-SB 점수에서도 도나네맙 투약 환자의 치매 진행도가 36% 지연된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도나네맙 투약 환자들은 위약군 대비 치매가 다음 단계로 진행할 위험이 39% 낮았다.
주요 부작용은 뇌 속의 부종과 미세출혈이다. 도나네맙 투약 환자 24%에게서 뇌부종(ARIA-E)이 관찰됐다. 뇌 미세출혈(ARIA-H) 발생률도 31.4%에 달했다. 위약군의 ARIA-H 발생률은 13.6%에 불과했다.
뇌부종과 미세출혈로 사망한 환자도 발생했다. 시험 참가자 3명이 뇌부종과 미세출혈로 사망했다. 심각한 부작용 발생률은 1.6%였다. 그러나 제약사는 대부분 부작용이 경증 내지 중등증으로 통제 가능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올해는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에서 중요한 시기다. 바이오젠과 에자이가 공동 개발한 ‘레카네맙’이 오는 7월 FDA로부터 정식 허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레카네맙은 도나네맙보다 앞서 임상 시험을 마쳤다. CDR-SB 점수 결과, 환자의 치매 진행을 27% 늦췄다. 도나네맙의 36%보다는 수치가 약하지만, ARIA-E와 같은 부작용 발생률은 12.5%로 훨씬 낮았다.
안전성과 효과만큼 중요한 건 보험 적용 여부다. 바이오젠·에자이는 레카네맙을 출시하면서 1년 약가를 2만6500달러로 책정했다. 약 3500만원이다. 치매 진행을 30% 가까이 늦춘다고 해도 대부분 환자에게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다행히 미국의 공공의료보험을 관장하는 CMS는 레카네맙이 FDA 정식 허가를 받을 경우 모든 알츠하이머 환자에게 보험 적용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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