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벤처캐피탈(VC)의 스팩(SPAC, 기업인수목적회사) 상장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기업공개(IPO) 시장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반면 스팩 제도 개선으로 보다 안정적인 상장이 가능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3일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HB인베스트먼트와 캡스톤파트너스가 스팩 합병을 통한 상장에 나선다. 캡스톤파트너스는 오는 9월5일 주주총회를 열고 엔에이치기업인수목적25호(NH스팩25호)와 합병 승인안을 결의한다. 합병 신주는 10월19일 상장될 예정이다. 캡스톤파트너스의 기업가치는 약 426억원으로, 스팩 상장으로 54억원 가량을 조달할 계획이다.
앞서 HB인베스트먼트는 국내 VC 중 최초로 스팩 상장에 나선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엔에이치기업인수목적23호(NH스팩23호)와 합병을 발표한 HB인베스트먼트는 지난달 12일 합병 일정을 조정하고 다음달 19일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합병신주는 8월30일 상장될 예정이다. HB인베스트먼트의 기업가치는 650억원으로 약 148억원을 조달한다.
이들은 모두 안정적 상장을 위해 스팩으로 눈을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통상적으로 스팩 합병을 통해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은 약 50~2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IPO와 달리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해 공모가를 산정하는 과정이 없어 기업가치를 낮추거나 상장을 철회하는 등 위험부담을 덜 수 있다.
증권사 IPO 관계자는 “스팩 상장은 기관 수요예측 없이 증권사와 합의를 통해 희망 기업가치를 산정할 수 있다”며 “때문에 안정적인 상장을 원하는 기업들의 수요가 높다”고 말했다.
국내 VC 대표는 “HB인베스트먼트나 캡스톤파트너스는 중견 VC”라며 “현 시장에서 조달 가능한 자금이 직상장이나 스팩 상장이나 크게 차이가 없어 보다 안정적인 선택지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게다가 지난해 2월부터 ‘스팩 소멸 방식’의 합병 상장이 가능해지면서 VC의 스팩 상장 수요가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과거엔 스팩 법인이 비상장 기업을 흡수 합병하는 방식이었지만 이제는 비상장 기업이 스팩을 흡수 합병할 수 있게 되면서 기존 업력을 승계할 수 있게 됐다. 특히 VC의 경우 과거 업력이 소멸되고 신규 사업자로 등록하는 기간에는 출자 사업에 지원할 수 없었다.
VC들은 공모자금을 벤처펀드 규모를 키우는데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펀드레이징을 마쳐야 내년부터 본격적인 투자에 들어갈 수 있다”며 “침체된 벤처투자 시장이 이르면 내년 상반기쯤엔 회복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이에 대비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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