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유니콘으로 기대를 받다 경영난으로 고강도 구조조정에 돌입한 그린랩스가 최대주주 및 경영진 교체, 사업구조 재편 등을 통해 재도약에 나선다. 핵심사업인 커뮤니티 기반의 데이터농업 솔루션 ‘팜모닝’을 중심으로 경영정상화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그린랩스는 최근 이사회를 열고 최대주주인 BRV캐피탈매니지먼트의 정의민 전무를 신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고 본격적인 경영정상화에 착수했다.
BRV는 LG가 맏사위인 윤관 대표가 이끄는 실리콘밸리 투자회사 블루런벤처스의 아시아지역 투자회사로 지난해 1월 그린랩스에 1000억원을 투자했다. 최근 경영난에서는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와 함께 500억원의 자금을 추가 수혈하면서 최대주주가 됐다.
‘그린랩스 2.0’으로 명명한 경영정상화의 핵심은 데이터농업 솔루션 ‘팜모닝’을 고도화하고 글로벌 사업에 집중하는데 있다. 그린랩스는 지난해부터 스마트팜과 함께 국내 농산물 도매 유통사업도 공격적으로 확장하면서 사업모델과 비전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유통은 우량 거래에만 집중하고 ‘데이터 기반의 농업혁신’이라는 초기 사업모델과 비전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창업자들의 지분 감자, 차입금 문제 등 현안도 해결 중이다. 그린랩스는 정상화 방안으로 창업자 3명 중 신상훈 대표를 제외하고 최성우·안동현 대표의 주식을 각각 90%, 100% 무상감자 하기로 결정했다. 그린랩스는 지난달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열어 해당 절차를 모두 완료했다.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350억원 규모의 차입금에 대해서도 금융기관들과 만기연장·재융자(리파이낸싱) 등을 협의 중이다. 그린랩스 관계자는 “일부 차입금은 만기를 연장했고 나머지에 대해서도 리파이낸싱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기존 주주 설득 성공한 BRV…”실행력·정상화 필요성에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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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스퀘어와 DS네트웍스 등 그린랩스의 다른 투자자들도 일단 BRV가 주도하는 경영정상화에 힘을 싣는 모습이다. 앞서 BRV와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는 그린랩스 정상화를 위해 500억원을 추가 투자하면서 주주간 잡음을 겪기도 했다. 그린랩스 전환사채(CB) 인수 방식으로 투자하면서 후속 투자유치 시 기업가치와 연계해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결정하면서다. 신규 투자금의 지분이 추후 기업가치를 기반으로 결정될 경우 기존 주주들의 지분이 희석될 수 있다. 업계에는 이 같은 투자방식에 그린랩스 기존 주주들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예상했다.
BRV는 기존 주주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하며 합의를 이끌어냈다. BRV는 부실의 구조적 문제를 조기에 파악하고 책임이 있는 창업자 2인의 차등 감자를 받아낸 점과 턴어라운드 계획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기존 주주들을 설득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신규 투자금을 지원하는 BRV 역시 기존 투자에 대한 손실을 감수한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추가투자 과정에서 일부 주주들이 초기에는 반발했지만 결국 그린랩스 정상화 필요성과 BRV의 설득에 공감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사회 중심의 거버넌스를 통해 어떻게 기업을 정상화시킬지가 향후 위기에 빠진 스타트업들의 정상화 과정에서 선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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