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기준금리 불확실성, 경기침체, CFD(차액거래결제)에 따른 대규모 하한가 사태 등으로 증시가 흔들리자 월배당 ETF(상장지수펀드)에 돈이 몰리고 있다. 안정적인 배당금(분배금) 수익을 추구하는 수요가 늘어나면서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기준 국내 상장된 월배당 ETF 수는 24개로, 순자산 규모는 1조7934억원에 달한다. 연초보다 ETF 개수는 3개 늘었고, 순자산 규모는 5409억원 증가했다.
가장 많이 순자산이 증가한 ETF는 ‘KBSTAR 23-11 회사채(AA-이상)액티브 ETF’로 연초 이후 1748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다만 해당 ETF는 만기매칭형 ETF로 오는 11월에 청산된다. ‘SOL 미국배당다우존스 ETF’에도 1124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올해 상장한 ETF들의 순자산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3월14일 증시에 입성한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 ETF’의 순자산은 809억원에 이른다. 같은 달 21일 상장한 ‘SOL 미국배당다우존스(H) ETF’의 순자산은 196억원, 지난달 18일 상장한 ‘ACE 미국하이일드액티브(H) ETF’의 순자산은 90억원이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이 월배당 ETF를 적극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SOL 미국배당다우존스 ETF의 경우 연금 계좌를 포함해 11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유입됐다. 주식형 ETF로만 따지면 개인 순매수 규모는 1위다. 개인투자자들은 30일 넘게 연속 순매수를 기록,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 ETF를 420억원어치 사들였다.
월배당 ETF는 말 그대로 매월 배당금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지난해 8월 국내 첫 월배당 ETF인 ‘SOL 미국S&P500 ETF’가 상장했고, 이후 월배당 ETF 상품이 증가했다.
지난해 말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인해 증시 변동성이 커지자 월배당 ETF들은 큰 인기를 끌었다. 올해 들어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올해 초 증시가 큰 폭으로 반등했으나, 여전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이 언제 끝날지는 불확실하다.
여기에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가 터지면서 은행 리스크,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졌고, 최근 국내 증시에서는 대규모 하한가 사태까지 발생했다.
김찬영 한국투자신탁운용 디지털ETF마케팅본부장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글로벌 하락장을 경험한 투자자들 입장에서 월배당과 같은 인컴형 상품은 매력적”이라며 “매매와 관계없이 자신이 보유한 자산에서 꾸준히 안정적으로 현금이 창출되고, 시장이 하락하더라도 배당으로 수익률을 보전 받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꾸준하게 인컴을 얻고자 하는 은퇴자와 연금 투자자들이 월배당 ETF를 선호한다.
김정현 신한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은 “월배당 ETF는 절세 혜택이 있는 연금 계좌와 최고의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보니 연금 투자자들의 관심이 특히 더 큰 편”이라고 말했다.
월배당 ETF가 인기를 얻으면서 자산운용사들도 관련 상품을 내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 KB자산운용 등은 기존에 상장된 ETF들의 배당금 지급 기준일을 바꾸고 월배당 ETF로 전환했다. 이렇게 월배당으로 전환된 ETF는 현재 12개다.
앞으로도 월배당 ETF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최초 상품을 내놨던 신한자산운용은 올해도 월배당 ETF를 내놨다. 앞으로는 연금 포트폴리오상 코어 자산을 운용할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의 월배당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올해 처음으로 월배당 ETF인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 ETF와 ‘ACE 미국하이일드액티브(H) ETF’를 출시했다.
김찬영 본부장은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 ETF의 경우 현물 투자 상품으로 투자원금 차감 없이 월배당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며 “앞으로도 투자자산이 만들어내는 인컴만을 순수하게 월배당 재원으로 사용하는 월배당 ETF 상품들을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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