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의 경영권 보장을 위한 복수의결권 도입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정부가 법 개정안을 발의한지 2년 4개월만이다. 이제 남은 건 시행령 마련이다. 정부는 앞으로 6개월 동안 시행령에 담을 세부요건들을 논의한다. 벤처·스타트업 업계가 주목하는 건 구체적인 적용 범위다.
국회는 27일 본회의를 열고 복수의결권 도입을 규정한 벤처기업특별조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복수의결권은 1주당 최대 10개 의결권을 발행할 수 있는 제도다. 정부는 국무회의를 거쳐 벤처기업특별조치법 개정안의 시행령을 마련하고, 6개월 뒤인 10월경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이번 개정안에는 대략적인 복수의결권 발행 요건이 담겼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 이상의 투자를 받아 창업자의 지분이 30% 이하로 떨어지거나 최대주주 지위를 벗어나는 경우다.
복수의결권의 악용을 막기 위해 발행 한도와 행사 범위를 제한했다. 발행된 복수의결권 주식의 존속기한은 최대 10년, △복수의결권 존속기간 변경을 위한 정관 변경 △이사의 보수 △책임의 감면 △이익의 배당 등 주요 사안의 결정하는데 있어 1주 1의결권만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가장 관심이 집중되는 건 시행령에서 어느 정도 금액 이상을 복수의결권 발행 요건으로 인정할지다. 2020년 12월 정부가 복수의결권 도입 방안을 제안하며 제시한 구체적인 발행요건은 누적투자가 100억원 이상이면서 50억원 이상의 투자유치로 지분희석이 우려되는 경우다.
국내 벤처캐피탈(VC)의 라운드별 평균 투자금액이 시리즈 A 20억~50억원, 시리즈 B 50억~100억원인 걸 감안하면 성장단계에 놓인 벤처·스타트업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많은 투자금을 필요로 하는 단계인 만큼 창업자의 지분희석 우려가 가장 커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실제 2019년 중소기업연구원이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투자유치 협상 시(또는 검토 시) 창업주의 지분희석에 따른 경영권 약화·상실에 대해 우려한 적 있는가’라는 질문에 벤처·스타트업의 55.98%, VC의 86.96%가 우려된다고 응답한 바 있다.
한편, 이미 창업자의 지분이 상당 부분 희석된 투자 후기 단계 기업에게는 큰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복수의결권 도입이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벤처·스타트업 관계자는 “어느 정도 성장을 마친 대형 벤처·스타트업의 경우 창업자의 지분이 30% 이하라고 하더라도 주주들이 창업자의 의결권을 존중하는 경향이 크다”며 “엑시트(투자 회수)를 앞두고 무리하게 복수의결권을 도입해 기업가치를 흔들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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