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 공동성명서, ‘위성발사 규제 해소’ 언급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KSLV-II)로 인공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는 길이 열릴 전망이다. 인공위성을 우주 궤도까지 실어 나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도 미국의 규제에 가로막혀 있었지만, 최근 한미 정상 회담을 통해 미국 정부가 ‘규제 완화’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의 숨은 방미 성과 중 하나다.
1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발표한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한미 정상 공동성명’에는 “양국 간 확대된 상업 및 정부 간 우주 협력 기반을 제공하는 위성 및 위성부품에 관한 수출통제 정책을 미국이 최근 명확히 한 것을 환영했다”는 문구가 포함됐다.
여기서 ‘수출통제 정책’은 MTCR(미사일기술통제체제)와 ITAR(국제무기거래규정)을 지칭하고, ‘미국이 명확히 했다’는 것은 해당 규제의 완화 가능성을 뜻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美 “위성부품 수출 허가, 사례별 검토”…’수혜자 한국’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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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CR은 1987년 미국 주도로 프랑스·독일·영국·이탈리아·캐나다·일본 등 7개국이 만든 다자간 협의체다. 이 체제에서 미국은 ITAR(국제무기거래규정)를 운영, 미국산 전략부품이 들어간 인공위성 등을 다른 나라 발사체로 쏘는 것을 제한했다. 우주 공간에서 위성의 자세를 제어하는 미국산 핵심 부품 ‘자이로스코프’가 대표적인 ITAR 제한 품목이다.
과거 우리 인공위성은 외국 발사체를 이용해 왔지만, 지금은 누리호를 가졌음에도 미국의 허가 없이는 인공위성 탑재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ITAR 예외국’ 인정이 과학기술계의 숙원이었던 이유다. 다만 ITAR 예외국 인정 사례는 지난 2005년 인도가 유일했다. 이는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로 인도를 택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이에 우리 정부도 외교적 노력을 지속해왔다. 지난해 5월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우주협력 전 분야에 걸친 한미 동맹 강화를 선언하고, 미국이 주도하는 달 탐사 계획 ‘아르테미스 프로젝트’ 참여에도 적극 나섰다. 지난해 8월에는 미국을 방문한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이 시라그 파리크 백악관 우주위원회 사무총장과 만나 한국의 ITAR 장벽 완화를 요청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미 동맹이 한층 강화되면서 긍정적 기류도 감지됐다. 미 국방전문매체 ‘브레이킹 디펜스’ 보도에 따르면, 돈 그레이브 미 상무부 부장관은 지난 3월 15일 워싱턴DC에서 열린 ‘새틀라이트 2023’ 콘퍼런스에서 “위성 기술과 노하우에 대한 수출 허가 신청은 ‘미국이 권장하지 않는 발사체’일지라도 무조건 거부하지 않고 사례별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매체는 또 상무부 관리를 인용, “한국이 주요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권장하지 않는 발사체’가 누리호를 지칭한다는 관측이 뒤따른 대목이다.
전문가 “정밀위성 개발에 큰 도움…ITAR 예외 노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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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한국에 대한 MTCR 및 ITAR의 규제 문턱이 낮아질 가능성이 커졌다며 한목소리로 환영했다. 이주진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은 “과거 아리랑 위성을 개발할 때 자이로스코프, 마이크로 베어링, 각종 광학 부품은 물론 사진 촬영을 위한 고성능 메모리까지 모두 ITAR 통제를 받았는데 앞으로 이러한 규제가 풀리면 앞으로 정밀 관측 위성 개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가 세계 최고 수준의 인공위성을 만들고 직접 우주에 쏘아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정밀 관측·통신 위성은 자율·무인주행과 UAM(도심항공교통), 무인기 등 미래 산업과 안보 측면에서도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정책 변화가 현재는 ‘사례별 검토’ 단계인 만큼 실제 전향적인 허용까지 이어질지, 또 중장기적으로는 ITAR 예외국 인정을 위한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재진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과학본부장은 “새로 개발되는 발사체에 어떠한 협조도 하지 않겠다는 게 미국 정부의 기본 입장이었는데,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탄력적 운영’ 답변을 끌어낸 것은 성과”라고 말했다. 다만 “ITAR 예외까지는 갈 길이 아직 먼 만큼, 앞으로도 다방면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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