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人사이드] 이범석 뮤렉스파트너스 대표
달팽이 때문에 대서양 항해 시대가 열리고 역사가 바꼈다면 믿을 수 있을까. 약 4000년 전 그리스 에게해에는 ‘뮤렉스’라는 바다달팽이가 서식했다. 뮤렉스를 잡아다 끓이면 ‘티리언 퍼플’이라는 보라색 염료가 추출됐다. 티리언 퍼플은 오랫동안 부와 지위의 상징으로 여겨졌다.티리언 퍼플 1g을 추출하기 위해선 뮤렉스 1만마리 정도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당시 사람들은 뮤렉스를 잡기 위해 지중해를 떠나 대서양을 거쳐 북아프리카 해안까지 항해를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인류 역사상 최초의 대서양 항해였다. 뮤렉스를 찾고자 떠난 항해가 대서양 항로 개척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범석 대표가 2018년 벤처캐피탈(VC)를 설립하면서 회사명을 뮤렉스파트너스로 지은 것은 뮤렉스처럼 세상을 바꿀 스타트업들과 함께 하겠다는 의미다. 이범석 대표는 “대서양 항해 시대를 열었던 뮤렉스처럼 지금 우리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술을 가진 기업을 찾고 이들과 함께 항해를 하자는 의미를 담았다”고 말했다.
‘가설 기반 투자’로 유망 스타트업 발굴
━
뮤렉스파트너스의 가장 큰 특징은 ‘가설 기반 투자’ 철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펀드를 조성할 때 시장을 철저히 분석해 5~8년 후 성장할 산업이 무엇인지 가설을 세우고 그 산업에 속한 유망 기업에 투자한다. 국내에선 생소하지만 안드리센 호로위츠, 유니온 스퀘어 벤처스 등 해외 유명 VC들도 가설 기반 투자를 하고 있다.
이 같은 투자 철학에 기반해 조성된 펀드가 뮤렉스파트너스의 간판상품인 ‘웨이브 펀드’ 시리즈다. 웨이브 1호 펀드는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시장을, 2호 펀드는 액티브 시니어의 소비시장을, 3호 펀드는 B2B(기업간 거래) 및 클라우드 시장에 집중 투자한다. 펀드별 주요 포트폴리오사로는 1호 펫프렌즈, 2호 트러스테이와 패스트파이브, 3호 두들린 등이 있다.
투자의 가설을 세우는 건 투자의 ‘오답’을 찾기 위해서다. 이 대표는 “투자는 언제든지 잘못될 수 있는데 가설을 세우지 않으면 오답을 찾을 수 없고 발전의 기회를 잃는다”고 말했다.
펀드 만기 전이지만 투자금 회수 성공사례도 속속 나오고 있다. 2018년에 45억원을 투자한 펫프렌즈는 2021년 IMM PE와 GS리테일에 인수되면서 139억원을 회수했다. 내부수익률(IRR)은 66.3%에 달한다. 야놀자 보유지분 일부도 2021년 소프트뱅크비전펀드에 매각하면서 IRR 121.1%를 기록했다.
이 같은 투자성과를 기반으로 지난해에는 모태펀드, 교직원공제회, 한국통신자연합회 등 각종 출자사업에서 연달아 위탁운용사(GP)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 결과 설립 5년만에 AUM(운용자산) 4000억원을 달성했다.
“세상을 바꿀 기술에 적극 투자”
━
이 대표는 2007년 아이폰이 처음으로 대중 앞에 선보였던 그날을 생생히 기억한다. 당시 LG전자의 미국 법인 주재원이었던 이 대표는 MP3와 전화, 인터넷 기능을 한 개의 휴대폰에 담은 혁신적인 기술에 위협감까지 느꼈다.
이 대표는 “세상을 바꾼 애플이나 구글, 아마존은 모두 VC의 투자를 통해 탄생한 기업”이라며 “기술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아이폰을 통해 체감하면서 유망산업을 분석하고 혁명적인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한 기업은 확실하게 관리한다. 뮤렉스파트너스의 포트폴리오사는 40개가 되지 않는다. 투자심사역이 6명인 점을 감안하면 심사역 한명당 관리하는 투자회사가 6~7개 정도다. 심사역이 많게는 20~30개사를 관리해야 하는 다른 VC에 비하면 사후관리 부담이 크게 적은 편이다.
적극적으로 후속투자도 진행한다. 지금까지 투자한 회사의 60% 이상이 뮤렉스파트너스로부터 후속투자를 받았다. 이 대표는 “포트폴리오사는 무리하게 늘릴 필요가 없다”며 “우리가 생각했던 성장잠재력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면 적극적으로 후속투자를 한다”고 말했다.
스케일업을 위한 글로벌 투자자 매칭도 도와준다. 의료관광 스타트업 ‘하이메디’가 대표적이다. 뮤렉스파트너스는 2018년 하이메디에 20억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이후 코로나 팬데믹으로 외국인 환자들의 한국 방문이 어려워지면서 투자 유치에 난항을 겪었다.
이 대표는 “해외는 한국보다 의료관광이 일상화돼 있다는 점을 고려해 해외 투자자에게 하이메디를 소개해줬더니 관심을 보였다”며 “해외 투자자가 나서니 국내 투자자들도 투자라운드에 참여하며 성공적으로 후속투자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경제의 성장 드라이브는 스타트업에서 비롯된다”며 “혁신적인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뮤렉스’가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
유니콘팩토리
‘]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