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키플랫폼 특별세션1] 정병선 KISTEP 원장 ‘2023 과학기술혁신 정책방향’ 주제 기조강연
혁신을 주도하는 기업이 R&D(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도록 세액공제와 전방위적 규제 지원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가 간 패권경쟁의 패러다임이 군사·안보에서 과학기술 중심으로 변화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민간 혁신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취지다.
정병선 KISTEP(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원장은 27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2023 키플랫폼'(K.E.Y. PLATFORM 2023)에서 “기술 패권 시대에는 기업 수요 기반 과학기술 혁신정책이 중요하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정 원장은 이날 ‘KISTEP Think 2023, 과학기술혁신 정책방향’을 주제로 기조강연했다.
정 원장은 “기업이 R&D 투자를 활성화하도록 세제 개선이 필요하다”며 “정부에 신성장 원천기술과 12대 국가전략기술 분야 R&D에 대한 혜택을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KISTEP은 1999년 설립된 과학기술정책 싱크탱크다. 국가 과학기술 정책 기획과 R&D 예산 배분·조정, 국가 R&D 사업 조사·분석·평가, 예비타당성조사 등을 수행하고 있다.
“美中日 과학기술 패권경쟁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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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EP에 따르면 미·중 패권경쟁 중심에는 과학기술이 있다. 미국은 지난해 반도체 지원법(Chips Act of 2022)에 따라 R&D와 인력 육성 등에 527억달러(약 70조50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인공지능(AI)과 양자기술 개발에도 5년간 1700달러(약 225조원) 투자를 결정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자국 내 전기차 등에 공급망도 강화한다.
중국은 미국 주도 국제질서 탈피 목적으로 ‘과학기술 자립자강’을 내걸었다. 이를 위해 8대 산업, 7대 전략기술 육성을 공언했다. 중국은 지난달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 및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과학기술 예산 3280억위안(약 63조4000억원)을 확정했다. 중국은 과학기술로 경제·산업·안보 등 전분야를 혁신하겠다는 방침이다.
미·중 외에도 일본과 유럽연합(EU) 등에서도 기술을 안보·경제화하는 추세가 두드러진다. 일본은 첨단기술 분야 기금을 창설하고 AI·양자기술·바이오·로봇 등에 5년간 1000억엔(약 1조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EU는 지난달 핵심원자재법(CRMA)을 발의하며 중국·러시아에 대한 산업 의존도를 낮추겠다고 공언했다.
정 원장은 “과학기술이 세상을 지배하는 기술패권 시대가 도래했다”며 “대내외적인 여건을 고려한 과학기술 혁신 정책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기술패권 시대, 무기는 결국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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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원장은 기술패권 시대 가장 중요한 요소로 ‘인재’를 꼽았다. 정 원장은 “12대 국가전략기술은 분야별 산업의 성숙도나 기술 수준이 다르고 필요한 인력의 규모나 수준도 다르다”며 “양자기술 분야는 상용화 전이기 때문에 박사급 핵심인재를 확대하기 위한 ‘양자대학원 설립’이나 ‘국가 차원의 양자 클러스터 구축’과 같은 전략이 유효하다”고 제언했다.
12대 전략기술은 지난해 10월 ‘제2·3의 반도체’ 기술을 만들어 패권경쟁에 대비하자는 취지로 민관이 함께 꼽은 분야다. 구체적으로 △반도체·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인공지능 △첨단모빌리티 △차세대원자력 △첨단바이오 △우주항공·해양 △수소 △사이버보안 △차세대통신 △첨단로봇·제조 △양자 등이다.
정 원장은 “전략기술별로 필요한 인력이 완전히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공통으로 활용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며 “기술이 유사한 분야는 공통인력 육성·활용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한정된 인적 자원 속에서 전략기술 인재풀을 확대하려면 저출산, 인구구조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며 “논문·특허 기반 핵심연구자 분석, 산업계 인력 수요를 파악해 인력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원장은 정부가 기업 혁신을 견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민간의 투자와 혁신을 견인하는 수요 지향적 과학기술 혁신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며 “구체적으로 반도체와 바이오 등에선 기획 단계부터 산업계 의견을 반영해 실용화 연계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양자기술과 이차전지, 반도체 등 전략기술은 민간뿐만 아니라 국제협력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는 R&D 기획 단계부터 산업계 의견을 반영해 과학기술 정책을 만들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기초연구 예산 2배 확대’를 통해 기초연구 저변을 확대했다면 윤석열 정부는 이러한 양적 성장을 기반으로 민간과 힘을 모아 세계를 선도하는 수준의 기초연구 역량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KISTEP은 이런 기조에 발맞춰 규제 합리화 제도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혁신적 R&D 사업과 규제샌드박스(기업의 제품·서비스 규제 면제)를 연계해 민관 혁신을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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