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로 10분 거리 30분 걸려”…버스로 승객 분산 안돼
(김포=연합뉴스) 홍현기 기자 = “10분이면 갈 거리를 거의 30분이 걸려서 왔네요.”
24일 오전 8시께 김포도시철도(김포골드라인) 김포공항역 인근 버스정류장.
‘지옥철’ 김포골드라인 대신 70번 시내버스로 타고 이곳으로 온 강모(38)씨는 피곤한 표정으로 지하철역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지하철로 10분 거리인 풍무역∼김포공항역 구간을 강씨가 이날 버스로 이동하는 데 27분이 걸렸다.
강씨는 “지하철을 타기 힘들어서 새벽잠을 줄이고 버스를 타러 나왔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더 많이 걸렸다”며 “서울 마포에 있는 직장에 지각하지 않으려면 서둘러서 가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날은 김포시가 김포골드라인 혼잡도를 완화하기 위해 대안 교통수단인 70번 시내버스 노선에 버스 8대를 추가 투입해 총 13대를 운행한 첫날이다.
버스 추가 투입에 따라 출근 시간대 운행 간격은 기존 15분에서 5분으로 단축됐다. 버스를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바로바로 도착하는 것은 종전과 달라진 모습이었다.
그러나 김포골드라인 4개역(걸포북변역∼풍무역∼고촌역∼김포공항역)을 연결하는 이 버스 노선은 같은 구간이라 해도 지하철을 이용했을 때보다 소요 시간이 2~5배에 달하는 것은 여전히 달라지지 않았다.
버스 전용차로 확대나 간선급행버스(BRT) 등의 대책이 아직 실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7시 30분께 풍무역에서 직접 70번 버스에 타보니 서울시 강서구 개화IC 인근부터 버스는 차량 정체로 가다 서기를 반복했다.
버스 혼잡도는 지난주보다는 완화됐으나 앉을 좌석이 부족한 건 마찬가지였다.
이날 추가 투입된 버스는 버스정보시스템에 제대로 반영되지도 않아 승객들은 운행 상황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5분 간격으로 운행하기로 한 버스가 동시에 같은 정류장에 도착하거나 운행 간격이 벌어지는 등 운영상 문제도 확인됐다.
김포에서 서울 광화문으로 출퇴근하는 김모(44)씨는 “열차 안에서 끼여서 가지 않으려고 20분 정도 아침잠을 포기하고 일찍 나왔다”며 “버스전용차로 추가 지정 때까지는 상황에 큰 변화가 없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이날 추가 투입된 버스 8대 가운데 4대는 관련법에 따라 입석 승차 자체가 불가능한 47인승 전세버스라 많은 승객을 수송하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
버스 추가 투입도 오전 6시45분∼7시45분 1시간 동안만 적용되다 보니 해당 시간 이후에는 버스 혼잡도가 다시 높아지는 문제도 있다.
버스가 승객 분산 효과를 제대로 내지 못하다 보니 김포골드라인의 승객 과밀 현상은 이날도 반복됐다.
이날 김포골드라인 김포공항역에 도착한 열차는 빈자리 없이 승객들로 가득 채워진 상태였다.
이날 오전 8시 20분께에는 김포공항역에서 하차한 20대 여성 승객이 어지럼증을 호소하면서 현장에 있던 소방대원의 응급처치를 받기도 했다.
김포시는 앞으로 전세버스 8대를 출근 시간대에 추가 투입해 총 21대를 운행하면서 승객 분산 효과를 높일 계획이다.
버스 추가 투입 시간도 기존 1시간에서 2시간(오전 6시30분∼8시30분)으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김포시는 버스 운행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개화역∼김포공항 구간 3∼5개 차로 가운데 1개 차로에 버스전용차로를 조성하는 방안도 서울시 등과 협의하고 있으나 아직 구체적인 시행 시기는 나오지 않은 상태다.
김포시 관계자는 “추가 버스 투입을 위해 현재 전세버스를 알아보고 있으나 정확한 투입 시기는 아직 정하지 못했다”며 “버스 전용 차로 관련 세부 내용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 주관 태스크포스(TF)에서 발표할 예정으로 가급적 빨리하려고 서두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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