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인상 결정이 지연되면서 한국전력의 적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요금 인상 없이 연말까지 회사채(한전채) 발행으로 자금을 마련할 경우 내년 3월 법 개정을 통해 회사채 발행 한도를 추가 확대해야 한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23일 한전에 따르면 자금 조달을 위해 올해 4월 중순까지 발행한 사채 순발행 규모는 7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한전법 개정에 따라 상향된 회사채 발행 한도 중 올해 신규 발행이 가능한 규모(28조2000억원)의 약 25% 수준이다.
문제는 전기요금이 인상되지 않는다면 올해도 적자 발생으로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고, 올 연말까지 회사채 발행 한도 초과로 자금을 조달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올해 4월 중순까지의 회사채 발행 속도와 규모를 고려하면 주주총회가 있는 내년 3월께 24조원 내외의 순발행이 예상된다는 게 한전 내부의 판단이다.
결국 장기채 등 누적 발행액(76조4000억원)까지 더해 내년 3월이면 현행법상 사채 발행 한도를 초과하는 셈이다. 올해 결산에서의 당기순손실 규모에 따라 한전은 ‘부분 자본잠식’ 또는 ‘완전 자본잠식’ 상태로 진입할 수도 있다. 국회가 지난해 말 한전채 발행 한도를 ‘적립금과 자본금 합의 5배’로 상향 조정한 데 이어 1년여 만에 또다시 법 개정이 필요한 상황이 올 수 있는 셈이다.
산업계는 한전 적자 해소를 위해 단계적인 요금 현실화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전은 요금 인상 결정에 앞서 재무구조를 개선할 고강도 자구책부터 내놓으라는 여당의 압박에 임원급 등 일부 임직원의 임금인상분(지난해 11월∼올해 11월) 반납도 검토 중이다.
다만 정부·여당은 한전의 2분기 요금 인상에 대해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여기에 한전 일부 직원 가족의 태양광사업 비위·비리 의혹, 한국에너지공대(한전공대) 감사 결과 은폐 등 내부 문제에 대한 자정 노력이 우선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기요금 심의를 담당하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전기위원회 회의가 오는 28일 예정돼있으나, 최종 요금 결정권은 정부에 있어 이달 중 인상안 발표까지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