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공개된 넷플릭스 새 다큐멘터리 ‘퀸 클레오파트라’ 예고편 /사진=넷플릭스 |
오는 5월 공개 예정인 넷플릭스 역사 다큐멘터리 ‘퀸 클레오파트라’가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클레오파트라 역할을 흑인 배우가 맡아서다.
이집트 매체 이집션 스트리츠는 지난 14일 그리스인이었던 클레오파트라 역에 흑인을 캐스팅한 넷플릭스 제작진이 강한 비난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넷플릭스는 지난 13일 퀸 클레오파트라 예고편을 공개했다. 예고편 속 해설자는 “우리 할머니는 ‘학교에서 뭐라고 가르치든 간에, 클레오파트라는 흑인이었다’라고 말씀하셨다”라고 말한다. 이어 흑인 배우 아델 제임스가 맡은 클레오파트라 7세가 모습을 드러낸다.
기존에도 백인 혹은 아시아인이었던 캐릭터가 흑인에 의해 연기되는 ‘블랙 워싱’은 있었다. 그런데도 ‘역사 왜곡’ 문제로까지 번진 것은 해당 시리즈가 엄연히 ‘실제 역사’를 다루고 있는 다큐멘터리이기 때문이다.
‘퀸 클레오파트라’가 다루고 있는 클레오파트라 7세 ‘필로파토르’는 이집트가 로마의 속주로 전락하기 전 마지막으로 이집트를 직접 통치한 여왕이었다.
필로파토르를 전문적으로 연구한 전 이집트 고대 유물부 장관 자히 하와스는 이집트 매체와 인터뷰에서 “퀸 클레오파트라는 완전히 엉터리”라며 “필로파토르는 흑인 여성이 아니라 금발 여성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 들어 미국과 남미의 흑인들이 ‘이집트 문명은 흑인에게서 기원했다’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며 “흑인 문명은 이집트 문명과 아무런 연관이 없으며 이집트는 고대 이집트 문명 말기를 제외하고 흑인 문명의 영향을 받은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넷플릭스는 이집트 문명의 기원이 흑인이라는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면서 혼란을 일으키려 하고 있다”고 했다.
타 이집트 전문가들 역시 필로파토르는 서아시아를 지배했던 시리아의 ‘셀레우코스 가문’과 그리스 ‘프톨레마이오스 가문’ 핏줄이며, 해당 가문은 근친혼을 통해 명맥을 이어갔기에 ‘흑인 핏줄’이 섞여들 가능성이 전혀 없었다고 단정했다.
누리꾼들 반발도 거센 상황이다. 이들은 “인어공주는 창작물이라 문제 없다고 해도 실존 인물인 클레오파트라까지 인종을 바꾸는 건 너무하다”, “다큐멘터리가 진실을 왜곡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 등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집트인이라 밝힌 두 명의 누리꾼은 국제 청원사이트인 ‘체인지’에 이집트 역사가 아프리카중심주의에 의해 왜곡되고 있다며 다큐멘터리를 비판하는 청원을 게시하기도 했다.
논란이 일자 아델 제임스는 트위터에 “캐스팅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방송을 보지 말길 바란다”고 했다.
해당 다큐멘터리의 책임 프로듀서를 맡은 흑인 여배우 제이다 핀켓 스미스는 “우리는 흑인 여왕에 대한 이야기를 보거나 듣지 못한다. 하지만 세상에는 많은 흑인 여왕이 있었다”라며 퀸 클레오파트라가 ‘흑인 여왕’에 대한 다큐멘터리임을 재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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