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입출금계좌(일명 ‘파킹통장’) 금리가 2~3%대로 주저앉았다. 시장금리 하락의 영향으로 인터넷전문은행 등 각 금융사가 파킹통장 금리를 내리고 있어서다. 불어난 시중 부동자금은 3%대 후반까지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자산관리계좌(CMA)로 눈을 돌리는 양상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3사(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의 수시입출금계좌 금리는 대부분 2%대로 하락했다.
파킹통장 붐을 일으켰던 토스뱅크의 입출금통장 금리(5000만원 이하)는 0.2%포인트 내린 2.0%로 ‘원상복귀’ 했다. 토스뱅크는 예치금 5000만원 이상에 대해선 연 3.6%의 이자를 지급하나, 역시 연 4.0%에 달했던 이전보다 0.4%포인트 하락했다.
이외 최대 3억원까지 금액과 관계없이 연 3.0%의 이자를 주던 케이뱅크의 ‘플러스박스’ 금리는 3.0%에서 2.7%로 0.3%포인트 내렸다. 카카오뱅크의 세이프 박스 역시 연 2.6%의 금리를 제공한다.
저축은행의 수시입출금통장 금리는 상대적으론 낫지만, 하락 추세인 것은 비슷하다. 업계 ‘맏형’인 SBI저축은행은 최근 사이다뱅크의 수시입출금통장 금리를 3.0%에서 2.8%로 0.2%포인트 내렸다. OK저축은행 OK읏백만통장Ⅱ의 금리도 500만원 초과~2000만원 이하의 경우 연 3.0%(우대금리 제외)로 0.3%포인트 내려 간신히 3%대를 지켰다.
은행·저축은행의 파킹통장 금리가 상대적인 매력을 잃으면서 투자 대기성 자금을 굴리려는 예테크족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최근 예금 금리 하락으로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요구불예금 잔액이 지난달 말 기준 619조2650억원으로 한 달 새 10조1116억원 증가한 상황에서다.
최근 예테크족들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3%대 중·후반의 수익률을 제공하는 증권사의 CMA다. CMA의 수익률은 발행어음형의 경우 한국투자증권 연 3.75%, 미래에셋증권 3.70%, KB증권 3.65%로 은행·저축은행의 파킹통장 금리를 한참 뛰어넘는 수준이다. 환매조건부채권(RP)형 CMA 수익률 역시 미래에셋증권 3.55, SK증권 행복나눔 3.50%, 다올투자증권 3.45%, IBK투자증권 3.40%로 상대적으로 높다.
CMA는 증권사나 종합금융회사가 투자자로부터 예탁금을 받아 안정성이 높은 국·공채, 환매조건부채권 등 금융상품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상품으로, 은행 파킹통장처럼 수시입·출금이 가능하단 점에서 인기를 끈다. 종금형을 제외하면 예금자 보호 대상이 아니지만, 원금 손실 가능성이 거의 없는 만큼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투자처로 꼽힌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3일 기준 증권사의 CMA 계좌 잔액은 65조526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연초(58조1351억원) 대비 12.7%(7조3918억원) 증가한 수치다. 계좌 수 역시 3644만좌로 1.48%(53만좌) 늘었다.
특히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발행어음형 CMA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이 4조원을 넘으면서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 증권사가 자금조달을 위해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 단기금융상품이다. 국내에선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등 4곳이 이를 발행할 수 있다.
같은 기간 발행어음형 CMA 잔액은 12조960억원에서 23조4690억원으로 94.0%나 증가했다. 전체 CMA 잔액 증가율(12.7%)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완화 기조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예금 상품의 매력이 점차 떨어지는 양상”이라며 “주식거래계좌로 옮겨 투자하기도 용이한 만큼 이에 주목하는 예금자들도 느는 추세”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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