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 |
#A 약품 제조업체는 일부 근로자에게 ‘월 52시간’의 고정OT(overtime·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한다. B 과장은 월 평균 52시간의 연장근로를 하지 않지만 일종의 임금 상승 효과를 누리고 있다.
#C 프로그램개발업체는 아직 발생하지 않은 연장, 야간, 휴일 수당을 월급에 포함한다. D 대리는 휴일 근무가 없는 달에는 ‘보너스’를 받은 기분이지만 유독 연장근무가 많은 달에는 근로계약서상의 연장근무 시간을 초과했는데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건 아닐까 고민한다.
고정적으로 연장·야간근로 수당이 월급에 포함돼 있다면 근로자에게 이득일까, 해가 될까. 포괄임금과 고정OT는 근로자의 임금 상승 효과도 있지만 ‘일한 만큼 보상받아야 한다’는 사회적 기준으로 보면 양면성을 갖고 있다. 상당수 근로자가 혜택을 보기도 하지만 또한 상당수의 근로자가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현실이 정부가 고민하는 지점이다.
15일 정부부처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공짜 야근’, ‘임금 체불’, ‘근로시간 산정 회피’ 등 포괄임금·고정OT 오남용을 근절하기 위해 감독을 강화하고 관련 제도 개선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포괄임금제를 폐지하면 임금이 줄어드는 근로자가 생길 수도 있어 일한만큼 보상받는게 무조건 근로자에게 유리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근무 형태, 업종, 근로자의 상황에 따라 다양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어 계속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괄임금제는 사업주의 급여 지불여력과 근로자의 급여 상승 욕구가 결합된 산물이다. 자금 융통과 경영 여건이 불확실한 사업주 입장에서는 근로자의 연장, 야간, 휴일 수당을 ‘고정’으로 지급하게 되면 회사의 비용 발생을 다소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일하지 않을 수도 있는 시간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포괄임금·고정OT가 반드시 좋은 제도는 아니지만 현장에서 당장 없애면 어느 한쪽만 피해를 보는게 아니라 사업자, 근로자 모두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며 “포괄임금은 규제가 능사가 아닐 수 있다. 정부의 계도 활동과 여러 부분에서 단계적 접근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우선적으로 포괄임금·고정OT 오남용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는 이유다. 근로자의 출퇴근 기록을 통한 정당한 보상 시스템 구축 등의 제도 개선은 신중하게 접근하면서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불법·위법 사례는 적발해 단호하게 대처한다는 방침이다.
고용부는 온라인 신고센터에 접수된 의심 사업장을 대상으로 5월 말까지 공짜 야근, 장시간근로, 근로시간 조작 및 기록·관리 회피, 연차휴가 사용실태 등을 점검하는 기획감독에 돌입했다.
하반기에는 IT·사무관리·금융·방송통신 직종을 대상으로 기획감독을 실시한다. 보관·창고업, 금융보험업, 영화제작·흥행업, 통신업, 교육연구·조사업 등 근로시간 특례에서 제외됐던 21개 업종에 대한 장시간근로 감독도 오는 6월까지 300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하반기에도 추가로 500개 사업장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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